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애플스토어에서 ‘찜’한 스마트팟 ‘피보’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프리카로 자원봉사를 간 청년은 눈 앞에 펼쳐진 기막힌 풍경에 감탄했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풍경의 일부밖에 담지 못하는 사진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은 청년의 머리 속에서 묵고 또 묵어 결국엔 세상에 나왔다.

이 청년은, ‘쓰리아이(3i)’라는 스타트업을 만든 김켄(Kim Ken) 대표다. 2005년 아프리카에서 고아원의 모금을 돕는 홈페이지를 제작하기 위해 낱장의 사진을 이어 하나의 긴 파노라마 뷰를 생성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그 청년은, 아이디어를 집요하게 다듬어 매출 180억원대의 회사를 경영하는 CEO가 됐다.

김켄 쓰리아이 대표

김켄 대표를 최근 서울 상암에 위치한 쓰리아이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마주친 이들 상당수는 모두 제각각의 국적을 가진 걸로 보였다. 김 대표는 “회사 구성원의 70%가 스물다섯개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라고 했다. 외국인 구성비가 높은 것은 쓰리아이가 미국을 비롯해 국외 시장에서 먼저 성장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쓰리아이는 지난 2017년 창업했다. ‘공간을 캡처해서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가졌다. 원래는 촬영된 사진의 왜곡이나 위치 정보 등을 잘 다듬어 균일하게 연결해내는 소프트웨어를 핵심 자산으로 가졌다. 그런데 이 기술이 보편적으로 통하려면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쉽게 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이 회사의 핵심 제품인 ‘피보(pivo)’가 나오게 된 계기다. 피보는 현재 아마존에서 팔린다. 최근에는 애플스토어로부터 입점 주문이 들어왔다.

피보는 얼핏보면 스마트폰 거치대나 셀카봉을 닮았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훨씬 많다. 스마트폰을 얹어 놓으면 타깃한 사람이나 사물의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의 초점이 360도 좌우로 함께 움직인다. 동영상 강의를 하거나 온라인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이들, 영상회의, 혹은 엔터테인먼트 영상을 만들거나 라이브커머스를 하는 사람들이 피보를 마치 개인 카메라맨처럼 쓸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김켄 대표는 피보의 제품군을 ‘스마트팟’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이 모바일 시장을 열었고,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낸 것처럼 미디어를 쉽게 만들고 공유할 수 있게 하는 피보가 ‘스마트팟’이라는 생태계를 열 것이라고 봤다.

쓰리아이가 만든 개인용 카메라맨 ‘피보’

창업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왔나?

아프리카 여행을 갔을 때 멋진 풍경을 가족이나 친구와 나누고 싶었다. 전체가 담기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사진에는 풍경의 일부만 찍힌다. 실감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그 당시에 아프리카에서 고아원 자원봉사도 했는데, 모금 후원을 위한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고 싶기도 했다. 어떻게 도와줄까 하다가, 여기 현장을 와보지 않은 사람도 느낄 수 있게 하려고 사진을 파노라마로 이어붙이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었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10년도 훨씬 지나서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건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가, 창업 전인 2011년에 비슷한 일을 해봤다. 전쟁 기념관을 3D로 촬영해  QR코드나 NFC를 통해 보여주는 거였다.

2011년이면 아직 스마트폰도 다 보급되지 않았을 때다. QR코드로 실내를 찍어 마케팅한다는 것은 당시로는 꽤 이른 아이디어 아니었나?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이제 막 스마트폰을 쓰느냐 마느냐 할 때라서, 영업을 하러 가면 “스마트폰을 누가 쓰느냐”는 말을 듣던 때였다. 설득에만 1년이 걸렸다. 2000군데를 넘게 전화해 보고 100군데를 만났다. 그중에 실제 사업까지 연결된 곳이 20군데 정도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면서 AR 제작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다는 걸 알았다. 특별한 장비를 써야 하고, 소프트웨어도 복잡했고, 플랫폼도 필요했다. 이 전체가 연결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당시 ‘구글 스트리트 뷰’가 나왔는데, 우리가 가진 기술을 스마트폰과 연결해보자는 여러 아이디어가 생겼다. 하지만 사업이 잘 되진 않았다(웃음).

한 아이디어를 오래 다듬어서 계속 도전했는데

2015년에 ‘이머시브(IMSV)’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공간을 캡처하는 솔루션을 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촬영 부분이었다. 비싼 카메라와 복잡한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했는데 이걸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면 좋겠다 싶어서 하드웨어를 개발로 연결됐다. 투자를 받으면서 2017년에 쓰리아이라는 법인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 본 시장은 어디인가?

부동산 중개형 솔루션이었다. ‘유브이알(YOUVR)’이라는 솔루션이었는데, 부동산에서 집을 찍어놓으면 실제로 그 집에 안 가봐도 그 집을 알 수 있다는 콘셉트였다. 그런데 국내에서 이게 잘 안팔렸다. 고객을 획득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부동산 사장님들도 나이가 많았다. 앱을 어떻게 다운로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 적었다. 그러면서 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에 다녀온 이후로 시간이 10년이 넘게 흘렀다. 그사이 여러번 도전했고 실패도 맛봤다

테크크런치에도 나가고 인정도 받았는데 실제로 사업이 잘 되는 것은 달랐다. 월정액으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려 했는데 잘 팔리진 않았다.

그래서 피보팅을 했다. 360도로 공간을 촬영하는 것은 같지만, 시장을 두 개로 나눠서 각각의 제품을 만들었다. 하나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피보’고, 다른 하나는 대기업 시장을 타깃한 ‘인사이트’다.

인사이트는 어떤 제품인가?

공장 안을 ‘네이버 거리뷰’처럼 속속들이 알 수 있게 하는 솔루션이다. 공장이 매우 크고, 그안에는 수만명이 일한다. 사진을 몇 장 찍어 오는 걸로 그 안을 모두 볼 수 있지는 않다. 게다가 공장 안은 통상 사진을 찍어올 수도 없다. 보안상의 문제가 있으니까. 그래서 공장 관계자가 공장 안을 밖에서도 보안 문제 없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어떤 기업이 인사이트를 쓰나

국내에서는 유력 반도체 회사가 인사이트를 쓴다. 일본의 데이터센터나 통신시설, 그리고 SAP가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미국에서 부동산 시장을 타깃했다. 그런데 현지에서 “나를 쫒아다니면서 촬영을 하는데 이걸 소셜미디어로 쓰고 싶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원격으로 영상통화도 할 수 있고, 라이브 스트리밍도 가능하니까, 카메라맨을 대신할 수 있더라. 그런 솔루션으로 변화가 됐다.

이제는 성과가 나고 있나?

인사이트를 여러 큰 기업들이 쓰고 있기도 하고 피보 역시 아마존에서 팔린다. 애플스토어로부터 입점 주문도 받았다. 매출도 빠르게 성장한다. 2019년에 첫 매출이 나고 나서, 지난해 총 18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절반이 미국에서 나온다. 올해는 이보다 일곱배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에서 먼저 제품을 내놓았다. 이유가 있을까?

한국에서 한 번 론칭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한국시장이 어렵더라. 미국에서는 소비자가 이메일로 소통하지만 한국에서는 전화로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 시장 규모’다. 영어로 제품을 만들고 영어로 마케팅을 하면 수십억명을 타깃할 수 있다. 한국에서 테스트를 해보면서 느낀 점은 어차피 시간이 똑같이 걸린다면, 영어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 투자 대비 효용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먼저 해외 시장을 타깃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시장으로 가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가지 못하는 케이스가 있다. 쓰리아이가 미국 시장에 친화적일 수 있었던 이유가 있을까?

첫 번째는 제가 미국에서 한 5년 정도 살았다는 거다. 그 다음으로 회사의 구성원, 개발자나 마케터가 다 외국인이다.

안그래도 회사에 들어오면서 보니까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섞여 있더라.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인재를 뽑는게 어렵진 않았나?

이런 제품을 만들 기술자를 찾는데 이 제품은 아직 해외에서도 시작을 안 한 제품이었다. 어차피 공부하면서 만들어야 했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면서 개발을 잘 하는 사람을 찾는데, 중소기업에서 그런 사람을 뽑는게 어렵다.

똑똑한 사람을 찾으려다보니까 한국에 유학을 온 친구들을 생각하게 됐다. 기본적으로 영어를 할 수 있고, 자기 나라에서 똑똑한 친구들이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유학을 온 것이니까, 이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이 잘 맞아들었다.

좋은 전략으로 보인다. 그럼 지금 쓰리아이의 인원 구성은 어떻게 되나?

70% 정도가 외국인이다. 25개 국적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또, 8개 나라에 쓰리아이의 직원이 나가 있다. 지금 현재 쓰리아이가 진출한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다.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피보가 말하는 ‘스마트팟이라는 카테고리가 시장에서 어떤 비전을 가져갈 수 있다고 보나?

스마트폰처럼은 안 되겠지만, 집이나 사무실에 하나 정도씩은 있을만한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결국엔 어디엔가 거치를 해놓아야 한다. 그런데 이 거치대가 똑똑해지고 나를 따라다녀준다면 재미있는 일이 많아질거다. 그 중심에 여기 ‘피보라는 것이 있다. 피보가 스마트팟이라는 카테고리의 리더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AI 음성 스피커를 대체할 수도 있을까?

있다. 피보로 틱톡 비디오 같은 것도 만들 수 있고,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와 영상통화를 할 때도 쓸 수 있다. 밖에서 반려견을 보려고 앱을 깔기도 하는데, 그런 용도로도 가능하다. 백개의 사용 사례가 있다.

피보로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스마트폰은 계속 카메라가 좋아진다. 피보라는 하드웨어는 모터와 블루투스만 달려있다. 소프트웨어만 계속해 업그레이드 해주면 성능이 엄청나게 좋아질 수 있다. 다른 앱들하고도 다 연결될 수 있다. 기존에는 스마트폰의 약점이 ‘혼자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인데, 그런 디바이스를 담는 그릇으로 피보를 키워갈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피보를 쓰는 다양한 앱들이 생길 거다. 그걸 통해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생겨나면 플랫폼도 만들어질 거라고 본다.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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