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CEO로 살펴본 네이버의 전략

네이버의 차기 CEO 내정자로 인해 IT 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시가총액 3위 기업을 1981년생 여성이 이끌게 됐다는 점이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CEO는 기업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어떤 CEO를 선임하느냐는 그 회사가 어느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번에 네이버 차기 대표로 내정된 최수연 CEO 내정자도 네이버가 가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 역대 CEO와 그들이 상징했던 전략을 살펴보고 최 내정자 선임의 의미도 탐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휘영

이해진·김범수 등 창업자가 아닌 최초의 네이버 CEO는 최휘영 전 대표입니다. 최 대표는 연합뉴스와 YTN 등에서 일한 기자 출신입니다. 2003년 네이버에 기획실장으로 결합했다가 2005년부터 공동대표에 올랐습니다.

이 시기는 국내 포털 서비스에서 뉴스가 킬러콘텐츠로 자리매김할 때입니다. 지식iN, 블로그, 카페 등 사용자들이 생산한 콘텐츠(UGC)도 중요했지만, 상대적으로 신뢰도 높은 콘텐츠는 뉴스였습니다. 네이버는 모든 이들이 뉴스를 보고 싶을 때 네이버에 방문하도록 하고자 했습니다. 대표가 기자 출신이라는 점은 이를 상징합니다.

네이버의 맞수였던 다음(현 카카오)도 비슷한 시기에 기자출신인 석종훈 전 대표가 이끌었다는 점은 당시 포털에서 ‘뉴스’가 가장 중요한 서비스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석 전 대표는 조선일보 기자출신으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이끌었습니다.

김상헌

네이버는 2009년 법조인 출신의 김상헌 대표를 선임합니다. 이 시기는 네이버가 각종 리스크에 힘들어할 때입니다. 특히 뉴스를 휘어잡고 있는 네이버에 언론과 정치권이 따가운 눈총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8년 광우병 파동은 네이버가 적지 않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는 계기였습니다. 광우병을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니 네이버의 공정성 시비가 자주 일었습니다. 뉴스를 독점하는 네이버가 특정 정치세력을 편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진보와 보수 모두에서 나왔죠.

법조인 출신의 김상헌 대표 선임은 이와 같은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인사였습니다. 김 대표는 특히 대외 활동에 많은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정치권과 언론을 주로 김 대표가 상대했습니다.

2013년 국내 거의 모든 언론이 동시다발적으로 네이버에 대한 비판 기사를 쏟아낼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네이버를 정조준했습니다. 김상헌 전 대표는 이 거대한 파도를 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김 전 대표가 8년 동안 네이버를 이끌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김 대표는 또 한게임 분할, 라인 상장 등 모바일 격동기에 있었던 굵직한 이슈를 잘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시기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최세훈 대표가 이끌었습니다. 그는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입니다. 네이버는 리스크 관리, 다음은 재무관리가 당시의 당면과제였음을 보여줍니다.

한성숙

2017년 3월, 한성숙 현 대표가 네이버를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한 대표는 ‘서비스 전문가’입니다. 엠파스 검색본부장과 네이버 서비스 총괄임원을 역임했습니다. 한 대표가 상징하는 것은 서비스 혁신 및 다각화입니다. 네이버는 국내 1위 인터넷 기업으로 강력하게 자리잡았지만 핵심은 뉴스를 통한 사용자 유입과 검색광고를 통한 수익창출이 중심이었습니다.

한 대표에 부여된 미션은 네이버에 검색 이외의 새로운 기둥을 만드는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검색은 강력한 수익모델이지만 언제까지 검색에만 의존할 수는 없으니까요.

한 대표는 취임 이후 “개인이 성공을 꽃 피우는 기술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내세웠습니다. 누구나 네이버에서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도록 기술적인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1인 창작자와 스몰 비즈니스(소상공인)가 한 대표의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그 결과 네이버는 이제 국내 1위의 이커머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스마트스토어와 브랜드스토어는 네이버를 이커머스 시장 1위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검색이라는 기둥 하나로 지탱하던 네이버에 이커머스라는 새로운 기둥이 더해졌습니다. 한 대표는 네이버 모바일 메인에서 뉴스를 보여주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제 네이버 모바일 앱을 열고 왼쪽으로 가면 쇼핑, 오른쪽으로 가면 뉴스가 나옵니다.

여기에 콘텐츠, 핀테크, 클라우드 등 미래의 기둥들도 적지않은 무게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3분기 네이버 매출 비중을 보면 검색 매출이 5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검색 매출이 줄어서 나온 결과가 아니라 다른 매출이 늘어서 나온 수치입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내정자

최수연

그럼 최수연 신임 대표 내정자가 상징하는 것과 무엇일까요? 최우선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나이’일 것입니다. 최 내정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 네이버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던 인물입니다. 당시 최 내정자를 가르쳤던(?) 선배들이 아직 네이버에 많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 내정자를 차기 대표로 선임했다는 것은 다시 젊은 네이버로 되돌아가자는 의미로 보입니다.

창업자인 이해진 GIO는 네이버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도 기존 재벌과는 다른 기업을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도 나이를 먹다보니 ‘꼰대’적인 문화가 생겼습니다. 심지어 직장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직원까지 나왔습니다. 최 내정자 선임은 이런 기업문화를 혁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이해진 GIO는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 불거진 이후 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을 하는 길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을 밝힌 바 있습니다.

최 내정자는 네이버 내부의 시각과 외부의 시각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팀에서 일하면서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에 네이버에 근무했습니다. 네이버라는 회사가 가지는 사회적 무게를 그 당시에 몸소 체험했을 것입니다.

네이버 퇴사 후에는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도 땄습니다. 그는 지난 10년간 외부에서 네이버를 관찰했습니다. 내부 인사들은 아무래도 내부 시각과 논리에 갇힐 수밖에 없지만, 최 내정자는 네이버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도 겸비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 내정자 선임은 글로벌을 향한 네이버의 의지도 보여줍니다. 그는 네이버에 다시 입사한 이후 2년 동안 글로벌 사업 지원을 책임져왔습니다. 네이버 측은 최 내정자가 그동안 국내외 사업 전반을 지원하면서 보여준 문제해결 능력, 글로벌 사업 전략 및 해당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최 내정자와 함께 선임된 김난선 CFO 역시 글로벌 투자 강화 의지를 보여줍니다. 김 CFO 내정자는 글로벌 투자 회사인 모건스탠리와 맥쿼리에 일하면서 글로벌 M&A를 다수진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네이버에서도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 등을 주도했다고 합니다.

사실 어쩌면 최 내정자 선임은 모험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리더십 변화에 다른 임직원들이 뒷말없이 따를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대표 바뀐다고 기업문화가 일시에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또 최 내정자의 리더십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유능한 인재이라는 평가에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없지만 그가 큰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은 없습니다. 자칫 CEO의 리더십이 흔들릴 경우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는 현재 많은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직장내 괴롭힘으로 상징되는 기존 조직문화를 바꿔야하고, 플랫폼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빅테크 공룡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최 내정자가 이 문제들을 모두 풀기 위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주목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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