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게임 체인저 클럽하우스가 온다
지난 이틀간 글로벌 서비스 세개가 소셜 미디어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릴스, 스포티파이, 클럽하우스 세가지다. 그중 릴스와 스포티파이는 이미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는 서비스인데, 아직도 초창기 스타트업인 클럽하우스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클럽하우스는 2020년 3월, 폴 데이비슨(Paul Davison)과 로언 세스(Rohan Seth)에 의해 만들어졌다. 세스는 과거 구글 직원이었고 데이비슨은 연쇄 창업가다. 이들은 원래 세스의 자녀인 리디아의 희귀 유전 질병 치료를 위한 펀딩 사이트를 만들고 다른 아이들의 치료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그러나 그 이후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다 함께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그 이후 내놓은 것이 클럽하우스다. 이전에도 둘은 여러 서비스를 내놓은 바 있지만 제대로 한 사업은 처음이며, 클럽하우스는 놀랍게도 출시한지 1년이 되지 않았다.
클럽하우스는 출시 1년 미만이지만 유니콘으로 평가받는 기업이다. 현재 기업 가치는 약 14억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이것은 데이비슨이 과거 젠리보다 먼저 위치 공유 앱을 내놓고, 암호화폐 거래소도 만드는 등 계속해서 성공 앱을 내놓은 연쇄 창업가고, 세스는 구글에서 지도, 안드로이드, 위치 추적 등을 개발했던 경험이 있는 것이 영향을 주었다.
그들이 함께한 후 처음 만든 앱은 토크쇼(Talkshow)로 팟캐스트를 생방송 라디오처럼 듣는 앱이었다. 실제로 유명인이 등장해 팟캐스트 라디오를 진행하는 앱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일방적으로 라디오를 듣는 것이므로 라디오나 유튜브 방송과 큰 차별성이 없었고, 그 이후 청취자의 게스트 참여 기능을 넣어서 만든 소셜 미디어가 클럽하우스다.
클럽하우스는 토크쇼 시절에도 유명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따라서 여러 베타 테스터를 갖고 있었으며, 이들이 좋아했던 기능에 집중했다. 부가적인 기능을 빼고 소셜 미디어 성향을 더욱 크게 집어넣은 것이 클럽하우스라고 보면 된다.
클럽하우스가 빠르게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유명 투자자들에게 화제가 된 이후 유명인들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현재 오프라 윈프리, 일론 머스크, 드레이크, 자레드 레토, 애시튼 커쳐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유명인들이 유입됐다. 이들을 팔로우하면 이들이 여는 세션을 함께 들을 수 있거나, 방(rooms)을 만든 유명인들이 발언 기회를 줄 경우 그들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 손을 드는 기능을 넣어 의견을 어필할 수 있도록 했다.
유명인들을 필두로 하는 서비스답게 이 서비스는 단순 팟캐스트가 아닌 소셜 미디어 형식으로 제작됐다. 앱 가입 시 관심사를 넣고, 이 관심사에 맞는 유명인이 방송 스케줄을 잡으면 알림이 오고, 시간에 맞춰 참여할 수 있는 식이다. 이 앱은 아직도 초초창기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관심사 기반 룸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입장했지만 관심사 기반 방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성장의 규모가 예상을 넘어서는 것이다. 페이스북과 틱톡도 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지는 못했다.
유명인들은 기술 트렌드, 인종차별, 환경 등 여러 방을 만들어 라이브로 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트렌드에 기민한 일론 머스크는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과 관련해 사건에 연루된 로빈훗의 CEO를 초청해 대화를 하기도 했다.
이 앱은 줌(Zoom)으로 대표되는 화상 통화 앱이 어색한 시선 처리나 낮은 음성 품질 등으로 불편함을 야기하자 대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음성 대화 기반이므로 눈을 마주칠 필요가 없다. 또한, 음성 품질이 놀랍도록 뛰어나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을 비롯한 거의 모든 플랫폼이 단체 대화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음성 품질에서 약간 불편한 점이 있었던 데 반해, 정식으로 진출하지 않은 한국에서도 오디오 인풋 렉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품질을 자랑한다. 기존에 음성 대화를 위해 주로 사용하던 디스코드보다도 뛰어난듯한 느낌을 준다. 음성은 외부에 공개되거나 녹음할 수 없다.
또한 이 서비스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FOMO, fear of missing out)을 자극한다. 테크 트렌드로 예를 들자면, 최신 테크 트렌드를 직접 만들고 있는 테크 전문가들이 직접 방송을 진행하고, 이것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예를 들어 게임스탑 주식 폭등 사건의 경우 개미들을 응원한 일론 머스크가, 주식 매도를 금지한 로빈훗 CEO를 직접 초청해 이야기를 하므로, 이 사건에 대해 진정한 이야기를 듣고 싶던 사용자들은 이 시간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음성은 앱 자체적으로는 녹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꼭 그 시간에 참여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차별이나 혐오 발언에 대한 논란도 있다. 사용자들이 룸을 만들어 그 안에서 차별적인 주제로 대화할 것에 대한 우려가 있고 실제로 사건도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대화들은 점차 제재를 받게 되겠지만, 출시한 지 1년이 채 안 되고, 사용자가 200만명 미만일지도 모르는 서비스에서 논란거리가 벌써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이 앱에 대한 관심도를 방증한다. 이 서비스의 사용자 수는 숫자로 기록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지금도 200만명, 210만명, 220만명으로 적어야 할지도 모른다. 거의 비트코인 상승장이다.
초대제로 운영된다는 것도 FOMO를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 클럽하우스는 철저하게 초대를 받은 사용자만 가입할 수 있으며, 이들이 다시 초대를 해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구조다. 또한, 안드로이드를 아직까지 지원하지 않을 정도로 초기 앱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클럽하우스에 입장하고 싶은 욕구를 더욱 자극한다.
요약하자면, 이 앱은 유명인 대화의 직접 청취, 인플루언서를 만들어내는 소셜 미디어의 성향에, 그 시간에만 볼 수 있는 라이브 토크쇼, 뛰어난 음성 품질로 인한 생생한 경험, 편리한 인터페이스 등이 결합돼 폭발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페이스북류의 소셜 미디어 이후 거의 10년 만에 게임 체인저가 될 소셜 미디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틱톡처럼 폭발력이 있는 소셜 미디어도 있지만, 재미 위주의 분야를 개척한 틱톡과 달리 클럽하우스는 생산성이나 포럼 등 TED에서나 볼법한 주제들도 많이 선정된다는 점에서 페이스북을 이을 소셜 미디어로 볼 수 있다. 시간 제약 없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앱이 장기적인 히트를 가져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코로나19가 지나가고 나면 사람들은 다시 강연장에 모이고 싶어 할 것이며, 실제로 얼굴을 보고 네트워킹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시공간을 제거해버린 이 경험은 매우 특별한 것으로 남을 것이며, 컨퍼런스, 행아웃(놀기), 토크쇼 등의 일정 부분을 교체할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다른 여러 거대 소셜 미디어들은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자사 앱에 붙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클럽하우스의 대표들은 크리에이터 투자, 순위와 검색 향상, 서버 안정화, 빠른 지원, 안드로이드 지원 등을 다음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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