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시장, 재료 공급라인·리사이클링 기술 모두 확보해야

배터리 업계가 본격적으로 원재료 확보에 팔을 걷고 있다. 특히 국내 K배터리 3사는 지속해서 원재료 및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정적인 재료 공급과 원가 절감을 위함이다. K배터리 3사도 원재료 공급망 확보를 통해 급격하게 성장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원재료가 되는 광물의 가격은 시기에 따라 크게 변한다. 큰 가격 변동은 곧 배터리 원가의 가격 변동으로 이어진다. 특히 2021년에 들어 전기차 수요 증가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크게 치솟았는데, 이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업들은 원재료를 조기에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 때 그 때 재료를 구매하게 되면 매번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지만, 미리 대량 주문을 넣어 놓으면 그만큼의 변동성은 줄어든다.

더불어 더 낮은 가격에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폐배터리에서는 니켈, 코발트, 리튬, 망간 등 배터리 핵심 소재를 추출해 재사용할 수 있다. 특히 배터리 안정화에 필수적인 코발트는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폐배터리에서 추출하면 원가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배터리 원자재 제공업체는 주로 중국, 호주, 인도네시아에 있다. 중남미 지역도 현재 원재료를 채취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세 국가에 비해서는 매장량이 비교적 적다. K배터리 기업을 포함한 배터리 업체들이 원재료 확보를 위해 중국, 호주, 인도네시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현재 K배터리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타 기업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6일 호주 배터리 원재료 생산업체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Australian Mines)와 니켈 가공품 장기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2024년 하반기부터 6년 간 니켈 7만1000톤, 코발트 7000톤을 공급받는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에는 호주 니켈·코발트 제련기업인 QPM사에 120억원가량을 투자해 지분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니켈과 코발트 물량을 확보해 놓았다.

삼성SDI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원재료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7월 말 진행된 2분기 실적발표에서 “2차전지 원재료 수급 안정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및 추진하고 있다”며 “양극재는 합작법인을 통해 내재화 비중을 높이고, 기타 음극재, 전해액 등의 재료는 주요 공급사와 지분 투자를 통한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SDI는 지난 2020년 11월 QPM사와 니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향후 3~5년간 연간 6000톤의 니켈을 공급받을 방침이다.

더불어 삼성SDI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에도 적극적이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 기업 피엠그로우와,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 등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 측은 “원가절감과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리사이클링 전문업체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해외 시장까지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공급망 확대와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호주 광물 채굴 업체인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와 황산코발트 및 황산니켈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같은 해에는 스위스 코발트 제련업체 글렌코어와 함께 2025년까지 코발트 3만톤을 공급받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더불어 배터리 재활용 부문에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초 ‘배터리에서 배터리를 캔다’라는 내용의 폐배터리 재활용(BMR)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확실하게 원재료 확보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제련 업체와 협업하는 것이다. 제련업체가 폐배터리 원자재 재활용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에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K배터리 업체들의 원재료 확보 동향에 대해 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생산·제련 업체와의 협업도 중요하지만,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관련 협업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아직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해당 전문가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차량용의 경우 보통 5~6년에 한 번씩 배터리를 교체해 줘야 하는데, 5~6년 전만 해도 세계에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현재 나와 있는 폐배터리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관련 기술 또한 아직 개발 과정 중에 있다.

하지만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전기차 시장 자체가 성장세가 가파르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지하 매장량만으로 배터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때가 올 것”이라며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원재료 제련 및 생산업체와의 협업과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관련 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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