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재그가 직접 물류 없이 ‘빠른 배송’ 만든 방법

2020년 기준 거래액 7500억원의 성과를 보인 여성 패션 마켓플레이스 지그재그가 ‘물류’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간 지그재그는 직접 물류를 하지 않았다. 지그재그에 입점한 4000여개의 동대문 패션 기반 쇼핑몰들이 매일 1만개씩 올리는 신상품을 소비자와 잘 연결해주는 데 집중했다. 소비자까지의 물류는 지그재그에 입점한 쇼핑몰이 알아서 처리했다.

그러다 보니까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소비자는 지그재그라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소비자가 지그재그에서 구매한 상품은 각각 다른 포장에 담겨 각기 다른 배송일에 도착한다. 불편함이다.

심지어 지그재그에 입점한 ‘하나의 쇼핑몰’에서 상품을 주문해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무재고 판매’가 일반적인 동대문 패션시장의 태생적인 특성에 기인한다. 주문이 들어오고 나서야 쇼핑몰 사입 담당자가 동대문 도매상가에 방문해서 물건을 매입하고 검수, 포장하여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이 때문에 동대문 패션 기반 쇼핑몰의 주문후 소비자까지의 배송은 통상 2~3일 이상이 소요됐고, 동대문 도매상에 재고가 없는 결품이 겹친다면 이 배송시간은 더 늦어졌다.

[자투리 이야기] 물류 이전 지그재그가 겪던 또 다른 문제는 ‘결제’였다. 소비자들은 지그재그라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했는데 서로 다른 쇼핑몰에 아웃링크로 들어가서 각기 다른 결제 도구로 여러 번 결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 문제는 지그재그가 지난 2019년 10월 통합 장바구니 서비스 Z결제를 론칭하면서 해결했다. Z결제는 2020년 12월 기준으로 전체 지그재그 입점 쇼핑몰 중 80% 이상이 사용하고 이용자수는 2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성공한 모델이다.

지그재그도 ‘풀필먼트’ 시작

지그재그는 물류에서 발생하는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 결과가 지그재그가 지난주 시작하고, 29일 발표한 이커머스 풀필먼트 서비스 ‘제트온리(Z-Only)’에 담겼다.

제트온리는 소비자 관점에선 말그대로 ‘단독(Only)’ 상품을 큐레이션해서 노출해주는 서비스다. 현시점 약 25개의 쇼핑몰이 제트온리 전용관에 입점하여 600여개의 스타일을 선보인다. 모든 스타일은 입점 쇼핑몰이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상품이다.

여기에 소비자에게 강조되는 또 하나의 차별점은 ‘빠른 물류’다. 종전 배송 리드타임을 통제하기 어려웠던 지그재그 상품들과 달리, 평일 오후 9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출고 된다. 이 말인즉, 택배업체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내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공짜 물류’를 혜택으로 더했다. 제트온리 상품은 전부 소비자에게 무료 배송 되며, 반품과 교환 또한 무료다.

지그재그 제트온리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 ‘지그재그가 큐레이션한 단독 상품(제트온리 입점 쇼핑몰 자사몰과 지그재그에서만 구매 가능)’, ‘무료배송’, ‘빠른배송’, ‘합배송’이 혜택으로 녹았다.

직접 물류 안하고 문제를 풀어낸 방법

지그재그가 빠른 물류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재고’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그재그가 재고를 ‘직매입’한 것은 아니다. 제트온리에 입점한 패션 쇼핑몰들이 판매할 자체 제작 상품의 재고를 구비하고, 책임진다. 지그재그 입장에서는 혹여 안 팔리고 남을 수도 있는 재고관리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그재그가 제트온리 입점 쇼핑몰의 유입을 가속화하기 위해 제공하는 혜택은 있다. ‘제트온리 전용관’은 지그재그 앱 안에서도 좋은 위치에 노출돼 쇼핑몰의 매출을 촉진하는 수단이 된다. 동시에 지그재그는 제트온리 입점 쇼핑몰에 들어오는 반품과 교환에 따른 물류비를 전액 부담한다. 소비자는 공짜로 반품, 교환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지그재그가 물류비를 지불하는 주체가 된다.

지그재그가 빠른 물류 서비스를 위해서 직접 물류 운영을 하는 것도 아니다. 제트온리의 이커머스 물류는 CJ대한통운과 협력하여 해결했다.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풀필먼트센터로 알려진 CJ대한통운의 곤지암 물류센터에 제트온리 입점 쇼핑몰이 사전에 자체 제작한 재고를 입고한다. 그 이후에 상품 관리와 피킹, 포장, 배송은 CJ대한통운이 대행한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제트온리 입점 쇼핑몰의 당일 출고 마감시간은 종전 오후 2시에서 9시로 늘어났다. 이는 CJ대한통운 곤지암 물류센터가 택배 허브터미널과 동일한 위치에 입지해서 집하 및 간선수송에 걸리는 시간을 절감했기 때문에 만든 결과다.

그렇게 지그재그는 소비자에게는 ‘빠른 배송이 입혀진 단독 상품’을, 지그재그 입점 쇼핑몰에게는 ‘더 많은 노출에 기반한 매출 상승’을, 물류를 대신 처리해주는 CJ대한통운에는 ‘신규 물량과 매출 상승’이라는 가치를 만들어준다. 지그재그가 판매나 물류를 직접 하지는 않지만 각각의 주체를 연결하고 그 안에서 가치를 만드는데 집중한다. 어떻게 보면 풀필먼트를 만드는 지극히 플랫폼스러운 방법이다.

3월 30일 지그재그 베스트 상품 탭에 접속해보니 제트온리 상품이 다수 상위권에 노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만큼 잘 팔린다는 뜻이겠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제트온리의 성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앱배포가 한 번에 진행된 것이 아니고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이라 성과를 말하기엔 다소 이르다”며 “베타 서비스 기간 동안 제트온리가 추구하는 퀄리티와 핏에 부합하는 컨셉을 가진 쇼핑몰의 자체 제작 상품에 대한 심사는 계속 진행될 것이고 이에 맞는 쇼핑몰이 생긴다면 추가 입점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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