포드,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가 반도체 기업과 협업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다. 일각에서는 다른 국가보다는 미국 내 위치한 기업을 중심으로 협업이 이뤄진다는 점을 보아 미국의 ‘자국 중심 반도체 산업’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완성차 업체 포드는 최근 글로벌 파운드리와 협업해 미국 차량용 반도체 제조를 시작한다. 또 다른 미국 완성차 업체 GM도 퀄컴, NXP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과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이 보도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심각하다. 자동차 생산업체 중 일부는 특정 부품을 탑재하지 않은 채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테슬라는 C타입 USB 포트가 미장착된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GM도 반도체 부족 여파로 일부 주요 모델 열선 시트 기능을 제거하고 차량을 출시했다. BMW도 터치스크린을 제외하고 고객에게 500달러(한화 약 59만2400원)를 보상해주기로 했다.

완성차 업체가 반도체 기업과 협업을 추진하고, 내재화를 본격화하는 이유도 반도체 수급난을 해결하고, 앞으로 늘어날 반도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함이다. 물론 당장 반도체 수급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2023년에 완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통 반도체 생산라인은 착공부터 양산까지 2년 정도가 소요되는데, 올해 본격적으로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와 반도체 기업 간 협업은 일종의 트렌드처럼 자리잡을 전망이다. 앞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기 시작하면서, 필요한 반도체 수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 자율주행 등 기능이 고도화되면 그만큼 반도체 필요 수도 증가한다. 마크 로이스(Mark Reuss) GM 사장은 “자동차가 복잡해지면서 몇 년간 반도체 수요가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외 주요 완성차 기업이 반도체 생산업체와 협업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협업을 통해 수혜를 입는 기업은 미국에 위치한 기업에 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미국 정부의 현 기조는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자체 생산하고, 물량을 해외로 주지 말라는 분위기”라며 “만약 이들이 해외 파운드리와 협업하게 된다면 제재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나 DB하이텍과 같은 국내 파운드리 기업은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협업을 통해 수혜가 보는 기업은 미국에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기업이 될 전망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로 EU 내에서 자체 생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유럽은 현재 반도체 관련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EU 차원에서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TI가 지원을 받았고,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이 수혜를 입기 위해서는 미국 진출을 단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진출 가능성이 있긴 하나, 거금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증설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또한, DB하이텍은 따로 해외 생산라인 증설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해외 완성차 업체와 국내 기업이 협업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의 미국 내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