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지난 27일 네이버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5월 한 직원이 상사의 괴롭힘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네이버 노조(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 노조 네이버지회)의 요청에 의해 진행된 감독입니다.

고용부의 발표 내용은 앞서 네이버 노조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것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망한 직원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이 있었고, 고인 이외에도 부당한 대우를 받은 직원들이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고용부 발표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습니다. 네이버가 직원들의 연장 및 야간, 휴일근로수당 86억7000여만원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내용입니다. 네이버가 임금체불이라니,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이 나온 것입니다.

네이버는 2020년 총 매출 5조 3041억원, 영업이익 1조 2153억원의 실적을 거둔 회사입니다. 이런 회사에서 직원들의 임금을 떼어먹는다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왜 네이버는 임금체불을 하게 됐을까요?

네이버와 관련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는 네이버의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정부의 주52시간 노동 정책이 부조화를 일으키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네이버는 주52시간 노동정책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제도입니다. 직원들은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서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고, 원하는 시간에 퇴근합니다(물론 업무적으로 자율출퇴근이 불가능한 직군도 있을 것입니다)

네이버가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노동시간이 아니라 업무성과로 평가를 하겠다는 취지라고 합니다. IT산업의 특성상 책상 앞에서 시간만 채운다고 성과가 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제조업의 경우 노동시간 대비 산출물(성과)이 대체로 비례하지만 IT 기업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다고 어려운 수학문제를 더 많이 푸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직원이 몇 시에 출근하고 몇 시에 퇴근하는지는 회사 차원에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주40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하네요. 물론 일부 얘기겠지만요.

이런 상황에서 주52시간 이상 노동금지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규제에 따르기 위해 네이버는 출퇴근 시간을 직원들이 입력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몇시간 일했는지 기록해야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직원이 입력한 출퇴근 시간과 그 직원이 회사 건물에 들어가고 나온 시간이 불일치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일이 끝났으면 얼른 집에 가는 것이 모든 직장인들의 인지상정이겠죠. 근태관리 시스템에 업무가 끝났다고 체크하고 회사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는 것은 실제로는 일을 계속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그렇게 봤습니다. 시스템에 퇴근이라고 입력한 이후 건물을 빠져나가기 전까지의 시간을 일한 것으로 보고 잔업수당으로 계산하니 86억원이라는 수치가 나온 것입니다.

이에 대한 네이버의 입장은 ‘억울하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IT 업계는 개발자 채용을 위해 엄청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임금을 체불한다는 것은 자해행위와 다름이 없습니다. 개발자 채용전쟁 상황에서 임금체불당하면 개발자들이 네이버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겠죠? 남들은 한번에 연봉 몇천만원씩 올려주는데 말이죠. 네이버도 직원들에게 매년 1000만원어치의 주식을 지급하는 등 개발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시스템에 기록한 퇴근시각과 건물을 떠난 시각에 차이가 생긴 직원들은 건물 내 복지혜택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네이버 안에는 은행, 병원, 카페, 운동센터 등 다양한 시설이 있습니다.  업무가 끝난 이후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운동센터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코로나19 시대에는 사내에서 회식이나 모임을 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회사에서 술을 마시지는 않더라도 피자나 치킨 파티 같은 건 할 수 있겠죠.

아마 진실은 둘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급한 일이 쌓여있는 어떤 직원들은 52시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 퇴근이라고 표시하고 계속 일을 했을 겁니다. 또 어떤 나쁜 상사는 이와 같은 행위를 종용했을지도 모릅니다. 반면 어떤 직원들은 퇴근 이후에 회사에서 운동하고 회사카페에서 커피를 마셨을 겁니다.

문제의 원인은 경직된 제도와 현실의 다양성이 충돌하는 것에 있습니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법제도라도 현실과 맞지 않으면 문제를 일으킵니다.

정말 우려되는 것은 이런 일이 반복되면 네이버 같은 회사들은 점차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회사 내에 머문 시간이 곧 근무시간으로 측정된다면 더이상 사내에 다양한 복지 시설이 자리잡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직원들이 사적으로 운동하고 커피 마신 시간에 대해  야근수당 주고 싶은 기업은 아마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나 카카오를 비롯해 선도적인 IT 기업들은 직원들이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도록 하면서 최대한 생산성을 높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각 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경직된 제도와 관리감독은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줄 수 없도록 만듭니다. 어쩌면 고용부가 IT산업의 직장을 더 힘든 곳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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