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美공장 후보지, 텍사스에서도 오스틴 아닌 ‘윌리엄슨’ 유력?

삼성전자가 미국 내 생산라인 증설을 위한 지역을 선정하는 가운데, 텍사스 내에서도 오스틴이 아닌 윌리엄슨 카운티(Williamson County)가 유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스틴과 거리가 많이 떨어진 지역도 아니면서, 인프라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에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며 “해당 서류에는 2021년 1분기에 생산라인 건설에 착공해 2024년 말부터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에 170억달러(한화 약 19조5908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언급된 후보지는 ▲오스틴 ▲뉴욕 ▲애리조나 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기존에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오스틴 인근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고 예측하고 있었다. 새로운 곳에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도로, 용수, 전력공급 관련 시설을 건설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드는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월 텍사스를 덮친 한파 영향으로 삼성 오스틴 공장이 멈췄던 것을 미루어 보아, 텍사스가 아닌 다른 지역에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오스틴이 아닌 다른 지역에 생산라인을 증설할 시, 초기 인프라 비용은 감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기록적인 한파가 불어닥쳤던 오스틴과 거리가 먼 지역을 선정했을 때, 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어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윌리엄슨 카운티는 두 사례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지역이다. 우선 같은 텍사스주이기 때문에 지난 2월과 마찬가지로 오스틴에 한파가 불어 닥칠 시, 윌리엄슨 카운티도 안전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또한 오스틴과 윌리엄슨 카운티도 1시간 가량 떨어진 지역(60km)이기 때문에 인프라를 공유하는 것은 어렵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한 시간 거리 정도 되는 지역이라면 인프라를 공유하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따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윌리엄슨 카운티를 후보지로 선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로이터통신은 “윌리엄스 카운티는 현재 삼성이 신청한 세금 감면을 고려하고 있는 ‘테일러 독립 학구(Taylor Independent School District)가 위치한 지역”이라며 “해당 지역은 현재 삼성전자가 요구하고 있는 세금 감면 혜택을 잘 수용하는 지역으로, 생산라인에 대한 과세 상한액을 10년 간 8000만달러(약 920억원)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윌리엄슨 카운티는 한국과 미국이 각각 반도체 시장에서 요구하는 바를 절충할 수 있는 지역이다. 청와대는 지난 5월 미국 정부 측을 향해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완화를 위해 세금 공제 혜택과 안정적인 자원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상무부는 “혜택을 제공하고 공동 연구개발을 위해 양국은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인력을 양성하고 양국 간 교류 등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전했다.

결국 반도체 생산 자체의 조건보다도 한국과 미국 각각이 요구하는 사항과 부합하는지, 양국 간 협업 체제를 얼마나 구축할 수 있는 지가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삼성전자의 진출에 의해 3000명에 육박하는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현재 업계에서 추측하는 경제적 효과는 10조원으로, 작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의 경우,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지역 선정에서도 각국의 입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측에서 공개한 지역이나 일정 등 자세한 사항은 아직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진출과 관련해 “발표시기나 자세한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복수의 후보지를 대상으로 미국 진출을 검토하는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제 반도체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정치나 외교 수단으로서 자리잡게 됐다”며 “세계 각국이 반도체 시장을 둘러싸고 경제 분쟁을 일으키는 것도, 협업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언급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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