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멜론 천하 한국에서 통할까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국내 이용자들을 공략할 카드 중 하나로 ‘팟캐스트’를 꼽았다. 연내 한국어 콘텐츠를 포함한 팟캐스트 서비스를 국내에서 시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오리지널을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상욱 스포티파이 코리아 매니징 디렉터는 8일 온라인으로 열린 스포티파이 국내 출시 관련 미디어데이에서 “연내 팟캐스트를 국내 론칭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이미 국내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며 “콘텐츠 수급과 제공의 양 측면에서 팟캐스트 생태계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티파이가 산토끼를 잡는 법


박상욱 스포티파이 코리아 매니징 디렉터가 스포티파이의 팟캐스트 전략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 정식 서비스야 지난 2일 시작해 아직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스포티파이는 이미 꽤 알려진 서비스다. 마치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비스인데다, K팝 가수들이 스포티파이를 통해 글로벌 전략을 짜고 있다. 팝을 비롯해 가장 많은 음원을 공급하고 있는 곳이라 정식 출시전부터 스포티파이를 인지하고 있는 이들이 꽤 있다.

스포티파이에게 숙제는 어떻게 다른 서비스를 쓰고 있는 ‘산토끼’를 포섭할 수 있느냐이다. 잘해오던 것은 그대로 잘하면서도 뭔가 자신들의 플랫폼 안에서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공급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팟캐스트다.

팟캐스트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작한 스포티파이가 종합적인 오디오 플랫폼을 지향하면서 지난 2018년부터 강력하게 투자하고 있는 부문이다. 앞서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거나 제작하는 김렛미디어, 메가폰 같은 서비스를 인수하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그러나 국내에서 팟캐스트는 커지고 있는 산업이긴 하지만 아직 폭발적 성장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 콘텐츠의 가짓수나 인기는 늘어나고 있지만 수익성 부분에서 가야할 길이 멀다. 스포티파이는 이 지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 매니저는 “(국내 팟캐스트 생태계가) 수익화에 대한 부분이 아직은 명확히 규정되어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다”며 “생태계를 잘 발전시킬 수 있는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를 어떻게 조성하고 끌어나갈 수 있을지가 중요한 부분 같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는 글로벌로 팟캐스트와 관련해 세 가지 전략을 쓰고 있다. 하나는 ‘테드’ 같이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 콘텐츠를 수급하는 것이다. 스포티파이의 플랫폼 영향력이 있으므로 콘텐츠 수급에 있어 확실한 협상력이 있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두번째와 세번째다. 하나는 ‘익스클루시브’라고 표현되는 독점 콘텐츠 확보이며 다른 하나는 오리지널 제작이다. 이는 넷플릭스와 같은 영상 플랫폼에서도 도입했고 그래서 성공한 전략이기도 하다. 스포티파이는 이 전략을 국내에서도 적용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테드를 수급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이미 잘하고 있는 유명 콘텐츠를 가져오고, 또 중장기적으로는 독점과 오리지널을 수급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매니저는 “차차 오디오의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포맷으로 새로운 것 보여줄 수 있게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단기적으로는 팟캐스트 확보에 중점할 것이며, 방대한 양질의 콘텐츠를 독점으로 제공해 팟캐스트 생태계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팟캐스트 말고 또 하나의 전략은 아티스트와 긴밀한 관계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가수들이 스포티파이를 통해서 직접 이용자들과 만나거나 마케팅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인 ‘스포티파이 포 아티스트(Spotify for Artists)’를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아티스트가 자신의 노래가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많이 플레이되고 있는지 등의 숫자가 공개된다. 데이터를 통해 마케팅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 될 수 있다.

스포티파이의 경쟁력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다. 최근에 유튜브의 성공으로 한국에서 외산 서비스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통념은 깨지고 있지, 앞서 애플뮤직 등이 국내 진출했다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던 것은 스포티파이에게도 하나의 도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박 디렉터는 “한국시장을 파고든다기 보다는 키울 생각을 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른 기존의 서비스들도 열심히 노력해 경주하겠지만, 스포티파이 역시 한국의 새로운 청취자들이 음악 플랫폼을 자연스럽게 골라 청취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제품에는 자신 “일단 써보시라”


스포티파이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서비스다. 아직까지 팝 위주의 추천 리스트가 많다는 것, 그리고 일명 ‘톱100’ 류의 실시간 인기 차트 등을 앞세우지 않는다는 점에선 낯설다. 그러나 스포티파이가 최고 강점으로 내세우는 개인화나 맞춤 추천 같은 경우는 국내 서비스들도 대부분 도입했다. 스포티파이가 음원 부문에서 개인화 추천의 원조라고 해도 국내 이용자들이 이미 유사한 기능을 더 익숙한 사용자 문법으로 쓰고 있다는 것은 스포티파이가 넘어야 할 벽이다.

스포티파이도 이와 같은 부분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 온라인 간담회의 상당부분도 스포티파이의 추천화 기능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이쓰라 오메르(Issra Omer) 스포티파이 스톡홀름 본사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가 서비스를 설명했는데, 핵심은 “써보면 차이를 느낄 것”이다.

이쓰라 오메르(Issra Omer) 스포티파이 스톡홀름 본사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이쓰라 매니저는 스포티파이의 개인화 추천과 관련해 차별점을 세가지로 꼽았다. 고도의 개인화와 집중, 혁신이다. 단어로 들으면 모호하다. 이쓰라 매니저는 “최신 알고리즘, 수천개의 시그널을 사용해 최고의 추천을 하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매일 4만개의 신규 음원이 스포티파이에 등록되고 있고, 그 총합이 7000만개나 되는데 자신들이 이미 고도화해온 알고리즘으로 노래의 요소와 맥락을 고려해 최고의 추천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고의 오디오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5000명의 직원이 매진하고 다양한 앵글에서 최고의 추천과 발견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역시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써보면 알 것”이라고 말하는 것인데, 판단도 역시 이용자들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에 최적화한 추천이라는 것은 꽤 오랜 시간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도록 서비스와 친숙해질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스포티파이에게는 이용자들에게 그만큼 서비스에 시간을 쓰도록 설득하는 것이 하나의 관건이 될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스포티파이는 ‘능동적인 이용자’에게 유리한 서비스일 것으로 보여서다.

이쓰라 매니저는 “스포티파이는 3억4500만명의 이용자들에게 모두 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며 “각각의 이용자는 나름의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고, 선호나 관심 장르가 다르므로 개인화도 동일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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