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은 왜 윤석열을 만나고 싶었나

8일 오전 서울 역삼동 팁스타운 앞. 한 무리의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펼쳤다. 시위대의 피켓에는 “불법 로톡 결사 반대”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날 팁스타운에서는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행사가 준비돼 있었다.

시위대는 대한변호사협회,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변호사들이었다. 이들은 스타트업 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을 반대한다며 모였다. 이날 윤 전 총장과 만나는 스타트업 중에 로앤컴퍼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위대가 행사장 앞을 장악하자 결국 로앤컴퍼니는 윤 총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자신들로 인해 간담회가 소란스러워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대한민국에서 스타트업으로 활동하며 규제와 관련하여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윤 전 총장님께 전달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행사가 안전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로앤컴퍼니와 대한변협은 왜 이렇게 갈등하고 있을까?

로앤컴퍼니는 리걸테크 스타트업으로 변호사 플랫폼이다. 일반인들은 민형사상 송사에 휘말리면 아는 변호사가 없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로톡에서는 간단한 검색만으로 필요한 변호사를 찾아서 상담이나 사건의뢰를 할 수 있다. 15분 전화상담 30분 방문상담 등 적은 비용만 내면 되는 간단 서비스도 있어 멀게만 느꼈던 법률 서비스를 우리 일상 가까이 가져올 수 있다. 변호사들은 광고비를 내고 로톡에서 광고를 하는데, 이 광고비가 로톡의 수익모델이다. 로톡은 변호사 주력분야, 활동지역 등에 대해 특정 기간 동안 노출해주는 월정액 상품을 판매한다. 배달의민족 울트라콜 광고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대한변협은 로톡을 ‘온라인 불법 사무장’이라고 정의한다. 변호사법에는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금품을 받고 변호사를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로톡의 비즈니스 모델이 이와 같다는 입장이다. 즉 로톡이 하는 일은 광고가 아니라 알선이나 소개에 가깝고, 광고비라고 받는 요금은 사실상 소개비라는 것이다. 대한변협 입장에서는 로톡과 같은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변호사 사이의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고 결과적으로 저가경쟁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플랫폼의 성장을 막아섰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로톡이 대한변협 등과 갈등을 벌이고 있음에도 로톡에 가입하는 변호사는 갈수록 늘어났다. 로앤컴퍼니에 따르면, 현재 로톡에는 전체 개업 변호사의 약 15.9%가 가입돼 있다.

로톡에 가입하는 변호사들이 늘어나자 대한변협은 지난 5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이사회를 열고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고친 것. 개정안에는 “비변호사가 변호사 소개 및 판결 예측 서비스 등과 관련된 광고를 할 때 회원(변호사)들이 여기에 참여·협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즉 로톡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대한변협은 일반적인 이익단체와 달리 면허박탈 등의 자율징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변호사라면 대한변협의 방침을 어길 수 없다. 개정안은 유예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로앤컴퍼니가 급해진 이유다. 이대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로톡 서비스는 존립할 수 없게 된다. 대한변협 규정을 어겨가며 로톡에 참여할 변호사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로앤컴퍼니는 문을 닫아야할 상황이다.

이때문에 로앤컴퍼니는 개정안 시행을 막는 데에 기업의 명운을 걸고 있다. 로앤컴퍼니는 5월에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고, 6월에는 공정위에 대한변협을 신고했다. 그러나 시간은 빠르게 흘러 8월이 가까워졌다.

로톡이 윤석열 전 총장을 만나고 싶어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유력 대권주자인 동시에 검창총장 출신의 법률가다. 만약 윤 총장이 로톡의 손을 들어준다면 대한변협이 한 걸음 물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로앤컴퍼니 측은 “로톡은 대한변협이 광고규정 등을 고쳐 변호사가 플랫폼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새로운 규제에 신음하고 있고 그 실상을 알리려고 이번 행사에 참여하고자 했다”면서 “그러나 변협은 불법적 시도를 통해 저희가 말할 기회조차 빼앗았다. 규제 주체인 변협이 피규제 스타트업의 입을 틀어막는 이 같은 행태에 저희는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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