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에 나타난 정세균 총리, 어떤 말 했을까

정세균 총리가 클럽하우스를 통해서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났습니다. 지난 5일 밤, 한시간 반 남짓의 시간 동안 정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반대로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날 스피커로는 안성우 직방 대표,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최재혁 스푼라디오 대표가 참여했는데요. 각각 부동산, 여행, 오디오 콘텐츠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모두 정부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들이죠.

취재를 하다보면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듣는데요. IT 기술 기업에서 일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목소리를 정치권에 배출하려는 노력을 적게 한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렵다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총리와 스타트업 대표가 만나 어떤 형식 없이 자유롭게 궁금한 것을 서로 물을 수 있는 기회는 중요해 보입니다.

이번 대화는 모더레이터를 맡은 여선웅 직방 부사장이 마련한 듯 합니다. 여 부사장은 직방에 합류하기 전에 청와대 소통비서실과 고민정 의원실을 거쳤습니다. 정치권과 스타트업 사이에 대화의 장을 열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이죠. 이날 대화를 유심히 들어보니 정 총리는 이번 대화에 참여하기 전에는 클럽하우스를 잘 몰랐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이뤄졌으니, 계속해 정치권과 스타트업을 오가는 인물이 이 업계에서는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정 총리에게 하고픈 말을 전달한 세 대표의 주요 발언을 살펴볼까요? 정 총리는 또 뭐라고 답했는지도요. 여행업, 디지털 콘텐츠, 프롭테크 등 세 분야로 나눠서 옮겨봤습니다.

사진=클럽하우스 방송 장면

“올 가을부터는 여행 가능할 것”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여행업계 입장에서는 어서빨리 여행업이 회복되기를 굉장히 바라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 국민들이 안전하게 국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정책이 있는지 묻고 싶다.

또, 예측이 어려울 순 있겠으나 정부에서도 집단면역이 11월 정도에 형성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기가 언제쯤이라고 생각하는지 굉장히 궁금하다.

정세균 총리: 금년 가을부터는 아마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다. 대한민국에는 코로나19의 4차 유행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지금 3차 유행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안정화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3차 유행을 치료제와 백신으로 제압을 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걸 목표로 제시하고 전국 자치단체나 중대본에서 그 길로 가도록 요구하고 있다. 백신도 접종이 시작되어서 9월까지는 접종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국민은 접종을 마칠 거다. 그렇게 되면 가을에는 그래도 일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게 목표다. 그래서 가을이라고 말을 한 거다.

작년에 1월 20일에 첫 확진자가 나왔는데 제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어떤 주문을 했냐면 “지금이 위기이면서 기회다, 그러니 국내에 숨겨진 관광지를 찾아내라, 국민들에게 안내를 열심히 해라. 여행을 가고자 하는 국민들이 해외는 갈 수 없으니 국내에 가야 하니 그분들이 가시지 않은 숨겨진 곳을 찾아 내국인이 그곳으로 다녀오도록 철저히 안내해라”라고 주문을 했고, 상당히 노력했다.


“(구글애플 독점 문제) 고민 많이 하고 있다”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은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나 애플의 앱스토어 의존도가 높다. 마케팅이나 인재 채용 때문에 적자인 상태에서 그 비용보다 많은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구글과 애플에 지불하고 있다. 국내 앱개발사, 여러 게임 회사들이 같은 상황이다. 유한회사라는 터울 안에 있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거대 IT 기업의 매출이나 세금 부분을 트래킹 할 수 없고 추정치로만 해도 연간 수십조원의 수수료를 구글에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플, 구글과 같은 글로벌 공룡 기업의 국내시장 독과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부의 대응방안이 궁금하다. 국내 기업에 혜택을 주기 전에, 이런 큰 회사들과 스타트업이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게 어떤 정책을 고민하고 있나?

정 총리: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부분이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자부심을 갖는 것은 대한민국이 포털을 스스로 가지고 있다고 하는게 그나마 위안이 크게 된다. 글로벌라이즈된 대규모 애플(기업) 등과 제대로 경쟁이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결국은 시장에서는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제고할 수 있어야 되는 것이지, 애국심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기업이 그들과 최소한 국내 시장에서는 당당하게 경쟁해서 더 많은 마켓쉐어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차원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제대로 개선하고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통신회사들도 그렇고, 우리 기업들도 규모는 글로벌 기업보다 작지만 역량들은 다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앱 부분에 있어서 절대 뒤처지지 않고 국제적인 큰손들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그런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다.

최 대표: 국내에서 어느정도 서비스가 성장을 하면 정보보호인증(ISMS)을 받아야 한다. 수억원의 자금과 인력이 들어간다. 정부의 제도나 규제는 지켜야 한다. 그런데 한국 법인의 한국 회사에만 해당이 된다. 예를 들어 저희와 경쟁을 하는 외국 법인의 외국 회사는 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고, 실제로 이런 규제나 인증도 하지 않는다. (국내 서비스들이) 시장에서 시간과 자금을 더 쏟아야 하므로 도태가 되고 있다.

혹시 공유 킥보드가 돌아다니는 걸 보셨는지. 국내 스타트업이랑 해외 스타트업이 치열하게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한국의 법을 지키기 위해 운전면허증 인증을 받는다. 그런데 해외 스타트업들은 국내법을 무시하고 운전면허증을 입력 안 받고 바로 쓸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면허증을 등록 안 하고 편하게 쓸 수 있는 해외 서비스를 먼저 쓰게 된다. 그렇게 사용자를 뺏긴 한국 공유 킥보드 회사들이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러 업계에서 이런 제도나 규제가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똑같은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게 정부가 제도들을 확인하고 검토해봐줬으면 좋겠다.

정 총리: 너무 당연한 말씀이다. 꼭 그렇게 하겠다.


“프롭테크, 부동산 문제 투명하게 개선 기대”


안성우 직방 대표: 부동산과 관련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스타트업 위주로 하고 있다. 정부나 공신력 있는 곳에서 그런 인식과 노력에 관심을 보여주면 좋겠다. 프롭테크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지 궁금하다

정세균 총리: 원래는 (프롭테크를) 잘 몰랐다. 처음에는 직방이 부동산 쪽에 들어오면 공인중개사들이 망하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자세히 알고 보니까 직방과 공인중개사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종이라는 걸 확인하고 안심을 했다. 들어보니 정부에서도 프롭테크 업체가 잘 되어 나가는 것이 부동산이 과거에 가지고 있던 일정정도 불투명했던 부분을 오히려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정부로서도 가능하면 최대한 지원하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요즘, 사실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 LH공사 직원들이 실수한 부분이 있지 않나. 제가 보기에 조금 더 부동산 관련 산업이 투명해지고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그런 일도 잘 일어나지 않을 거다. 그래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 대화 중간에는 정 총리가 스타트업에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를 향해서는 “회사 이름을 스푼라디오라고 지은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고, 안성우 직방 대표에게는 “직방이 본사 사무실을 폐쇄하고 모두 온라인 근무를 한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한 것인지”와 “직방의 프롭테크 기술력이 해외 유니콘 업체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등을 물었죠.

또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에게는 “과거에는 특별한 기술력을 중심으로 미래를 생각했는데, 지금은 전 산업분야에 걸쳐 스타트업이 가능하다. 그것이 국가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할 것이라 기대하게 되는데 스타트업 CEO들에게 힘이 되는 정책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관련해 이동건 대표는 “창업 초기에 마중물이 될 수 있느 자금, 그리고 어느 정도 성장한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나아갈 때 해외의 자금력이 막강한 스타트업과 경쟁할 수 있는 그로스 단계에서의 자금 등, 스테이지에 맞는 자금 지원이 더 강화된다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스타트업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는데요.

이들의 이야기가 정 총리에게는 얼마만큼 다가갔을까요? 최소한, 이날 소신을 보인 발언과 관련해서는 꾸준한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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