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옳다는 믿음이 가져오는 오만

#1

나는 부동산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아파트 값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4·7 보궐선거에 앞서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한다.

아마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정부와 여당이 원한 결과는 아닐 것이다.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수십차례의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다양한 규제방안을 쏟아내도 시장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의 의도와 정반대로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2

정부와 여당의 주도로 지난 해 일명 ‘타다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타다 측이 거센 저항을 했지만 당시 국토부는 “타다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강행했다. 타다금지법에는 ‘플랫폼 택시 타입 1’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들어갔는데, 정부는 이 제도가 타다와 같은 서비스를 제도화시키고 다양한 참여자를 이끌어내 시장을 혁신하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타난 결과만 보면 국토부의 의도대로 된 것은 없다. 많은 이용자들이 애용했던 ‘타다’만 없어졌다. 국토부가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등장하리라고 기대했던 ‘플랫폼 택시 타입 1’ 서비스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고, 택시 시장에서 카카오택시의 독점력은 강화됐다. 카카오택시는 최근 택시기사 유료멤버십 제도를 도입했다. 아마 택시기사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이 멤버십에 가입해야 할 것이고, 사실상 카카오택시 플랫폼 유료화로 이어질 것이다.

카카오택시 독점 강화와 호출유료화는 정부가 바랐던 결과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명 타다금지법은 현재까지 이와 같은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정부가 규제를 무기로 시장에 끼어드는 것은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때가 종종 있다. 정부는 분명 올바른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정책목표가 실현되기는커녕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례들의 공통점은 정부가 반대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점이다. 정부의 정책목표가 옳다고 믿기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는 그른 것으로 치부한다. 부동산 가격안정이라는 목표가 옳으니까 정부 대책에 반대하는 것은 투기세력이고, 사회적 약자인 택시기사를 보호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니까 타다금지법에 반대하는 것은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된다.

옳다는 믿음이 오만으로 이어지고 그른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일은 현재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제2의 부동산 정책이 될지도 모르는 다양한 규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예를 들어 공정위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전자상거래법 등이 있다. 이 법들은 모두 올바른 정책목표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플랫폼 업체의 횡포를 막고 플랫폼내 이용자나 공급자를 보호하는 것이 목표다. 전자상거래법 역시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개인간 거래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려고 하는 등이 목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 법에 대해 스타트업 및 플랫폼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는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목소리에 크게 귀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유는 정부가 올바른 정책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의 힘이 강해지니까 플랫폼 참여자와 이용자를 보호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러나 올바른 정책목표가 항상 올바른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목표는 옳더라도 잘못된 방법론은 원하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현재의 정책이 미래에 올바른 결과를 가져올지 아닐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한번 시행된 정책을 되돌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전국민 호갱법이라는 단통법도 잘못된 정책이었다는 것에 대다수가 동의하지만, 아직도 살아숨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대 목소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들어야 하며, ‘정책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올바른 정책방향’이라는 믿음이 ‘내가 옳다’는 오만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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