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외쿡신문]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 노조를 반대하다

오늘,  외쿡신문입니다.

노동이 인간을 해치면 그건 더 이상 노동이 아닐 겁니다. 그러나 계약 관계에 의해 존재하게 되는 노동은 해고 등의 잠재적인 압박 속에서 노동자로 하여금 그 노동에 자신을 ‘갈아넣게’ 만드는 경향이 있죠. 그걸 방지하기 위한 장치는 필수적입니다. 노동조합이 바로 그런 장치 중 대표적인 것이죠.

아마존은 무노조 경영을 하는 기업입니다. 25년간 악착같이 그렇게 해 왔죠. 많은 급여와 스톡옵션을 챙겨가는 개발자 등에 비해 물류, 유통을 맡고 있는 노동자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짜내듯 일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구요. 그래서 올들어 구체화된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움직임은 주목됐습니다. 그러나 불발에 그치고 말았네요. 이 소식부터 짚어볼게요.

◊김윤경의 눈에 띈 해외 뉴스

주변에서 간간히 소비자들의 ‘쿠팡 끊기’가 이뤄지는 걸 봅니다. 노동자들의 잇단 사망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최근 1년간 쿠팡친구(직접 고용한 배송기사), 또 물류센터 노동자 가운데에서 사망한 사람은 5명에 달합니다. 과로가 사망을 부르고 있다는 노동자 측의 주장을 쿠팡 측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특히 가장 최근 심정지로 사망한 A모씨의 경우에 대해선 휴가 중이었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는데 설득력은 부족합니다. 이렇게까지 사람을 부리는 쿠팡의 물건을 꼭 사서 배송받아야 하는 건지, 소비자들의 의구심은 불매로 이어집니다. 쿠팡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망에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발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역량은 훌륭했고 회사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만 약 130만명에 달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마존의 실적을 더 끌어 올리기도 했죠. 과실을 모든 노동자들이 공평하게 나누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아마존 앨라배마 베서머 창고에서 노조를 설립하려던 시도가 무산됐다

 

아마존에 노동자 가운데 대부분은 물건을 고르고, 포장하고, 운전하고, 또 배송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하는 물류창고 노동자들 환경이 참으로 고약합니다.

“그 일(창고 노동)은 내 정신을 짓밟고 내 몸을 망가뜨렸다” “지옥의 고립된 식민지” “인체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절하”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는 날들이 많았다”

어떻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노조 경영’을 내세운 아마존은 노동자들이 권리 주장을 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하는 걸 반대해 왔습니다.

그래도 어렵사리 앨라배마주 베서머(Bessemer)에 있는 창고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움직임을 구체화해 왔습니다. 지난 2월부터 베서머 창고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단위 노조를 설립해 소매·도매·백화점 노조연맹(RWDSU)에 가입할 지를 묻는 투표가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지난9일(현지시간) 나온 결과는 놀랍습니다. 투표권을 가진 5876명의 노동자 가운데 3215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1798명이 노조 결성에 반대했습니다. 찬성한 사람은 738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30%도 채 안 된 거죠.

회사 측의 끈질긴 반대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문자 메시지를 통해 회유하기도 했고 화장실마다 전단을 붙여 그렇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 전략은 결과적으로 먹혔습니다. 또 극빈층이 많은 앨라배마주에선 나라에서 정한 최저임금보다 많은 임금을 준다는 이유로 노동 환경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회사에 척을 질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고도 분석됩니다. 참고로 앨라배마주의 최저 임금은 시간당 7.25달러. 그러나 베세머에서 일하는 아마존 노동자들의 초임은 15.30달러입니다. 임금에서 노조비를 내야한다는 사실을 거부한 사람들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앨라배마주에선 그러나 노동권리법(Right-to-work law)에 따라 노조비 납부는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당장의 ‘당근’을 받겠다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건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베세머 창고 노동자들은 하루에 수마일을 걸어야 하고 거의 쉴 수도 없습니다. 아마존은 직원들이 화장실을 갈 수 없어 병을 갖고 다니면서 소변을 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방역도 엉망이었죠. 그걸 고발한 직원들은 해고되고 말았습니다. 아마존은 노동자들을 ‘인간’으로 취급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파하드 만주는 주장합니다. ‘아마존 끊기’ 움직임이라도 퍼져야 하는 건 아닌지 싶은데 그런 식의 ‘아마존 보이콧’은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만주는 지적합니다. 환경이 전반적으로 바뀌도록 해야 한단 얘기겠죠.

아마도 친노조 성향으로, 이번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노동법을 정비할 것 같긴 합니다.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기업들을 불법화하고 노조 설립을 좀 더 용이하게 하는 방향이 되겠지요. 그 밖에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과 더불어 아마존에 대한 독점 조사가 시행될 것도 같습니다. 백악관 주변엔 대열이 짜여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기술ㆍ경쟁정책 특별 보좌관에 ‘빅테크 견제론’을 펴 온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를 두었고 반독점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으로 역시 빅테크 강경론자 리나 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를 임명했습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통상 문제에 있어서 환경만큼이나 노동 문제를 중시할 겁니다. 생산성만을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자들을 ‘부리는’ 기업, 혹은 그런 나라엔 강한 압력을 넣거나 관계를 끊을 수도 있을 겁니다. 노동 문제가 기술적 무역장벽(technical barriers to trade, TBT)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 우리 기업들도 자사의 노동 환경을 좀 더 유념해 봐야 하지 싶습니다.

하나 더,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워싱턴포스트(WP)의 사주입니다. 그런데 외신을 죽 훑으면서 보니 아마존에서의 노조 설립 불발 소식을 가장 비판적으로 다룬 곳이 WP인 것 같더라구요. 미국 신문들은 해당 기업과 얽혀있거나 하면 기사에 꼭 그걸 명시하는데 WP도 “우리 사주는 베이조스야”라고 명시했죠. 그러면서도 쏠리지 않은, 오히려 강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쓰다니 언론의 중립성, 혹은 편집권 독립이란 표현들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1분만에 읽는 ‘후루룩 뉴스’

1.  장소의 제약없어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고 인공지능(AI) 비서들의 발전을 볼 때도 유망한 오디오 콘텐츠, 최근 클럽하우스의 붐에서도 확인됐죠.

#복스 미디어도 오디오 사업 확장에 나섭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복스 미디어는 인기 팟캐스트 업체 #카페 스튜디오(Cafe Studios Inc.)를 인수하기로 했다네요. 지난해 썸 스파이더(Some Spider Inc.)에서 분사한 카페 스튜디오의 공동 창업자이자 활발히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 기억나실 지 모르겠지만 #프릿 바라라라는 사람이 있어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 취임하고 나서 검찰에서 ‘오바마 지우기’를 하려고 검사들에게 다 사표를 쓰라고 했는데 거부했던 인물이죠. 트럼프가 전화 통화를 하자고 했는데도 이를 거부해서 결국 잘렸어요. 워낙 부정부패에 강경하고 원칙 지향적인 사람이라 트럼프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프릿 바라라(트위터)

바라라는 현재 토크쇼 ‘Stay Tuned With Preet’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평균 약 200만건이 다운로드된다고 하니 인기죠. 카페 스튜디오는 이 외에도 법률 분석 쇼 ‘Third Degree’, ‘Doing Justice’ 등의 팟캐스트를 하고 있구요.

최근 디지털 미디어 기업들은 몸집을 키우고 성장의 기치를 다지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WSJ은 버즈피드, 그룹나인 미디어 등이 모두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인수합병(M&A)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네요. 우회상장의 기회도 갖고 자금도 모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니까요. 복스미디어도 카페 스튜디오를 비롯해 전자상거래 업체, 스포츠 미디어, 스트리밍 비디오 업체 등을 인수할 기회를 노리고 있어서 같은 입장이긴 해요.  그룹 나인 미디어와 관련이 있는 스팩과 협상이 있었던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WSJ은 복스 미디어가 다른 스팩을 택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도움닫기로서의 스팩은 필요하다는 입장인 모양입니다.

2. #마이크로소프트(MS)도 조금 결은 다르지만 음성관련 기업을 인수합니다.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업체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입니다. CNBC는 이 거래가 빠르면 14일에 발표될 수도 있다고 했어요.

MS는 지난해 12월에 주당 56달러에 인수 제안을 했었다고 해요. 그 경우 기업가치를 160억달러로 인정받는데 이건 지난 9일 뉘앙스 주가를 감안할 때 23% 프리미엄이 붙는 수준입니다. MS로서도 큰 M&A여서 지난 2016년 270억달러에 링크드인을 인수한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1992년 설립된 뉘앙스는 고객서비스 전화나 음성메일에서 음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습니다. MS가 뉘앙스를 사면 검색엔진 ‘빙’이나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인 ‘팀즈’에 부가가치를 더하기에 맞춤하겠죠?

MS, 요즘 M&A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해 틱톡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었고, 지난달엔 비디오 게임 엄체 제니맥스를 75억달러에 인수 완료했습니다.

3. 배유미 기자의 기사입니다.

중국 #화웨이#자율주행차 개발에 팔을 걷고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 일간지 환구시보에 따르면, 지난 주 중국 자동차 기술박람회 ‘GAC 테크데이 2021’에서 화웨이는 “#광저우자동차그룹과 함께 2024년에 레벨4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통상적으로 업계에서는 레벨4부터 운전자가 거의 개입하지 않는 ‘완전한 자율주행’으로 취급한다고 합니다.

자율주행차 개발 협업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최근 화웨이 연례보고회에서 후허후쿤(胡厚崑, Hu Houkun) 화웨이 부회장이 부품 제공업체로서 스마트 자동차 분야 내 화웨이의 입지를 강조한 만큼,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주에도 화웨이는 중국 배터리업체 블루파크와 함께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화웨이가 자동차 기술을 개발해 나가면서 미국 기업들, 특히 테슬라, 그리고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애플과 또 다시 정면승부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경쟁이 또 한 번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승자는 누가 될까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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