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의 ‘페이스북 저격’…5가지 잘못 뭐길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페이스북에 대해 ‘작심하고’ 취재한 탐사 보도를 쏟아냈다. 지난 17일(현지시간)까지 페이스북이 얼마나 ‘악덕 기업'(?)인지를 알리는 ‘5가지 파일'(링크)이 공개됐다. 페이스북은 18일 이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셀러브리티(Celebrity) 리스트를 만들어 이들을 ‘크로스 체크'(cross check) 혹은 ‘X체크'(XCheck)란 프로그램 하에 특별 관리해 왔으며 ▲인스타그램이 10대들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었다는 걸 내부 연구로 이미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했고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을 더 많이 사용하기 위해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개편했는데 이것이 사회에 분노와 선정성을 더 가중시켰고 ▲인신매매범과 마약 카르텔 등이 활동하는 걸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고 ▲백신 주저 현상(vaccine hesitancy: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해 우려하며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회 현상)이 페이스북을 통해 조장되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다.

WSJ의 폭로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빅테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충분히 불을 붙일 만한 것이다. 미국 정부와 당국은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바짝 조이기 시작하는 참이고. WSJ가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 탐사 보도를 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이번 보도로 ‘알면서도 당당히 잘못을 숨겨 온’ 페이스북에 대한 경각심만은 분명히 커졌다.

이번 탐사 보도에 나섰던 제프 호위츠(Jeff Horwitz) WSJ 기자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페이스북은 이 모든 부정적인 것을 멈출 수 있는 도구(능력)를 갖고 있다”고. 그것도 아주 정확하고 자세하게(in acute detail). 바로 그것이 페이스북의 잘못을 그냥 넘어가기 힘든 이유라고 WSJ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리처드 블루먼솔(Richard Blumenthal) 민주당 상원의원(코네티컷)은 WSJ에 “페이스북은 마치 대형 담배회사들이 써 놓은 교과서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것 같다. 대중들 앞에서 (위험하다는 사실이 결과로 나타난)과학을 숨기고, 10대들에게 잠재적으로 위험한 것을 (사용하도록) 타깃팅한다”고 비난했다. 블루먼솔 의원은 인앱결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열린 앱 마켓 법안(Open App Markets Act)을 발의하는 등 빅테크의 독점 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페이스북의 ‘셀럽 특별 관리’

WSJ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크로스체크’ 혹은 ‘X체크’로 불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580만명 가량의 정치인과 운동선수, 연예인 등 이른바 페이스북 셀럽, 이들의 표현으로는 ‘엘리트’들을 별도로 관리했다. 일부 셀럽들에겐 엄격한 검열 등의 규칙 적용이 제외됐다. 특권을 줬고 더 나은 대우를 제공했다. 뉴스 가치가 있다거나 영향력이나 인기가 있는 사람 등에게 주어졌다. 이들이 불만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지난 2019년 브라질 축구 스타 네이마르(Neymar) 사건도 그래서 발생할 수 있었다. 네이마르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은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계정 중 하나. 한 여성이 네이마르를 강간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자 네이마르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에 그 여성과 주고받은 메시지, 이름, 나체 사진 등을 올렸다. 오히려 그 여성이 자신을 갈취하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페이스북 운영 지침에 따르자면 인증되지 않은 나체 사진은 삭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진을 게시하는 사람들의 계정도 삭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특별 관리되던 네이마르의 게시물은 하루 이상 페이스북에 게재됐고 그 이후에야 삭제됐다. 이미 5000만명 이상이 이 게시물을 본 이후였다.

◇ “인스타그램이 10대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걸 알지만…”

페이스북이 소유하고 있는 인스타그램과 관련, 내부 연구원들은 인스타그램이 수백만명의 젊은 사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수년간 반복해서 연구해 왔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이 특히 10대 소년들에게 다른 소셜 미디어 플랫폼보다 더 해롭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침묵했다.(관련기사)

의회 등 공개 석상에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이 사실을 숨겼다.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왔다. 오히려 인스타그램은 만 13세 이하 어린이들을 위한 인스타그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 사회적 분노를 더 부추긴 알고리즘 변경

WSJ은 지난 2018년 페이스북이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바꾼 것이 큰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그 전 해 댓글과 ‘좋아요’, 공유가 계속 감소하는 것을 인지한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바꾸기로 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것은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신 친구나 가족과 함께 의미있게 상호작용을 하도록(Meaningful Social Interactions) 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내부 조사에 따르면, 이후 일일 활성 사용자가 증가했고 사용자들은 긴밀하게 연결돼 공유된 콘텐츠가 더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지만 이런 콘텐츠에는 ‘과도한’ 수준의 오보, 폭력 콘텐츠 등이 포함돼 있었다. 사람들은 논란이 되는 내용에 대해 언급하고 공유하려는 경향이 있고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이들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고 WSJ은 지적했다.

버즈피드의 조나 페리티 CEO는 이 변화로 인해 인종적으로 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자사의 기사가 과도하게 공유됐다는 불만을 페이스북에 직접 고지하기도 했다. 폴란드와 대만, 인도의 일부 정당들도 페이스북에서의 의사 소통이 점차 부정적으로 기울게 됐고 더 극단적인 정책적 입장으로 이끄는 효과가 나타났으며 이것이 알고리즘 변경 때문이라고 우려했다고 한다.

◇ 인신매매범과 마약 카르텔을 방치한 페이스북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페이스북은 악이 활개치도록 ‘돕는’ 플랫폼이었다. 인신 매매범들은 여성들을 노예처럼 취급하거나 성매매를 강요받는 고용 상황으로 유인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이용했고, 무장 단체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소수 민족에 대한 폭력을 선동했다. 내부 문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러한 일부 페이지를 삭제하지만 더 많은 페이지들이 공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지난해 회사를 그만 둔 브라이언 볼랜드 전 페이스북 부사장은 “페이스북은 개도국에서의 이러한 피해를 단순히 사업하는데 드는 비용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WSJ은 페이스북이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개도국을 공략하고 있지만 안전에 신경쓰는 건 강력한 정부와 미디어 등이 있는 부자 나라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 잘못된 백신 정보의 온상

저커버그 CEO는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 거짓 정보가 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를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붙이는 등 백신 접종 확산을 위한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보건 기구들과 협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 당시 페이스북 내부 연구원들은 백신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페이지가 벌떼처럼 늘어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었고, 영어로 된 백신 관련 게시물에 달린 약 41%의 댓글이 백신 접종을 단념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고. 연구원들은 “부정적인 댓글이 대개의 경우 백신 안전성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가 허위 정보가 퍼지는 걸 방치해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기피하게 만들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까지 강경하게 발언하고 나선 것이다.

WSJ은 이렇게 페이스북은 일부 사용자들에게만 유리하고 청소년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 알고리즘은 불화를 조장하고, 마약 카르텔 등 범죄자들이 공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도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거나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 페이스북의 입장

닉 클레그 페이스북 부사장은 블로그를 통해 WSJ의 보도는 페이스북이 문제가 있다는 걸 자체 연구로도 알고도 고의적으로 무시한다고 하는데 이는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는게 맞다고도 했다.

그리고 만약 페이스북이 애초에 이런 종류의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스스로에게 거울을 들이대고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어려운 질문을 던지기 위해 조사를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어렵고 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클레그 부사장은 “페이스북은 글로벌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수반되는 중요한 책임을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정밀 조사나 비판을 피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회사의 동기에 대한 반감, 우리 업무에 대한 잘못된 특성화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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