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과잉공급 일어나나… “B2B 타깃전환이 핵심”

한동안 장기호황을 누리던 D램 시장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소 연말까지는 계속해 오를거라 보였던 D램의 값이 3분기부터 꺾여 가격 하락 사이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D램의 공급이 많아지는 것이 원인인데, 전망 보고서를 내놓은 곳이 반도체 시장 분석에서 정확도가 있는 곳이라 주목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4분기 전반적인 D램 가격이 3~8%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거나 검토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개인용 컴퓨팅 디바이스의 수요가 줄고, 반대급부로 D램의 과잉 공급이 일어나고 있어  이것이 D램의 가격 하락을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라더니…

일반적으로 D램은 일정한 주기에 맞춰 가격이 오르내린다고 알려져 있다. 그 중 장기간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일 때, 이를 ‘슈퍼사이클에 접어들었다’고 표현한다. 통상적으로 슈퍼사이클에 접어들면 가격이 상승하는 ‘업사이클’과 가격이 하락하는 ‘다운사이클’이 각각 6분기씩 이어진다.

따라서 그간 상승세를 이어오던 메모리 업체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반적으로 메모리 업체들은 D램의 가격 등락에 따라 실적도 오르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슈퍼사이클을 기대한 기업들은 디바이스와 서버향 메모리 수요가 증가해 하반기에는 더욱 호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 전망이 빗나갈 수 있겠다. 트렌드포스는 보고서를 통해 “3분기까지만 해도 생산 성수기를 거치겠으나, 4분기에는 D램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D램 수요는 감소하고 있으나, 반도체 수급난을 우려했던 기업들에 의해 재고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이제는 D램 시장도 과거처럼 사이클에 따라 가격이 움직인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계에서 발생하는 변수에 따라 D램 가격이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큰 폭으로 D램의 가격이 주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적은 폭으로, 여러 변수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전 같지 않은 D램 수요

D램 수요가 감소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코로나19 중증환자만 케어하고, 일반 감염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위드코로나’를 시행할 것이라는 국가도 적지 않다. 영국은 이미 위드코로나를 시행하고 있으며, 호주는 크리스마스 때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위드코로나 도입을 위해 논의하는 중이다.

외부 활동을 재개하면 PC, 노트북, 태블릿 등의 디바이스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했던 시점에는 재택근무와 원격교육이 불가피했고, 여가생활도 홈 엔터테인먼트 위주로 즐기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처럼 출근과 등교를 하고, 대면활동이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노트북이나 태블릿의 수요도 줄어든다. 더불어 디바이스에 탑재되던 D램과 부품도 과거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다.

서버 부문에서도 D램의 수요보다는 공급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버향 D램의 가격은 0~5%정도 하락할 예정이며, 올해 4분기부터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미 서버 업체들이 반도체 수급난을 대비해 D램 재고를 확보해 놓았기 때문이다. 현재 서버 업체들은 재고를 소진하고 있어 새롭게 D램을 공급받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아져 D램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픽 처리장치에 탑재되는 D램 GDDR(Graphics Doulbe Data Rate) 수요도 마찬가지로 감소하는 추세다. GDDR은 그래픽 처리장치에 탑재돼 데이터 처리를 돕는 역할을 하는 그래픽용 D램을 말한다. 현재 그래픽 처리장치 수급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관련 부품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이를 탑재할 수 있는 그래픽 처리장치가 없는 상황이다. 수요가 적어 공급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픽 처리장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GDDR 과잉공급도 해결될 수 있다.

다시 B2B로… “과도기 불가피”

D램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언급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현재 D램 수요가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핸드셋(handset,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디바이스) 부문인데, 이 또한 내년에 출하량이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다”며 “당분간 D램 가격은 견조세를 유지하거나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DDR5 출시도 D램 가격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예정이다.

DDR5는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D램인 DDR4에 비해 성능은 두 배 높고, 소비전력은 10% 줄어들어 ‘차세대 D램’으로 불리고 있다. 올해 말 인텔이 DDR5를 탑재할 수 있는 12세대 코어 ‘엘더레이크(Alder Lake)’를 출시할 계획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D램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엘더레이크에는 DDR4와 DDR5가 하이브리드 형태로 탑재되기 때문에, DDR5 시장이 크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DDR5가 본격적으로 탑재되는 인텔의 데이터센터용 마이크로아키텍처 사파이어래피즈(Sapphire Rapids)가 출시돼도 마찬가지다. 사파이어래피즈는 2022년 2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인데, 일부 관계자들은 이 시점에 맞춰 DDR5와 D램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파이어래피즈가 출시되면 여기에 탑재되는 DDR5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메모리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할 것이라고 추측한 것이다.

하지만 또다른 관계자들은 메모리 기업들이 다시 B2B 시장을 노려야 과잉 공급에 의한 타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증가했던 PC, 노트북, 태블릿 등 B2C 수요는 외부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에는 B2B 수요가 D램 시장을 좌우했기에, 수요에 따라 과거의 시장 구조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해당 전문가는 “이 과정에서 과도기를 거칠 수는 있으나, 사람들이 다시 기업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기업은 다시 회사 인프라에 투자를 할 것”이라며 “D램 생산업체들도 B2B 시장을 다시 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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