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엑시트에 관한 오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코스피에 상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하이퍼커넥트(아자르)가 2조원에 미국 매치그룹에 인수됐다. 쿠팡이 뉴욕증시를 통해 기업공개를 한다고 밝혔다. 이 모든 일은 지난 6개월 내 일어난 것으로, 국내에서는 드물게 보이는 스타트업의 대형 엑시트 사례다.

스타트업이 경제의 굵직한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 글로벌로 시가총액 10위 안에 드는 회사 중 여덟개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정보통신기술(ICT)로 성장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텐센트, 테슬라,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이 여기에 속한다. 국내에서는 이보단 적지만 코스피 시총 10위 안에 셀트리온과 네이버, 카카오가 들어간다.

더 많은 기업이 성장해서 그 과실이 사회 전체에 돌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그런 바람으로 스타트업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꼽았다. 스타트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계속해 나온다. 그러나 스타트업 구성원들은 이 논의에서 한 가지가 빠졌다고 본다. 바로, 엑시트(Exit) 전략이다.

3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유효상 교수와 함께 만든 ‘스타트업 엑시트 생태계 전략연구’ 보고서의 최종 발표회를 가졌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돌아가게 하는 핵심축 중 하나이지만 그간 투자에 비해 관심을 덜 받았던 ‘엑시트(Exit)’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투자자 관점에서 엑시트는 위험한 선택으로부터 돌아온 이익을 회수하는 걸 뜻한다. 왜 위험한 선택이라고 말하냐면, 스타트업 중 90%는 망하기 때문이다. 자기 돈을 손해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투자를 원한다면 필연적으로 엑시트를 염두에 둬야 한다. 스타트업이 회사 가치를 키우고, 그에 따른 이익을 투자자와 나누는 과정을 엑시트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최근 국내의 스타트업들이 엑시트 하는 과정은 그렇게 아름답게 묘사되진 않았다. 특히 외국 자본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거나 회사를 매각하는 일에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코스포의 보고서는 이런 여론을 상대로 “스타트업에서 엑시트 전략이 왜 필요한가”를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숭실대 유효상 교수가 책임연구자로서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발췌해 다음과 같이 재구성해봤다.

사진 왼쪽부터,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유효상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교수.

스타트업 엑시트는 IPO만 있다?


코스포가 가장 하고 싶은 얘기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되면서, ‘배달의민족’이 아닌 ‘게르만민족’아니냐는 비난도 받았다.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큰 규모의 투자를 받았을 때 일본 자본이라고 비판받았던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글로벌 투자 유치나 매각은 매국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다.

먼저, 엑시트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엑시트는 스타트업 창업자 입장에서는 지분 매각이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원금과 이익분 회수다. 엑시트의 종류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는데 국내 상장, 국외 상장, 국내 인수합병, 국외 인수합병 등 네 가지다. 이중 칭찬받는 사례는 주로 국내 상장이다. 국내 자본으로 국내 기업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가장 비난받는 것은 해외 기업이나 자본에 창업자가 지분을 파는 것이다. 심하게는 ‘먹튀’로 일컬어진다. 국내 기업인 줄 알고 사랑해서 키웠는데 결국에는 창업자가 자신의 배만 불렸다고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가장 활성화되어있는 미국의 경우 인수합병(M&A)통한 엑시트가 약 97%에 달한다. 그 중 60% 정도가 초기단계에서 이뤄진다. 미국의 CB인사이트의 조사에서도 2016년 있었던 3358개 스타트업의 엑시트 중에서 3260개가 인수합병을 통해 이뤄졌다. 기업공개는 98개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는 주로 기업공개를 통해서 엑시트를 하려 한다. 2019년 기준 국내에서 인수합병을 통한 엑시트는 금액 기준으로 0.5%에 불과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연간 약 1만개의 스타트업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6년간 (2015~2020) 국내 신규 상장 기업의 수는 72개에 불과하다. 계산하면 꾸준히 성장해 IPO를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비중은 0.7%에 그친다. 그마저 상장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감안한다면, 인수합병의 길이 막힐 경우 국내에서 제대로 엑시트를 할 스타트업은 극소수에 불과하게 된다. 엑시트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어느 투자자도 섣불리 돈을 넣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조단위 엑시트에 돈을 넣을 수 있는 국내 자본이 적다는 점이다. 보고서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배달의민족이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5조원인데, 이는 2019년 12월 코스피 기준 20위권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금의 이마트와 같은 정도 수준이다. 이정도 규모의 기업을 인수할만한 국내 대기업을 찾기는 어렵다. 또, 기업가치와는 별개로 스타트업은 적자인 상황을 오래 유지하는 경우가 다반수다(기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투자를 오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기업공개도 쉽지 않다.

따라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이한 엑시트 전략에서 굳이 자본의 국적을 따져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 스타트업이 성장해 올 수 있는 파생효과를 실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요점 중 하나다.

유효상 교수는 이와 관련해 보고서에서 “앞으로도 글로벌 자본과 결합하는 스타트업 엑시트의 사례는 다양하게 등장할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 우리가 따져야 할 것은 자본의 국적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가 자국의 경제(고용과 세금 등)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창업자, 엑시트하면 끝이다?


엑시트한 스타트업 창업자를 격려하고 존중해 결과적으로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야 한다고 유효상 교수는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엑시트에 성공한 경험을 가진 기업가들이 스스로 투자자로 변식해 시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비즈니스 엔젤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예로 삼았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페이팔 마피아다. 페이팔은 미국의 전자결제 시스템 회사인데, 2003년 이베이에 매각한 자금을 밑천으로 또 다른 창업을 하거나 투자자가 된 그룹을 일컫는 말이다. 링크드인을 창업한 리드 호프먼, 유튜브를 만든 스티브 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이 바로 페이팔 마피아다.

물론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검색 서비스 ‘첫눈’을 만든 장병규 대표가 회사를 네이버에 매각한 후 그 자금으로 씨드 투자 전문사인 본엔젤스파트너스와 게임 개발사인 블루홀스튜디오(현 크래프톤)를 세웠다. 블루홀은 후에 ‘배틀그라운드’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장 대표를 비롯해서 첫눈 출신인사들은 이후 ‘첫눈 마피아’로 불리면서 IT업계에서 활약 중이다. 일본에서 라인 메신저 대박을 터트린 신중호 라인 CGO, 이상호 11번가 대표, 국내 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구글에 회사를 매각한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유효상 교수는 “국내에서도 카카오 마피아, 배민 마피아가 나와야 한다”며 “엑시트에 성공하는 스타트업 사례가 늘고, 성공 경험을 가진 앙트레프레너들이 재창업 내지 재투자를 통해 생태계 선순환에 기여하는 흐름이 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코스포 대표도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엑시트가 창업자나 투자자의 이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활력을 부여하기에 성공한 기업을 명예롭게 존중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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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아주 사소한 부분인데, 첫 줄에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 상장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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