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게임법이 바뀐다. 2006년, ‘게임 진흥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게임을 진흥이 아닌 규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만들어졌던 법이라 개정의 필요성은 크다. 그러나 바뀌는 법안에도 게임 업계는 만족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개정안 역시 진흥보다는 규제에 방점이 찍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15일 사단법인 한국게임산업협회(이하 협회)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실에 제출한 게임법 개정안 관련 의견서에도 녹아 있다. 협회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비롯해 국내 주요 게임사 75곳(협회 홈페이지 발췌)이 가입한 곳이다. 이 의견서에는 게임법 개정안에 정작 게임 업계의 의견은 부족하게 반영됐으며 결과적으로 게임산업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협회 측은 향후 후속 논의를 추진하면서 상임위 차원 공청회와 소위에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2월, 게임법 개정안 초안이 나왔을 때 서울 서초구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게임산업법 개정안’ 관련 토론회 현장 사진이다. 당시에도 개정 게임법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게임회사나 생태계 종사자들이 게임법 개정안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이 제정 목적과는 다르게 “등급분류, 내용수정 신고, 게임 과몰입, 영업의 신고 등 규제에 집중된 법률안”으로 제정되었고, “게임산업의 발전과 진흥 관련 정책 지원 규정이 미비함은 물론 특성이 다른 아케이드와 동일한 규제방식을 취하고 있어 게임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참고: 게임법 제정 일지>

2004년 12월 9일, 박형준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안”
2005년 3월 10일, 정청래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진흥법안”
2005년 4월 11일, 강혜숙의원이 대표발의한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2005년 6월 28일, 정부가 제출한 “게임물 및 게임산업에 관한 법률안”
2006년 4월 28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처음 발의된 후 1년 4개월 만에 총 4건의 법률안과 함께 위원회 대안으로 제정. 세계에서 유일한 독자적 ‘게임법’이 만들어짐.

법이 만들어진지 오래 됐고, 제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개정안도 만들어졌다. 법 개정은 지난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시작했는데, 그 취지로 “사행성 우려, 안전관리 등을 제외한 규제와 제도 등 게임관련 법령을 원점에서 재정비해 게임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뀌는 법안에 게임사들이 환영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협회는 게임법 개정안이 ▲불명확한 개념 및 범위 표현으로 사업자 예측 가능성을 저해한다는 점 ▲기존에 없던 조항을 다수 신설해 의무를 강제한다는 점 ▲타법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한다는 점 ▲실효가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왜 이런 지적이 나올까? 부분별로 뜯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협회가 “불명확한 개념 및 범위 표현으로 사업자 에측 가능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개정안에서는 ‘사회통념상 과다’나 ‘개조·변조하는 것이 용이’(제3조 적용제외 관련), ‘내용 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제27조, 제30조 등급분류 및 내용수정신고 관련),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제67조 광고, 선전의 제한 관련) 등의 표현을 썼다.

그런데 이런 말들은 그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의 ‘사업 예측성’을 떨어트릴 것이라 봤다. 개념 자체가 모호하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행동이 법을 위배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고 따라서 그 행동의 결과가 가져올 파장을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다.

모호한 개념은 개정안이 게임에 대해 내린 정의에서도 있다고 협회는 지적한다.


출처=게임산업협회

위 사진은 현행법과 개정안이 각각 게임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비교한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게임물의 정의 안에 ‘영상물’과 관련한 표현을 넣어놓았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영상물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협회 측은 이와 관련해 “법 적용 대상인 게임을 광범위하게 넓히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 외에도  등급 분류의 경우 운영방식을 포함시켜 심사 범위를 대폭 확대(제27조, 제30조)하고, 국내대리인 지정(제74조)과 관련해서는 ‘게임제작업자’ 등에게도 해당 조항이 적용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봤다.

협회는 사업자 의무를 강제하는 규제 조항 신설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개정안 제13조(실태조사 관련)에서는 명확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외 조항도 없이 게임사업자에 대한 직접적인 자료 제출이나 진술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게임산업협회

아울러 제60조(게임정보 통합전산망 관련)에서는 게임제작업자 등에 대해 일정한 운영 정보를 전송해야 하는 의무도 부과하고 있다. 문화, 예술과 관련된 타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행강제금(제79조제8항, 제80조제1항)도 새롭게 만들어진 조항이다.

협회 측은 “게임산업 관련 정보의 취득과 관련된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게임사업자에 대한 요구의 범위를 제한하거나 게임사업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는 정보는 그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는 등의 의무 준수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타법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항도 다수 존재하며, 특히 제2조제14호(청소년의 정의 관련)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등 문화・콘텐츠 관련 법률 대부분이 만 18세 미만으로 청소년을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명백한 역차별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제74조)는 고액의 과징금이나 서비스 차단 등 강력한 조치 없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으로 실효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 수거 등 및 이행강제금(제79조제8항, 제80조제1항)과 관련해서는 국내 영업장이 없는 해외 게임사업자들에게 부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효 및 실현 가능성이 떨어질 것으로 협회 측은 전망했다.

게임을 진흥하는 법을 만든다면서 정작 당사자인 게임 업계의 목소리는 반영하지 못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15일, 게임법 전면개정안을 의원발의 법안형태로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협회 측에 따르면 개정안 정부 입법 단계에서 필요한 관계기관과의 협의나 입법예고, 규제심사, 법제처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심의, 대통령 제가 등의 절차를 생략했다.


관련해 협회 측은 “급변하는 게임 환경 변화에 발맞춰 현실에 부합하는 법 개정안을 기대했으나 내용을 보면 업계 전문가 등 현장 의견 반영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산업 진흥보다는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항이 다수 추가돼 국내 게임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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