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공장 짓는 글로벌 파운드리, “공급과잉 없을 것”

세계 파운드리 업체들이 생산라인 증설을 망설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 ‘글로벌 파운드리(Global Foundries)’가 싱가포르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신설할 것이라고 CNBC 등 외신이 보도했다. 타 파운드리사의 경우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된 이후 공급과잉이 일어날 것을 우려한 것인데, 글로벌 파운드리의 이번 싱가포르 진출은 다소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파운드리가 싱가포르에 새로운 생산라인을 증설한다는 소식과 관련해 톰 콜필드(Tom Caulfield) 글로벌 파운드리 CEO는 성명을 통해 “글로벌 파운드리 싱가포르 생산라인에서는 자동차, 5G, 이동성, 보안 장치 등의 부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에 탑재되는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며 “이미 장기 고객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지금이 반도체 수급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파운드리 업체들은 무조건적으로 생산라인을 증설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반도체 수급이 어렵기 때문에 생산라인 수요가 많지만, 이 반도체 수급난이 2023년에 해소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신설된 생산라인이 가동되는 시점이다. 지금 당장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에 착수하게 된다면, 반도체 수급난이 이미 완료된 2024년이 되어서야 완공될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이미 반도체 수요가 줄어든 해에 가동하기 때문에 공급과잉이 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파운드리는 조금 다르다. 이미 싱가포르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반도체를 공급할 고객사를 이미 확보해 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협의를 통해 유치한 고객사와는 장기 납품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생산라인을 새롭게 구축한다고 해서 공급과잉 등의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이미 글로벌 파운드리는 정부 측과 협의를 마쳤으며 납품계약이 이미 나 있기 때문에 공급과잉 측면에서는 별다른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외교활용포털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협업할 파운드리가 절실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인해 물론 싱가포르 내에서 반도체 수출 실적이 증가했지만, 이후에도 반도체를 납품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생산라인이 필요했다. 게다가 자동차 부품 회사나 자동차 판매업체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타격이 생겼으며, 실제로 싱가포르 내 OEM 업체들이 공장을 중단했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세계 3위 전자제품위탁생산업체 플렉스(Flex)도 지난 6월 초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각하며, 반도체 수급난 완화 시점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싱가포르는 글로벌 파운드리에게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할 것을 요청했다. 파운드리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8인치 파운드리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파운드리도 싱가포르 정부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따라서 글로벌 파운드리는 지난 2019년 싱가포르에 위치한 8인치 생산라인을  대만 파운드리업체 VIS에 매각한 지 2년 만에, 다시 싱가포르에 새로운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글로벌 파운드리는 싱가포르에 생산라인을 신설하면서 다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1분기에는 직전분기에 비해 매출이 16% 하락했었는데, 업계에서는 주요 원인이 싱가포르에 위치했던 생산라인을 매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번에 다시 생산라인을 확보하게 된다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글로벌 파운드리는 싱가포르 생산라인 신설 이후에도 12인치 공정은 진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글로벌 파운드리는 2019년 이후 수차례 생산라인 매각을 통해 8인치 생산라인으로 체질 개선을 해 놓은 상황이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도 “12인치나 7나노 이하 공정으로 진출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단정 짓기 어렵다”며 “현재 싱가포르에서 요청한 것 또한 8인치 생산라인 위주이기 때문에, 12인치 공정을 무리해서 도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