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리뷰 제안에는 분명히 ‘워크스테이션’이라고 했다. 워크스테이션은 PC의 한 종류다. 따라서 기본 구동 원리는 PC와 완전히 동일하다. 보통 사용하는 윈도우 PC가 인텔 코어 프로세서(i5, i7 등) 혹은 라이젠 3000~5000시리즈에 램 8~16GB를 얹고, GPU로 GTX10시리즈나 RTX20시리즈, 거기에 SSD 약간, HDD 많이를 사용한다면 워크스테이션은 i9이나 제온, 쿼드로 RTX GPU, 램 64GB, SSD 몇 테라 이런 식으로 구성한다. 따라서 워크스테이션은 윈도우를 사용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사양이 매우 좋은 경우가 많다. 애플 제품으로 치면 주로 맥북 에어는 소비자용, 맥북 프로(16인치쯤)는 워크스테이션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아이맥 프로와 맥 프로라는 워크스테이션에 가까운 PC가 있다. 물론 워크스테이션 구성에 좋은 사양이 필수는 아니다. 필요한 수준으로만 구성하면 된다. 따라서 HP 같은 회사들은 기업용 보안 소프트웨어를 소비자용 수준의 PC에 얹어서 팔기도 한다. 사양보다는 용도가 워크스테이션의 구분에 더 적합하다.

보통 워크스테이션도 이렇게 우리가 아는 PC처럼 생겼다

그런데 내가 받은 것

따라서 워크스테이션에는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타워형 데스크톱, 랩톱, 미니 PC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어떤 기기든 윈도우를 돌린다면 사용법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워크스테이션 리뷰는 성능을 두고 “오오”하다보면 끝나는 꿀 같은 리뷰에 해당한다.

아직도 기억한다. 한달 전 사무실에 도착한 거대한 상자를. 그 상자를 풀어헤쳤을 때의 절망을. 상자는 소형차 트렁크에 들어가지 않을만큼 컸다. 그 안에 들어간 제품도 트렁크에 넣기 버거울 만했다. 밤낮을 두고 리뷰를 해야 했으므로 일단 집에 옮기는데, 상자와 제품을 따로 옮겨야 했다.

포트는 전원Fault LED가 있는 전원 버튼 1개 USB 3.1 Gen 1 Type-A 포트 2개(맨 왼쪽 커넥터는 충전 기능임) USB 3.1 Gen 2 Type-C 포트 2개 헤드셋 오디오 전원/Fault LED가 있는 전원 버튼 1개 USB 3.1 Gen 1 Type-A 포트 4개(맨 왼쪽 커넥터는 충전 기능임) 헤드셋 오디오 전원 입력 포트 2개(주 및 보조) 전원 버튼 1개 인텔 AMT를 지원하는 RJ-45 Ethernet 포트 1개(1GbE) RJ-45 Ethernet 포트 1개(1/2.5/5/10GbE) USB 3.1 Gen 1 Type-A 포트 4개 단일 슬롯 라이저 1개(PCIe Gen 3 x16 1개) 듀얼 슬롯 라이저 1개(PCIe Gen 3 x16 1개) PCIe Gen 3 x16 유선(x8) 1개 이만큼이다.

제품은 어느 면으로 봐도 내가 알던 PC와 달랐다. 어딘가 꽂게 생겼는데, 그 꽂는 기계는 서버, 즉 데이터센터용이다. 랙마운트 서버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꽂는 걸 서버 랙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PC는 서버 랙형 워크스테이션이었던 셈이다. 리뷰를 받아온 대표도 이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 제품, HP ZCentral 4R은 데스크톱처럼 쓸 수 있다. 책상 아래에 두고 데스크톱과 동일한 선들을 꽂으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그 제품을 사용하는 건 낭비다. 데스크톱처럼 쓰는 워크스테이션이라면 i7, GTX1080 정도의 사양을 선택해도 별다른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제품의 특징은 아주 강력한 성능을 다른 PC로 끌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ZCentral Remote Boost로 부르는 기능이다. 원리 자체는 우리가 아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초창기 버전과 동일하다. 유식한 말로는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 VDI라고 부른다.

ZCentral Remote Boost의 경우 호스트와 게스트(센더와 리시버로 부른다) PC에 모두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문과 출신에게는 어렵다. 프로그램 설치 자체는 쉽지만 컴퓨터끼리 연결이 안 된다. 아무리 해도 불가능했다. 기술문서를 울면서 읽어가며 연결을 시도해도 안 됐는데, 알고 보니 접속 시 입력하는 비밀번호가 관리자 비밀번호였던 것이다. 이런 정보는 기술문서에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관리자 비밀번호는 터미널을 통해 반강제로 바꿨다.

주관사에 이 문제점을 전달하자, 실제로 기술 지원을 하는 분을 연결해줬는데, 이분이 정말 친절하다. 토들러에게 걷는 법을 알려주듯이 연결법을 알려주셔서 일주일 만에 호스트 접속을 성공했다.

그 뒤부터는 단순하다. 14년쯤 된 넷북에서도 접속해보고, 맥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6년 된 맥북 에어에서도 접속해봤는데 아주 잘 된다. 우선 접속에 성공한다면 워크스테이션의 그 화면이 뜬다. 원격에서 그 좋은 PC를 쓰는 셈이다. 접속한 게스트 PC의 오래된 하드웨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클라우드 컴퓨팅 원리와 동일하다. 그 클라우드 호스트 PC가 MS나 구글이 아닌 우리 사무실에 있을 뿐이다. HP가 이런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땐 암호화는 기본이다.

리뷰 제공 업체는 최고 사양은 아닌 워크스테이션을 보냈는데, RTX 쿼드로 P400 GPU를 탑재한 제품이었다. 프로세서는 10세대 제온 프로세서였다. 따라서 PC가 빠르다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로딩이 거의 없다. 포토샵, 애프터이펙트, 프리미어에서 모두 로딩 속도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쿼드로 GPU의 경우 CAD 등 3D 작업에 특화된 제품이므로 3D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만약 사양을 높여 쿼드로 RTX 8000까지 높인다면 거의 적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가장 큰 적은 설치다. P400만으로도 4K 모니터 네대를 연결해도 별다른 무리가 없다.

일단 설치만 완료한다면 부품 관리도 쉽다. HP 워크스테이션만의 강점이라면 부품 교체 자체는 매우 쉽게 돼 있다.

더 중요한 건 게스트로 이 PC에 접속해서 쓸 때도 사양 저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은 높은 하드웨어 수준보다 이 소프트웨어의 완성도가 더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제품의 알파요 오메가는 원격으로 뿌려주는 소프트웨어다.

특히 어느 곳에서나 일할 수 있도록 같은 와이파이망이 아니라 알뜰폰 LTE 핫스팟으로 접속해도 된다. 통신 환경이 적당히만 갖춰지면 PC를 서버에서 끌어다 주고 화면만 보여주는데, 화면 프레임 저하가 없어서 그 워크스테이션을 쓰는 것과 동일한 기분이다. 프레임은 60fps까지 지원하므로 하고자 하는 것이 총 쏘는 게임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작업에서 문제가 없다. 다만 60fps를 초과하는 영상 편집에는 원격 컴퓨팅이 적절하지 않다.

알뜰폰 LTE로 접속해도 무리 없이 접속된다

리모트 부스트를 쓰며 느낀 의외의 장점은, 화면을 끌어와서 보여주므로 내 오래된 랩톱의 하드웨어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터리 소모가 내 오래된 랩톱을 그냥 사용했을 때보다 적다.

이 워크스테이션은 필연적으로 서버가 있는 회사에서 사용해야 한다. 서버가 없다면 이 얇고 큰 PC는 데스크톱처럼 서 있지 못한다. 적어도 수납장이라도 있어야 한다. 또한, 서버실이 없다면 이 소리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전원을 넣으면 슈퍼카 시동 걸리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이 소리가 직원들을 놀라게 하므로 사무실 구석에 숨겨두는 것이 좋다.


만약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면, 이 워크스테이션 한대로 여러 대의 PC를 사용할 수 있다. 여러 PC에서 한대에 접속해 사용하도록 만들 수 있다. 서버 옆 칸에 두고 보안체크를 수시로 할 수 있는 기업에서는 적합한 셈이다. 그리고 그 성능이 아주 굉장하다.

맥북에서 접속했을 때의 화면. 접속한 PC 화면이 그대로 뜬다.

리뷰를 끝마치는 이 시점까지도 이건 문돌이가 만져선 안 되는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까 그 걸음마를 알려준 분이 있을 것이고, 회사에서 서버 랙에 이 제품을 설치할 수준이 되는 사람만 있다면 이 제품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대신 고통스러우면 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편하게 좋은 PC를 인터넷으로 가져와 쓰면 된다.

미래의 PC란 대부분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PC 없이 대부분의 작업을 할 수 있는, LTE로도 접속에 무리가 없는, 그리고 아주 강력한. 미래는 생각보다 편리하다. 설치가 어려울 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