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막는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앱마켓을 규제하는 세계 첫 입법이 이뤄진 것입니다.

이 소식은 외신들도 앞다퉈 보도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처드 블루멘탈 미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관련 기사를 인용하며 “한국은 앱 경제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발걸음을 뗐다”면서 “미국도 뒤쳐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블루멘탈 의원은 우리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유사한 ‘오픈 앱 마켓 법’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결제시스템을 독점하는데?

그런데 생각해보면 인앱결제 의무화 금지라는 건 어쩐지 좀 이상한 구석이 있습니다. 결제라는 창구를 틀어쥐고 있는 건 구글과 애플뿐 아니라 대부분의 플랫폼이 가진 공통점입니다. 플랫폼 내에서의 거래를 추적할 수 있어야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아프리카TV에서 시청자들이 BJ에게 별풍선이 아닌 계좌이체로 후원을 한다고 가정해볼까요? 아프리카TV는 시청자와 BJ가 어떤 거래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럼 수수료를 받을 수도 없죠. 결국 아프리카TV의 수익모델은 사라지고, 아프리카TV는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BJ가 활동할 공간도, 시청자가 즐길 앱도 사라지니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심지어 이번 인앱결제 의무화 방지법 통과를 학수고대한 네이버나 카카오도 결제시스템 독점을 통해 수익을 얻습니다. 예를 들어 시리즈 앱에서 네이버웹툰을 보려면 사이버머니인 ‘쿠키’를 구매해야 합니다. 네이버웹툰 독자가 “작가에게 내가 따로 돈을 줬으니 웹툰 보여주세요”라고 한다면 네이버가 “네, 알겠습니다” 하진 않겠죠.

이처럼 플랫폼이 결제시스템을 강제하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인데 국회는 왜 구글과 애플에만 화를 내고, 인앱결제 의무화 금지법 같은 걸 만들었을까요?

운영체제 독점력의 전이

가장 큰 이유는 구글과 애플이 자신들이 돈을 받는 이유에 대해 플랫폼(앱 마켓) 이용료가 아닌 결제 시스템 이용료로 포지셔닝 했다는 점입니다. 플랫폼 이용료라면 플랫폼을 이용하는 누구나 내야하는 비용일텐데, 구글과 애플은 지금까지 특정 업종(디지털 콘텐츠)이 인앱결제를 이용할 때만 수수료를 징수해왔습니다. 아마존이나 쿠팡처럼 실물 거래를 하는 업체들은 수수료를 내지 않았고, 디지털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수익모델이 광고인 업체에는 수수료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게임이나 웹툰, 소개팅 앱 등 일부 업체에만 수수료를 받게 됐습니다. 소수의 업체에만 수수료를 받으니 수수료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겠죠.

그럼 구글과 애플은 왜 플랫폼 이용료가 아닌 결제 시스템 이용료를 받았을까요? 저는 운영체제의 독점력을 앱 마켓 독점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구글과 애플이 앱 마켓을 독점하게 된 것은 운영체제 독점에 의한 것입니다. 애플은 다른 앱 마켓은 원천적으로 금지시켰고, 구글도 명목상은 개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안드로이드폰에서 구글플레이만 생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운영체제에서 다른 앱 마켓을 사실상 금지시켜 놓았는데 앱 마켓 이용료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징수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각국의 경쟁당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결국 구글과 애플은 운영체제의 독점력을 앱 마켓 독점으로 전이시키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결제시스템 이용료’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향후 전망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생각보다 큰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과 유럽 의회와 정부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의 독점을 견제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앱결제 의무화 금지법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입니다.

만약 한국의 입법사례가 해외에 다 퍼진다면 구글과 애플은 심각한 수익감소를 겪게 될 것입니다. 대형 게임사처럼 그동안 군말없이 인앱결제 시스템을 이용했던 업체들도 이제는 앱 마켓 세금을 줄이기 위해 독자결제 노선을 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많은 앱 개발사에 새로운 고민을 안겨줄지도 모릅니다. 구글과 애플은 인앱결제 수익감소를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할 것입니다. 소수 업체에게 많이 받던 수수료를 다수 업체에게 조금씩 받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할 수도 있고, 앱 마켓 내에 광고와 같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식이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앱 생태계에 전환점이 생겼고, 이 변화에 각 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시장구도가 또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은 상기해야 할 듯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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