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외감법’ 적용받는 유한회사 –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국내 진출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사업 실적이 올해 처음 공개됐다. 일명 ‘신(新)외감법’에 따라 유한회사인 외국계 기업도 외부감사와 공시 의무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9월 말 국회를 통과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외부감사법)이 2018년 11월 1일 시행됐다. 이 법 전면 개정으로 외부감사(비상장사) 대상 기준항목에 처음 매출액이 포함했다. 매출액과 자산, 부채, 종업원 수 등이 일정기준에 미달하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회사는 원칙적으로 외부 감사를 받게 했다. 그리고 유한회사에도 주식회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외부감사 결과를 모두 공시토록 했다. 유한회사로 설립·전환한 글로벌 기업 등도 주식회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재무정보를 공시하게 해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든다는 취지다.

외부감사법은 이 때 전면 개정된 이후 ‘신(新)외감법’으로 불리고 있다.

신외감법에 따라 시행령도 개정됐다. 유한회사를 포함한 외부감사 대상 기준(자산, 부채, 종업원 수 또는 매출액)과 감사보고서 공시범위 등이 일부 새롭게 반영했다. 유한회사의 외부감사의무 부과와 주기적 감사인 지정, 감사인 등록제는 신외감법이 시행된 지 1년이 경과한 날 이후 시작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됐다. 2019년 11월 1일 시행돼 사실상 2020년 사업실적부터 감사와 공시 의무가 적용된 셈이다.

신외감법에 따라 직전 사업연도 말의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500억원 이상인 주식·유한회사는 외부감사 대상이다. 또한 ▲직전 사업연도 말의 자산총액이 120억원 이상 ▲직전 사업연도 말의 부채총액이 70억원 이상 ▲직전 사업연도의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 ▲직전 사업연도 말의 종업원 100명 이상 중 2개 이상에 해당하는 회사는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외부 감사와 공시는 금융위원회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야한다.

이에 따라 2020년도 사업결과에 대한 회계 감사를 마친 외국계 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실적을 공개했다. 그동안 정확한 매출이 공개되지 않았던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시스코 등의 국내 지사들이 신외감법 의무 대상이 되게 됐다.

하지만 이 역시도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디지털 재화와 서비스로 발생하는 많은 매출을 세율이 적은 국가에 돌려 잡는 방식으로 세금을 덜내는 꼼수를 부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부감사를 받지 않던 유한회사 형태의 외국계 회사들의 회계투명성 강화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외국계 기업들은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을 로열티,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본사로 빼가면서 세금은 적게 낸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지만 기존 법률에서는 이들의 사업 실적과 현황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었다.

구글코리아 지난해 매출 2200억원 신고

처음 공개된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2201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156억원)과 당기순이익(62억원)은 각각 52.9%, 741.2% 증가했다. 2004년 설립 이후 16년 만에 공개한 실적이다.

이 실적이 공개된 이후 구글코리아의 수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고된 실적은 구글 앱이나 유튜브 등에서 발생한 광고 재판매 수익 위주로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 수수료가 제외돼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국내에서 앱 마켓으로 거두는 실질적인 매출액이 최소 5조원 이상일 것이란 추산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으로, 구글이 공시한 실적 규모와는 큰 차이가 있다.

앱 마켓 수수료는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퍼시픽의 매출로 잡는데,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로 매출을 돌리는 편법을 발휘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이슈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OECD 국가들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에게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시행·추진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전세계 국가들이 21%로 동일한 법인세 하한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나선 상황이다.

한편,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구글클라우드코리아 매출은 전년 대비 128% 늘어난 58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422% 늘어난 20억원, 당기순이익은 6700만원으로 2019년 5억8000만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역시 구글클라우드 사업 국내 매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결제 대행 사업을 담당하는 구글페이먼트코리아 매출은 전년 대비 39% 늘어난 866억원, 영업이익은 48% 늘어난 62억원을 거뒀다. 당기순이익은 46억8000만원으로, 역시 흑자 전환했다.

넷플릭스 국내 매출 4150억원…대부분 스트리밍 수익

넷플릭스의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실적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4155억원, 영업이익은 88억원이다. 전년대비 매출은 124%, 2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63억원으로, 전년보다 428%나 급증했다.

매출의 대부분은 월 구독료인 스트리밍 수익에서 나왔다. 이 규모만 39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늘어났다.

넷플릭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개인 활동이 늘어나면서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급증했다. 국내 넷플릭스 MAU는 지난 2월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 온라인 동영상(OTT)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사들과 높은 격차로 이용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가 지난달 발간한 ‘국내 OTT 앱 시장 분석’에 따르면, 2월 기준 넷플릭스 MAU는 1001만3283명으로 집계됐다. 웨이브는 394만8950명, 티빙은 264만9509명, U+모바일tv 212만6608명, 시즌 168만3471명, 왓챠 138만5303명 순이다.

한편, 이번 공시로 넷플릭스코리아가 본사와 해외법인(네덜란드 법인)에 수수료 명목으로 보낸 금액이 3204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페이스북코리아, 지난해 매출액 442억 그쳐…영업익 553% 증가

페이스북코리아가 공개한 지난해 매출은 442억원에 그쳤다. 이마저도 전년보다 10%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7억원으로 1년 전보다 553%나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2억원에 근접한 수치에서 무려 32배 증가한 63억2615만원으로 급증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광고 매출은 236억원이다. 예상보다 크게 적다. 그 이유는 페이스북코리아가 그룹 관계사에 지불한 비용을 뺀 나머지만 매출로 잡히기 때문이다. 광고를 그룹 관계사로부터 사와 한국 광고주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집계하기 때문이다. 국내 광고주들이 페이스북에 지불한 광고비는 한 해 동안 4000억원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성과는 페이스북코리아의 주 수입원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광고 매출이 크게 증가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용자의 이용패턴과 성향을 분석한 소셜미디어(SNS) 맞춤형 광고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여전히 주식회사로 운영하는 한국IBM, SAP코리아…실적은 ‘희비’

국내 IT 역사와 함께 한 IBM과 HPE, 그리고 SAP 한국법인은 꾸준히 주기적인 외부감사와 공시를 진행해왔다. 더욱이 한국IBM과 SAP코리아는 외국계 기업 한국지사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주식회사를 유지하고 있다.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IBM의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7071억원, 영업이익 10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 75% 감소했다. 이 가운데 매니지드 인프라 서비스 사업 부문인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GTS)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절반(3542억7922만원)에 달한다. 그 다음으로는 클라우드·코그너티브 소프트웨어(1239억2990만원), 시스템(1209억8799만원), 글로벌 비즈니스서비스(GBS)(847억6978만원) 순으로 매출 실적에 기여했다.

한국IBM은 2014년 매출 1조원대에서 2015년부터 8000억원대로 감소한 뒤 계속해서 실적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재 한국IBM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초 20년만에 큰 규모의 조직개편을 실시해, 사업을 코그너티브 솔루션, GBS, 테크놀로지 서비스&클라우드 플랫폼, 시스템, 글로벌 파이낸싱 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클라우드 등의 사업부로 나눴다. 또 모든 사업부는 테크놀로지 그룹 아래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레드햇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IBM은 지난해 한국뿐 아니라 전체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이 감소했다. 지난 1월 IBM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5% 하락해 736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IBM은 GTS 사업부문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분사를 완료해 별도 상장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새로운 독립회사가 될 이름을 ‘킨드릴(Kyndryl)’로 정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SAP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184억원, 영업이익 4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3%, 영업이익은 68.5% 각각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318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67%나 상승했다.

1995년 10월 국내 법인을 설립한 SAP는 대기업 주축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 공급 사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공들여온 차세대 인메모리 기반 ERP S/4HANA 전환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중소기업 등까지 외연을 넓힐 수 있는 클라우드(SaaS) 사업 역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SAP 본사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두드러지게 성장하면서 전체 매출(273억유로) 가운데 30% 비중을 차지했다. S/4HANA 클라우드 모델 도입 계약을 맺은 기업은 3300곳이고, 현재 사용 중인 기업은 2000개에 달한다.

HPE도 정기 외부감사·공시…MS·시스코·오라클도 실적 공개 대상

지난 2015년 8월 휴렛팩커드(HP)는 프린팅·PC 사업 조직을 분리·처분해 사명을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로 바꿨지만, 국내에서는 한국휴렛팩커드 유한회사라는 명칭으로 여전히 외부 감사와 공시를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2002년 8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한국휴렛팩커드는 10월 말 결산 법인으로 올해 1월 마지막으로 공시한 감사보고서 해당 기간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 말까지 재무제표다. 이 기간 매출액은 7332억5164만원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3억1689만원으로 전년도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내년에도 같은 기간에 외부 감사 결과를 공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HPE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IT 인프라와 솔루션을 주축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린레이크’를 주축으로 엣지부터 클라우드까지 서비스형IT 제공 방식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한국HPE는 지난해 10월 김영채 대표를 공식 임명하면서 9년 만에 대표가 바뀌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코리아, 한국오라클은 주식회사로 운영하다 유한회사로 전환한 뒤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더욱이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6월 말 결산, 시스코는 7월 말, 오라클은 5월 말 결산법인이어서 신외감법에 따라 외부감사를 받고 그 결과를 공시한다고 해도 하반기에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06년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3년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액은 2339억원이었다.

한국오라클은 2009년 유한회사로 전환해 2008년 8월에 공시한 감사보고서가 마지막이다. 당시 매출액은 2876억원, 영업이익은 567억원이다.

시스코코리아는 지난 2013년 관계사인 시스코시스템즈캐피탈코리아와 함께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한 바 있다. 당시는 미국 본사가 지분의 100%를 보유하고 있던 주식회사로, 국내에 잡히는 실적을 공개해왔지만 상법이 개정·시행되면서 유한회사 관련 자본금·지분양도·사원총수 등의 제한 규정이 완화·폐지된 이후 바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2012년 사업연도인 2011년 8월부터 2012년 7월 기간의 외부 감사보고서가 마지막으로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와 있다. 당시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매출액은 828억원, 영업이익 151억원, 순이익 138억원이다. 관계사인 시스코시스템즈캐피탈코리아 매출액은 240억원, 영업이익 99억원, 당기순이익 85억원을 신고했다. 오는 11월 2021년 회계연도 실적이 다시 공시될 지 주목된다.

AWS·이베이 등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해 외감법 피하는 기업들

유한책임회사로 발빠르게 전환한 외국계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신외감법상 의무가 된 외부 감사와 공시 의무를 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외감법 외부감사 의무 대상에 유한회사만 포함하고 유한책임회사는 제외됐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한회사가 곧바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금지한 상법을 감안해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한 기업들이 눈에 띈다. 유한책임회사는 벤처기업 창업 활성화를 위해 2011년 신설된 기업 유형으로 주주총회나 배당에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아마존웹서비스(AWS)다. 국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며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AWS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아마존웹서비시즈코리아 유한책임회사로 상호를 변경, 등기했다. 지난 2014년 국내에 유한회사 형태로 지사를 설립했지만 지난해 8월 주식회사로 전환했다가 약 두 달 뒤인 10월 유한책임회사가 됐다.

모기업이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와 이베이코리아는 각각 신외감법이 시행된 직후인 2019년 12월에 곧바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

8년 전 상법 개정으로 주식회사로 국내 지사를 설립했던 기업들이 대거 유한회사로 전환하거나, 그 이후 국내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이 한국지사를 모조리 유한회사로 설립하게 된 것처럼 앞으로 과연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늘어날 지 주목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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