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BN] 당근마켓은 이상한 비즈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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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근마켓이 생각하는 로컬 커뮤니티
- 당근마켓의 파괴력
- 당근마켓의 역사
- 당근마켓의 해외진출 비전
고백하자면 당근마켓이 처음 등장했을 때 나는 ‘이상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성공 가능성도 높게 점치지 않았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기본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양면시장이라는 특성상, 참여하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많을수록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고매물로 나온 상품이 많을 수록 구매자가 늘어나는 법이고, 구매자가 늘어날수록 중고매물을 내놓는 이가 많아지는 법이다.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가치가 커진다고 해서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다.
그런데 당근마켓은 이런 법칙에 반하는 비즈니스를 내놓았다. 판매자나 구매자는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에서 벗어나서 거래를 할 수 없다. 옆동네에 구매자가 있어도 팔 수 없다. 도시지역의 경우 반경 3km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거래를 제한하는 이런 정책으로 무슨 플랫폼 비즈니스를 한다는 걸까?
나만 이상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던 건 아닌가보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에 따르면, 처음에는 투자자들도 이해를 못해서 설명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김용현 대표의 답은 명확하다. 그리고 이 대답이 당근마켓의 본질인 것 같다.
“당근마켓은 커머스 플랫폼이 아니에요”
나는 당연히 당근마켓을 중고거래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처음에 이해를 못했다는 투자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김 대표가 정의하는 당근마켓은 커머스가 아니라 로컬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커머스의 관점으로 보면 당연히 많은 판매자와 많은 물품, 이런 것들이 중요하지만 커뮤니티 관점으로 바라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당근마켓이 생각하는 로컬 커뮤니티란 무엇일까? 동네 사람들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손쉽게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주말에 ‘너무 늘어져 있다’ 싶어서 ‘축구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당근마켓에 “일요일에 함께 공 찰 분들 모여봅시다”라고 올리고, 갑자기 알바생이 아파서 못나온다고 연락을 받은 편의점 사장님은 “오늘 오후에 3시간만 편의점 일 도와주실 분 계실까요?”이라고 올리고, 아이 간식을 준비하다가 갑자기 만두찜통이 필요해진 주부는 “OO아파트에서 만두 찜통 빌려주실 분?”이라고 올리는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중고거래는 그냥 동네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 활동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 때문에 당근마켓이 자주 언급하는 두 표현이 있다. ‘하이퍼 로컬’과 ‘슬세권’이다. 하이퍼 로컬이란 아주 좁은 지역(로컬)이라는 의미이며, 슬세권은 슬리퍼 신고 돌아다닐 수 있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당근마켓이 추구하는 가치를 드러내는 표현들이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저희는 범위를 더 좁혀나가려고 해요. 왜냐하면 가까울수록 더 좋거든요. 가까울수록 만나기도 편하고 거래하기도 편하고… 가까울 수록 같은 동네 주민이고 동질감도 더 느끼기 때문에 모든 게 다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가까워지면 뭐가 그렇게 좋을까? 가까워질수록 친근해지고 신뢰도가 높아진다. 중고거래를 해도 가까운 동네 사람과 하면 훨씬 안전하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라는 밈이 있을 정도로 중고거래 C2C(Consumer-to-Consumer) 플랫폼은 신뢰도가 낮은데, 동네사람과의 거래는 훨씬 평화롭다. 신뢰도가 높아지면 중고나라 시절에는 중고거래를 한 번도 안 했던 사람이 당근마켓에서 처음 중고거래를 시작할 수 있으며, 시장이 커진다.
하지만 당근마켓이 동네사람끼리 커뮤니티에서 친목을 다지는 정도의 플랫폼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당근마켓의 야심을 들여다보면 ‘파괴지왕’을 꿈꾸는 것처럼 보인다.
파괴지왕을 꿈꾸는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기존의 다른 온라인 플랫폼을 로컬이라는 기준으로 리빌딩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당근마켓은 로컬이라는 기반으로 알바천국이나 잡코리아 같은 구인구직 플랫폼의 틈새를 치고 들어갈 수 있다. 신입 개발자 모집이야 잡코리아에서 하겠지만 동네 김밥집 홀서빙 직원은 당근마켓에서 구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 오는 길에 있는 가게만 알았었는데 당근마켓 덕분에 옆골목 동네 맛집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계약 만기로 방을 빼줘야 하는데 우리동네에 새로 나온 원룸 월세 정보를 당근마켓에서 얻는 것도 가능하다. 10여년 전에 동네 버스정류장마다 꽂혀있던 벼룩시장이나 가로수의 역할을 당근마켓이 하게 되는 것이다.
“저희는 로컬에 있는 수많은 가게와 주민을 연결하고, 주민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모임을 갖도록 연결하기 때문에 벼룩시장이나 가로수보다 시장 사이즈는 100배 이상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지난해 당근마켓의 매출은 100억원대라고 한다. 원대한 그림에 비해서는 매출이 매우 적다. 그도 그럴 것이 중고거래 피드 사이에 드문드문 노출되는 에어컨청소, 용달차, 부동산 광고로 뭐 얼마나 매출이 나겠는가. 과연 당근마켓은 돈은 벌면서 원대한 꿈을 향해 갈 수 있을까?
사실 생각해보면 당근마켓이 당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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