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따라 CAPA 역량 확보하는 K배터리, 다음 과제는 R&D?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으로 배터리 시장이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도 시장의 성장을 체감하고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각 기업에서는 늘어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생산 역량(Capacity, 이하 CAPA)를 늘리고 사업 방식을 변경하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CAPA 역량 확보만큼 R&D 역량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터리 사업이 확장되는 데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은 친환경 정책을 다수 수립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파리기후변화에 재가입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15년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서 채택된 조약으로, 지구온난화 방지를 목표로 한다. 또한, 미국은 2050년까지 화석에너지를 100%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고, 관련 행정조치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화석연료 사용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업계에서는 배터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철강 산업에서도 화석연료를 사용한 용광로가 아닌 전기 용광로를 사용하고, 화석연료 자동차 대신 전기자동차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창민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보조금 지원이나 관련 프로젝트 추진 등의 영향도 있지만, 그 배후에는 화석연료에 대한 제재가 있다”며 “화석연료 제재가 강해질수록 생산비중은 더욱 증가할 것이며, 배터리 시장도 이에 맞춰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의 현 과제는 ‘생산량 늘리기’

배터리 업계도 늘어나고 있는 수요에 발맞추고 있다. 구양모 삼성SDI 프로는 “세계적인 탄소배출 규제 강화와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과 보조금 등으로 인해 전기차 시장이 지속해서 활성화하고 있다”며 “품질과 안전성을 고려한 배터리를 생산해 여러 완성차 OEM들에게 공급하며,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CAPA를 늘리는 것을 최대 과제라고 여기고 있다. 한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업계의 최대 과제는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의 경우 CAPA를 늘릴 계획이라는 소식을 지속적으로 전했다”며 “삼성SDI도 다른 기업에 비해 홍보를 덜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준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 일환으로 업계에서는 선수주 후투자라는 관념을 깨고 수주와 투자를 병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규제로 인해 증가한 수요를 즉각적으로 채우기 위함이다. 과거에는 확보해 놓은 재고로 들어오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선수주 후투자 방식으로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한 업계 종사자는 “지금 고객사가 요청하고 있는 주문량을 보면 재고가 남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선 시장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선수주 후투자는 과거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시장 점유를 위해서는 R&D 역량 확보 필요해

우리나라가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CAPA 역량 증대뿐만 아니라 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금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 중국 CATL이다. 내수시장이 크고, 국가 차원에서 보조금을 대거 지원해줄 뿐만 아니라, CATL의 제품은 가성비 면에서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창민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 제품은 중국 제품에 비해 가격이 나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시장에는 가격이 좀 더 나가더라도 성능이 더 좋거나 기술력이 더 높은 프리미엄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사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시장점유율만 놓고 보면 중국이 더 우세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점유율이 기업의 기술력까지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업계 종사자는 “다른 국가의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거나, 이미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을 대거 끌어오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하지만 시장에서 판단하는 것은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기술력 개발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배터리 3사의 대부분의 매출이 정유·화학 부문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배터리3사는 이번 실적을 공개했는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전분기 대비 실적이 증가한 반면, 삼성SDI는 실적이 소폭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민 애널리스트는 “이번 실적은 정유·화학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다른 것이지, 배터리 업황과 큰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배터리 산업은 생산량 증대와 더불어 고품질의 배터리를 생산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시장에 K-배터리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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