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투자한 기술 기업들의 가치를 모두 합산하면?

“한국의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가 척박하다고들 한다. 국내 기술 스타트업은 전체 창업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투자 유치 금액 역시 전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열악하다(2019년 기준). 이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야 네이버도 좋은 팀을 만나 투자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네이버의 투자 전담 조직인 D2SF가 만들어진 지 6년이 지났다. 그사이 D2SF는 “검색 회사인 네이버가 왜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 하느냐, 혹시 아이디어를 베끼는 것 아니냐, 외부 시선을 의식한 선심성 사업 아니냐” 등의 의심도 받았다. 8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양상환 D2SF 리더는 “선입견 극복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네이버와 사업 협력이 가능한 기술 영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상환 리더의 발표에 따르면 D2SF는 탄생 후 지금까지 총 70개 팀에 400억원의 투자금을 집행했다. 이중 65%가 D2SF로부터 첫 투자를 유치했다. 80%는 B2B 기술 기업이며 인공지능(AI)을 다루는 곳도 절반이 넘는다. 투자 받은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합산하면 1조3000억원이 나온다. 지난해 이맘때 쯤 이 기업들의 가치 총합은 5000억원 수준이었다. 후속 투자유치 성공률은 70%이며, 70곳 중 69곳이 살아남았다. 스타트업의 5년 생존율이 30%를 넘지 않는다는 걸 보면 주목할 수치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

올해 투자 속도를 늦추지 않을 예정이지만, 인상적인 것은 후속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술 기업이 안정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전까지는 꽤 오랜기간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 네이버가 후속 투자를 함으로써 시장이 해당 기업에 신뢰를 쌓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전략을 세웠다. 최근 D2SF의 초기 투자처였던 ‘퓨리오사AI’가 8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는데, 그 투자사 중 하나에 네이버 D2SF가 포함됐다.

양상환 리더는 “지난해부터 첫 투자 외에 후속 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모두 네이버의 자본으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좋은 기술 팀에 가능한 많이 투자한다는 명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D2SF는 원래 네이버의 기술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네이버랩스’의 산하조직으로 시작해 지금은 경영진 직속으로 운영한다. 외부로부터 자금을 투자받지 않고 100% 네이버의 자본을 쓴다.

네이버 본사와 스타트업 간 시너지 역시 앞으로 강조될 부분이다. 이르면 올 연말께 완공될 것으로 보이는 네이버 제2사옥의 한 층을 스타트업 전용공간으로 꾸린다. 네이버의 자원을 활용하길 원하는 초기 스타트업이 우선적인 입주 대상이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나 투자사들은 많지만 “네이버의 인력과 기술”이라는 자원을 가진 곳은 네이버 밖에 없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네이버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쇼핑이나 웹툰 부문에서 활발한 인수합병이 일어날 가능성도 시사했다. 모든 투자처를 잠재적 인수합병의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네이버 사내독립기업(CIC)들이 각자의 필요에 맞춰 주체적으로 인수를 판단, 결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 리더는 “네이버가 공들이고 있는 쇼핑이나 웹툰 등의 영역에서 인수합병에 대한 갈증이 많다”며 “네이버가 갖고 있지 않은 자원이나 자산, 역량에 대한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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