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의 숙제 ‘신뢰’, 오프라인으로 푸는 법

제품을 투자 보상으로 받는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의 오랜 숙제가 있었다면 ‘신뢰’다. 투자를 받고자 하는 메이커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신의 제품을 좋다고 소개하지만, 그 제품이 정말 좋은지는 투자자가 실제 제품을 받아보고 사용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은 완제품이 아직 출시되지 않은 시제품, 혹은 아이디어 단계에서 투자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크라우드 펀딩을 받고자 하는 메이커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품을 투자 받기 위해 최대한 매력적인 마케팅 문구로 상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지만 세상만사 그렇듯 모든 것이 마음먹은 것처럼 술술 풀려나가진 않는다. 다양한 내외부 변수로 인해 실제 완제품의 성능이 마케팅 소개 문구에 부족해질 가능성은 언제고 있다는 이야기다.

와디즈 리워드형 펀딩 투자 전에 노출되는 배너. 펀딩후 리워드를 제작·준비하는 크라우드펀딩 특성상, 품질 이슈가 발생할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하고 있다.

일례로 2016년, 2017년 미국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와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수십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골전도 선글라스 ‘정글팬써’가 제품 배송 이후 대량 환불 사태를 맞은 적이 있었다. 당시 투자자(구매자)들의 평가에 따르면 정글팬써는 마케팅 문구에 적힌 만큼 외부 차음이 되지 않았고, 볼륨은 작았고, 완충시 사용시간은 짧았다.

당시 소비자들의 분노는 제조사에 멈추지 않았다. 제품을 소개한 중개상이자 플랫폼 ‘와디즈’의 책임론이 대두됐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지적하는 안티 카페가 등장하기도 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품질 문제를 단순히 투자자(소비자)와 제조사 사이의 문제로 방관하긴 어려운 이유가 여기 나온다.

‘신뢰’ 해결을 위한 오프라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둘러싼 신뢰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마케팅 문구로는 누구나 ‘스피커의 음질이 좋다’고, ‘캡슐커피가 맛있다’고, ‘빛나는 피부를 만드는 화장품’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음질과 맛있는 커피, 빛나는 피부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좋은 제품이 누군가에겐 실망스러운 제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람마다 다른 기준에 부합하는지 직접 제품을 들어보고, 먹어보고, 발라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오프라인 공간이다. 메타버스가 이커머스에 경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는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이 영역은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가 지난해 5월 성수동에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공간의 이름은 ‘공간 와디즈’. 현재 와디즈에서 펀딩하고 있는 수백여개 펀딩 프로젝트의 시제품이 여기 전시된다. 패션용품이라면 입어볼 수 있고, 화장품이라면 발라볼 수 있다. 전자제품이라면 사용할 수 있고, 게임이라면 해볼 수 있다.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마음에 든다면 그 자리에서 QR코드를 스캔해서 바로 진행 중인 펀딩에 참여할 수 있다. 와디즈에서 펀딩을 성공한 제품 중 특별히 반응이 좋았던 제품을 따로 추려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공간도 함께 마련됐다.

와디즈 입점 요금제. 프로, 익스퍼트 요금제엔 공간 와디즈 활용이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다.

공간 와디즈는 크게 ‘4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1층 <스페이스>는 와디즈 펀딩에 프로, 익스퍼트 요금제로 참가하는 메이커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쇼룸’으로 구성된다. 쇼룸은 매주 화요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펀딩 제품을 2~3주 동안 전시한다. 그러니까 매주 새로운 상품 구성으로 변화하는 공간이다.

공간 와디즈 1층에 전시된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의 홈골프 시뮬레이터. 골프존이 오프라인 망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시킨 제품이라고 하는데, 공간 와디즈에서 미출시 제품을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다.

공간 와디즈 2층 <플레이스>는 와디즈에서 펀딩에 성공한 제품 중 반응이 좋았던 ‘완제품’을 곧바로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다. 와디즈에서는 ‘식음료’ 펀딩 프로젝트 또한 진행되는데, 2층에서는 관련 상품을 먹어보고 구매까지 할 수 있다. <플레이스>는 카테고리마다 다른 수수료를 와디즈에 지불하여 메이커가 입점, 판매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제품 심사는 와디즈가 맡는다.

공간 와디즈 2층 식음료 코너. 전시된 음식을 곧바로 구매하여 맛볼 수 있다.

지하 1층 <스퀘어>, 3층 <루프탑>은 이벤트 공간,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된다. 콘서트, 전시회와 같은 문화 행사, 메이커와의 비즈니스 미팅 등이 이 공간을 활용해서 진행된다. 공간 와디즈 방문자 또한 자유롭게 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공간 와디즈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2020년 오픈 이후 현재까지 9만7000명이 공간 와디즈를 방문했으며, 그 중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4만2000명이 방문했다.

공간 와디즈 방문자들은 평균적으로 30~40분 정도 머물며 펀딩에 참여하기도 한다. 와디즈에 따르면 공간 와디즈 비회원 방문객 중 50%가 신규 회원으로 전환했다. 공간 와디즈가 ‘체험’ 공간을 넘어서 온라인 펀딩 참여의 마중물로 활용되는 것이다.

황인범 와디즈 CBO는 “공간 와디즈에 소개되는 다양한 제품들을 팝업 형태로 외부 공간에 가지고 가서 소개하고 싶어 하는 유통업체들이 많다. 실제로 와디즈에서 펀딩에 성공한 상품을 자체적으로 큐레이션하여 선보인 업체도 있었다”며 “올해 하반기 2층 <플레이스>의 상품 구성을 그대로 열린 제휴 팝업을 외부 유통업체와 협력하여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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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펀딩의 사전 심사는 와디즈가 합니다 그런데도 못골라내고 대신 오프라인 한곳 만들었으니 와서 직접 확인해라?

    이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싶네요 그저 오프라인 매장을 또하나의 수익 창출 채널로 활용할 뿐이 아닌가 하네요

    이걸 또 신뢰라고 하는 것도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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