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국민신문고에 들어온 한 사연입니다. 한 고객이 배달앱으로 치킨을 주문한 후 음식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사진과 함께 부정적 리뷰를 남겼습니다. 이후 그 고객은 음식점주의 욕설과 협박 문자, 전화에 시달렸습니다. 결국 고객은 불안함에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이에 강력한 시정조치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게 신문고를 작성한 이의 주장이었습니다.

2021년 5월의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한 고객이 배달앱에서 주문한 새우튀김 3조각 중에 1조각이 색깔이 이상하다며 환불을 요청했습니다. 음식점은 1조각에 대한 금액을 당일 환불해줬지만, 고객은 다음날 배달앱을 통해 별점 1점과 함께 부정적인 리뷰를 남겼습니다. 음식점주는 고객의 의견을 전하고자 연락 온 배달앱 측과 통화 중 뇌출혈로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주만에 사망했습니다.

두 사건 모두 결과적으로 음식점과 소비자의 분쟁 사이에서 ‘배달 플랫폼’의 책임이 도마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2017년의 사건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플랫폼의 책임, 2021년의 사건은 음식점주 보호 측면에서 플랫폼의 책임이 논점이 됐다는 차이점은 있지만요.

배달 플랫폼의 책임은 없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 사업자는 소비자와 음식점과 분쟁 발생에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배달 플랫폼 사업자는 소비자와 배달 음식점을 단순 중개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이기 때문입니다. 배달 플랫폼은 주문 당일 재화를 소비하고 소비자가 직접 판매사업자 방문이 가능한 ‘인접지역 거래’의 성격을 띠기에, 이를 고려하여 신원정보 제공, 통신판매중개자의 책임 등 대부분 전자상거래법 규정 적용에도 배제됐습니다.

물론 배달 플랫폼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 여론은 생긴 것이 맞습니다. 결과적으로 사건과 관련한 배달 플랫폼의 브랜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고, 법적 구속력과는 관계없이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배달 플랫폼의 후속 조치 또한 있었습니다.

머지않아 소비자와 음식점간 분쟁 사이에서 배달 플랫폼이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 날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3월 공정위(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 예고한 전상법(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이 종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배달 플랫폼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 판매자에 대한 정보제공이 미흡하여 피해구제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배달음식 판매업자 등 입점업체에 신원정보 제공의무를 부과하고, 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은 이를 확인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입니다. 이와 함께 배달 플랫폼에도 온라인 판매 신고와 같은 플랫폼 운영사업자에 대한 의무와 책임 규정이 적용된다고요.

향후 전상법 전부개정안이 공포된다면 배달 플랫폼은 경우에 따라서 음식점(판매자)과 ‘연대 책임’을 질 수 있게 됩니다. 1) 배달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과정의 중요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했거나, 2) 배달 플랫폼 사업자가 계약당사자(음식점)에 준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외관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전상법 전부개정안의 방향입니다.

당연히 배달 플랫폼 입장에서는 반대해야 하는 규제입니다. 법적 책임 부가로 인한 새로운 위험 부담과 규제 준수 체계 마련을 위한 비용 증가가 동시에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배달 플랫폼의 반대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배달 플랫폼 하나의 이익이 아닌 업계 공익을 대변할 수 있는 논리입니다.


마침 지난 23일 한국소비자법학회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소 소비자법센터가 주최한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 특별 세미나>에서 배달앱과 공정위측의 주장을 함께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사업자 우아한형제들, 그리고 이번 법안을 준비한 공정위 전자거래과의 의견을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배달앱의 입장

우아한형제들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인접지역 거래에는 현행법과 동일하게 연대책임 조항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을 회사 입장으로 강조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새로운 규제가 외관책임 법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공정위가 연대책임을 부가하는 조건으로 이야기 했던 ‘외관책임’, 그러니까 배달 플랫폼 사업자가 음식점에 준한다고 어떤 소비자도 오해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아한형제들 측 주장입니다.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CR실 이사는 “배달앱은 음식을 직접 만들지 않고, 우리 소비자들도 배달의민족이 음식을 만들어서 갖다 준다고 오인하지 않는다”며 “이런 이유에서 현행 전자상거래법이 배달앱에 연대책임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플랫폼 생태계 안에서의 분쟁 자정 작용 또한 강조했습니다. 이 이사는 “소비자와 업주의 분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장치가 이미 존재하고 근거리 거래 특성상 업주들 또한 즉각 대응하고 있다”며 “식품위생법 등 전자상거래법 이전에 소비자를 보호하는 장치는 마련돼 있고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두 번째 주장은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전자상거래법이 음식을 판매하는 소상공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음식을 구매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까지 두 개의 고객군을 가지고 있는데 이 두 고객군을 모두 보호하는 데 전상법 전부개정안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이사는 “배달 플랫폼에 연대 책임을 지운다면 최근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블랙 컨수머의 리뷰와 같은 다른 형태의 부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나 우려된다”며 “배달 플랫폼은 오픈마켓 기반의 전자상거래와 달리 판매자와 소비자의 위치가 굉장히 가깝고 연락처 확인도 용이하다. 배달의민족에서 거래되는 음식의 평균 주문액은 2만원인데, 대부분 소액거래가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피해자 보호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규제 자체가 이커머스 안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유형의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을 막는 장벽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냈습니다. 이 이사는 “플랫폼에 지우는 연대책임이 시장 진입장벽이 돼 다양한 혁신이 소비자에게 효용이 돼 연결되는 측면에서 불편함을 만들 수 있다”며 “규제로 인해 예상치 못한 여러 시장 왜곡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의 입장


공정위는 우아한형제들의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해 현장에서 즉각 답변했습니다. 먼저 외관책임 조항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요건이 있어서 현재 법안을 다듬고 있는 단계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입니다. 공정위는 현 단계에서 배달앱이 ‘외관책임’으로 인해 연대책임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감을 뒀습니다.

석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과장은 “배달앱이 소비자에게 물건을 만들어서 전달하는 당사자로 오인할만한 여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거래당사자로 오인하거나 오인시킬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판단 요건을 명확하게 한다면 음식배달 서비스에 외관책임이 적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외관책임과 무관한 ‘연대책임’에는 배달 플랫폼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입니다. 앞서 전상법 전부개정안이 규정한 연대책임의 조건으로 배달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과정의 중요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가 포함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만약 배달 플랫폼이 중개기능을 넘어서 청약, 결제 등 주요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의과실로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칠 경우 이는 외관책임보다는 ‘자기책임’으로 봐야하는 게 맞고, 이 경우 연대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입니다.

석 과장은 “예를 들어서 배달 플랫폼에 소비자가 한 번 주문했는데, 결제가 두 번 되는 등의 오류가 발생했을 경우 이는 외관책임보다 자기책임과 유사하다”며 “이러한 경우는 플랫폼 유형과 상관없이 나타날 수 있고, 배달 플랫폼이라고 해서 오픈마켓과 달리 볼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공정위가 규제 일변도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달 플랫폼의 책임과 의무가 추가되는 만큼 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예외 근거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입니다. 예컨대 공정위는 배달 플랫폼과 같은 인접 거래가 수반되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오픈마켓’ 수준의 신원정보 제공 의무를 두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의 경우 업계의 의견을 받아서 연락처를 직접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안심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현재 관행을 유지하는 등의 예외규정을 둘 계획입니다.

석 과장은 “플랫폼 입장에서 신원정보를 큰 비용을 들지 않고 확인할 방법에 대한 많은 고민과 부담이 있다”며 “공정위는 개인정보 중요도를 고려하여 플랫폼이 수집하는 정보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그 부담을 완화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개별 플랫폼에 모든 의무가 다 적용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업계의 이견이 있는데, 플랫폼에 불필요하다고 보이는 의무가 있다면 조치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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