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을 분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단기적 기업 가치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인 배터리 시장 수요 충족을 위해서는 분사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1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 분사를 승인했다. 이 회사는 앞서 8월 3일, 두 사업부문을 독립회사로 분할할 계획을 공개한 바 있는데, 이번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그 결정을 확정한 것이다.

특별 결의 사안이 주주총회에서 승인되기 위해서는 참석자 중 3분의 2 이상, 전체 주식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번 총회에서는 참석자 중 80.2%가 사업분할에 찬성했으며, 19.2%가 반대했다. 이로써 두 사업부문은 각각 SK배터리(가칭)와 SK E&P(가칭)로 독립하게 됐다.

이번 분할로 SK이노베이션은 SK배터리(가칭)와 SK E&P(가칭)를 포함해 총 8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분할 전에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석유개발, 신성장 사업발굴 및 육성 R&D를 담당하고, 6개의 자회사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 물적분할로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의 신성장 사업 발굴과 육성 R&D에 집중할 방침이다.

분사가 결정되기 전,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석유개발 사업 분사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기도 했다. 총회 전날인 15일 2대 주주인 국민연금 측에서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핵심 사업인 배터리 사업이 SK이노베이션에서 빠져나가면서 주주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일부 주주들은 반대 의사를 표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이 처음 분사 계획을 발표했을 때에는, 주가가 소폭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사업이 차지하고 있는 가치 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이 활성화되면서 전기차 시장과 더불어 배터리 시장이 성장했고, 그 여파로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들도 수혜를 봤다. 배터리 사업은 SK이노베이션 내 핵심사업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이 핵심사업이 떨어져 나가면서, 배터리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기업에 대해 주주들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과 업계 관계자들은 두 사업부문을 분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당장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게 되면, 배터리 전문 회사로서 투자금을 유치하기 쉬워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배터리 전문기업이 아니라 타 사업과 함께 융합되어 있는 회사라면, 사업 방향성을 판단하기 어려워지며 생산 및 사업 운영 시에도 자금 운용하는 데에도 효율성이 낮아진다”며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부분에서도 타 사업과 희석이 많이 되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배터리 사업 분사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배터리 기업들이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배터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함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퍼런시 마켓 리서치(Transparency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2021년부터 2031년까지 11%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며 1203억달러(한화 약 139조127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기업들은 늘어나는 배터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CAPA(생산량)를 늘려야 하고,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R&D도 추진해야 한다. CAPEX(미래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비용) 또한 확보해 놓아야 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자금이 많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하지만 사업 차익금만으로는 필요 자금을 모두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금 조달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분사를 단행했다.

다만 IPO에 대해서는 “서두를 계획이 없다”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당장 IPO를 진행하는 것보다는 시장과 회사의 내부 상황을 고려해 차근차근 IPO를 추진하는 것이 더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분사를 먼저 추진하는 것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배터리 시장에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환경을 마련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정관 개정안도 통과했다. 과거에는 배당 지급 시 금전으로 지급이 됐는데, 이제는 주식으로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기존 주주들도 새 자회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주주 가치 훼손에 의한 반발을 달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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