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산 래디쉬 “경쟁자? 네이버보단 킨들”

“오히려 경계하는 건 아마존 킨들이거든요. 킨들이 장악하고 있는 유료 장르 소설 시장에서, 연재 웹소설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창업해 운영하는 이승윤 대표의 말입니다. 래디쉬는 지난 5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하며 인수한 곳이죠. 네이버가 인수한 왓패드랑 카카오의 래디쉬가 북미시장에서 웹툰‧웹소설을 놓고 경쟁하는데 경영자 입장에서 실제로 많이 견제가 되느냐, 상대와는 다른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느냐고 묻자 나온 답입니다.

이승윤 대표는 20일 화상인터뷰로 한국의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이 준비한 온라인 데모데이에 초청된 인터뷰이 중 한명이었죠. 미국 실리콘밸리에 도전해 성과를 거둔 스타트업 대표가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세션에서 즉석 질의 시간을 가졌는데요.

국내에서는 웹툰과 웹소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보도되지만, 국외에서는 이제 시작인 단계입니다. 한국이 종주국이죠. 대표주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미국과 일본 시장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래디쉬는 그 선봉에서 미국 사업을 이끌고 있는 곳이라, 현장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 대표는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전략담당(GSO)으로 일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승윤 래디쉬 대표

이 대표도 아직은 미국 콘텐츠 시장에서 웹소설이 큰 포지션을 차지하는 분야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미국에서 전자책(ebook)이나 소설(reading) 같은 서비스를 생각하면 킨들이나 오더블 정도만 생각할 거고, 그 외의 서비스는 이제 성장하는 단계라 보고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킨들과 오더블은 아마존이 서비스하는 전자책, 오디오북 서비스를 말합니다. 이 발언은 두 가지 사실을 함축하고 있죠. 미국에서는 아직 매일 돈을 내고 보는 연재물로서의 ‘웹소설’ 시장이 시작단계라는 것, 그리고 미국 사람들이 지금까지는 디지털 콘텐츠를 읽으러 가는 곳으로 아마존을 택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존 킨들 외의 다른 플랫폼에서 텍스트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동 자체를 아직은 어색해한다는 것으로도 들리네요.

그러나 언급한 두 영역- 콘텐츠와 플랫폼- 에서 모두, 성공의 가능성은 읽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선 콘텐츠 영역을 살펴보죠. 래디쉬의 월간 이용자 수는 100만명 정도라고 합니다. 큰 사이즈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만, 흥미로운 것은 래디쉬에서 연재하는 작가 중 많게는 월 5억원 이상 매출이 나는 작품도 있다는 것이죠.

돈을 버는 작품과 작가가 계속 배출된다면 회사가 콘텐츠를 넘어 플랫폼 사업에서도 한번 해볼만한 상황이 됐다는 걸 뜻합니다. 비벼볼 언덕이 생긴거죠.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서 장땡은 누가 더 재밌는 IP를 많이 갖고 있느냐 아닙니까? 래디쉬라는 플랫폼에 재밌는 게 많다고 입소문이 난다면, 플랫폼 사업도 얼마든 성장이 가능합니다. 100만명이 1000만명이 되고, 1억명도 될 수 있겠죠. 물론, 아주 긍정적으로 쓴 가설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플랫폼으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 자체는 고무적입니다. 콘텐츠 하나하나의 성공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콘텐츠를 소비자와 연결하는 플랫폼의 파급력은 그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죠. ‘오징어게임’이라는, 국적을 불문하고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드라마가 한국에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연일 뉴스가 나오는데요. 만약 세계 사람들이 마블 같은 콘텐츠를 한국의 플랫폼을 통해서 매일 읽는다면 그건 또 다른 가치의 뉴스 아니겠습니까(당연히 돈도 더 많이 벌테고요).

이승윤 대표는 웹소설이라는 분야가 특히 자본적인 면에서도 국내 기업이 해볼만한 영역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BTS나 오징어게임, 기생충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IP가 (글로벌로) 진출한 것이지, 콘텐츠 플랫폼이 미국에서 터진건 아니다”라면서 “그래도 웹소설 플랫폼 같은 경우는 한 번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넷플릭스처럼 큰 자본을 가진 빅테크와 당장 싸워 이기긴 어렵지만, 반대로 아직 빅테크가 큰 투자를 하지 않은 시장에서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콘텐츠 플랫폼 플레이어로서의 지분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거죠.

‘웹소설을 위한 넷플릭스’. 래디쉬의 모토라고 합니다. 그러면 래디쉬는 어떠한 성장 전략을 갖고 있을 까요? 역시 좋은 IP가 답이겠죠. 이승윤 대표는 “월 10억원 수익을 찍을 수 있는 히트 IP가 몇개인지 트랙킹하고, 그런 콘텐츠와 작가를 어떻게 소싱하고 마케팅할까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는데요. 좋은 작가들에 공정한 대우를 해서 많이 모셔와야 할 겁니다.

그러기까지 아직 래디쉬도 갈길은 멀고요. 따라서, 네이버를 아직 경쟁자라 보기 보다는 “작가 생태계를 넓혀줄 협력자”라고 인식한다고 답했습니다. 네, 저도 ‘네이버 vs 카카오’ 같은 기사를 여러번 쓴 기억이 나는데요. 이런 기사 자체가 아직 이르다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이들은 더 많은 구독자가 이들의 이름을 알아줘야 한다는 기본적인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꾸준히 성장 지표가 올라가고 있다는 고무적 소식이 계속해 들리길 기다려보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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