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성공한 넥슨은 혁신할 수 있을까?

“아이러니컬하게도 혁신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바로 성공입니다. 성공은 다시 한번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창조적 위험을 감수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가 9일 열린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21’의 환영사에서 한 말입니다. 넥슨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오프라인 행사가 어려워진 지난해를 제외하곤, 지난 2007년부터 게임 지식 공유를 목표로 매년 NDC를 열고 있죠. 개발, 기획, 서비스 등 회사가 다루는 거의 전 영역의 경험을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올해는 오는 11일까지 온라인으로 열리죠.

콘퍼런스의 시작을 알리는 환영사에서 넥슨의 수장이 하는 말은 행사의 성격이나 방향을 시사합니다. 올해의 NDC 키워드는 ‘혁신’으로 보입니다. 오웬 마호니 대표가 “NDC의 핵심은 혁신이야말로 우리 산업의 창조적, 경제적 성장의 주요 성장동력이라는 믿음”이라고 운을 뗐으니까요.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

매출을 중심으로 보자면, 넥슨은 국내에서 가장 큰 게임 회사입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가장 돈을 잘 버는 성공한 기업이라는 말이죠. 따라서 오웬 대표의 말대로라면 ‘혁신’은 넥슨에게 가장 필요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 됩니다.

오웬 대표는 키노트에서 지속해 혁신을 이야기합니다. 혁신의 어려움에 관한 것이죠. “모든 이들이 자신은 창의적인 사람을 지지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창의적인 사람들이 혁신하려 할때는 매번 저항에 부딪히곤 한다”고 말합니다. “혁신을 사랑한다는 많은 이들이 사실상 원하는 것은 혁신의 열매”라는 말은 뼈를 때리네요.

그의 말마따나 창의를 지원한다는 조직에서도, 새롭고 흥미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들이 성공하는 것을 원치 않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곤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혁신이 기술적 접근 방식이나 주변 조직의 정책과 절차에 변화를 요구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근본적으로 다른 사고와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모두에게 두려운 일인 것은 사실이죠.

심지어 그 혁신이라는 것은, 그 모든 우려를 안고 도전한다고 해도 꼭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혁신에 드는 노력과 수고로움에 비하면 투자대비효율(ROI)도 떨어져 보입니다.

오웬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금전적인 투자, 창의적인 팀원들의 노력, 경영진을 상대로 자신의 실험적 아이디어가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설득하는데 드는 시간” 등이 혁신에 투입되는 투자입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이미 작은 성공이라도 했다면 더더욱 변화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 조직의 생리이죠. 혹여나 잘못된 선택이 지금의 안정마저 잃게 할 우려가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려움을 딛고 일어나야만 더욱 큰 성공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이번 키노트의 핵심입니다.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는 물론 넥슨이 만든 ‘메이플 스토리’ ‘바람의 나라’ 같은 것들은 처음에는 다소 낯선 새로운 장르였으나 이후 시장의 판도를 바꿀만한 충격을 던진 게임들이죠. 메이플과 바람의 나라가 없었다면, 지금의 넥슨은 가능했을까요?

넥슨의 경영진에서는 지금의 성공을 넘어서,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한다는 어떤 압박이 꽤 오래 존재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넥슨코리아를 이끄는 이정헌 대표가 선임된 것은 지난 2018년이죠. 당시 이 대표에게 회사 창업자인 김정주 회장은 “정말 회사가 변하려고 한다면, 지금보다 매출이 한 10분의 1, 100분의 1정도가 돼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는데요. 많은 것을 시사하는 발언입니다.

오웬 대표는 몇 개월전을 거슬러 넥슨 경영진 회의에서 나온 말을 청중들에게 건넵니다. 강대헌 부사장의 발언이었다는데요, “넥슨에서 만들어낸 눈부신 혁신은 모두 매우 괴짜 같은 발상에서 시작됐다”는 내용입니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본인들, 심지어 아이디어를 낸 이조차 그 발상을 우스꽝스럽게 생각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위대한 게임을 만들어내는 데는 도구나 기술도 중요하지만은, 결국은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위험과 비아냥, 실패의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 획기적인 일이 가능하도록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다는 건데요.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NDC를 열고, 이를 회사 안팎으로 모두 공유하는 것은 그런 혁신이 일어날 수 있게 돕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죠.

다소 긴 이야기의 핵심은 결국, 어려움이 있더라도 도전하라는 것이고, 그런 모험과 투자가 있어야 결국 더 큰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개발자들에게 다소 괴짜 같더라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라는 메시지로 들립니다. 원론적일 순 있지만, 굳이 게임 뿐만 아니라도 세계의 역사를 바꿔온 동력은 바로 그 괴짜같은 아이디어였던 것은 맞습니다. 모든 것은 사람의 생각에서 시작하니까요.

흥미로운 점은 이날, 넥슨의 노조 ‘스타팅포인트’가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온라인 간담회를 연 날이기도 합니다. 프로젝트가 중단된 이후, 1년 이상 새로운 팀에 합류하지 못한 직원을 대기발령낸 사태에 항의하고, 어떤 점이 문제인지를 짚기 위한 자리였죠.

배수찬 넥슨 노조위원장은 권고사직을 없애는 등 회사의 노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신규 프로젝트가 생존할 확률이 10% 미만인 상황에서 프로젝트가 중단돼 팀이 사라지고 팀 배치를 기다리다 대기발령이 되는 사태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전환배치 대기자를 다른 부서로 자동배치하고 스킬이 부족한 조직원은 회사에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죠. 물론, 프로젝트가 중단돼도 팀을 유지하는 문화도 필요하다고요.

이 목소리에 귀가 기울여지는 이유는, 앞서 오웬 대표의 말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입니다. 혁신이 일부 천재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 생각할지라도, 전반적으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없다면 새로운 도전은 이뤄지기 힘듭니다. 그것이 성공의 확률이 매우 낮은 직군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경영진의 선택도 100% 옳을 수만은 없습니다. 만약의 확률로 초기의 넥슨 경영진들이 바람의 나라나 메이플을, 성공 확률이 낮다고 생각해서 드롭을 시켰다면, 지금의 넥슨도 없을테니까요. 이미 성공한 넥슨이 또 다시 혁신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어쩌면 이미 넥슨 내부에서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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