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6월 페이스북은 직원들과 이용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심지어 페이스북 광고 철회 운동이 일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게시물들을 방치했다는 이유였다. 트럼프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시위가 미국 전역에 확산되자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가 시작된다”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는 이 글이 폭력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경고 딱지를 붙였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이를 제재하지 않았다.

트위터와 비교되면서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 CEO는 인종차별을 옹호한다는 비난을 들었고, 결국 저커버그 CEO는 사과해야 했다.

그후 6개월이 지나 트럼프의 게시물이 다시 논란이 됐다. 초유의 미 의사당 점거 폭력 시위 몇 시간 전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 “더 열심히 맞서 싸워라” “힘을 보여줘라”라는 등의 게시물을 올렸는데, 대통령이 시위대를 선동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트럼프의 게시물이 올라오자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그를 강퇴(?)시켰다. 트위터는 트럼프의 계정을 영구적으로 정지시켜 버렸다. 페이스북도 6개월 전의 참사를 떠올리며 트럼프 임기 끝날 때까지 계정을 정지시켰다. 유튜브 역시 일시적으로 그의 계정을 정지시켰다.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적 발언들은 임기 내내 미국 정치권에서 논란이었는데, 그의 입을 막은 것은 법적 판단도, 시민들의 투표도 아닌 사기업인 소셜미디어 회사였다. 물론 그 판단은 회사 경영진의 주관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만약 트위터의 CEO가 잭 도시가 아니라 래리 엘리슨이었으면 어땠을까?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은 트럼프의 지지자이자 후원자이다. 덕분에 오라클은 미국 틱톡을 선물로 받았다. 래리 엘리슨이 트위터 CEO였다면 트럼프의 계정을 정지하거나 트윗을 삭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일개 사기업 경영진의 판단으로 대통령의 게시물이 내려가고 올라가고 할 수 있는 이 상황, 이게 맞는 것일까?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민주시민의 기본권이다. 이를 제한할 때는 법률에 근거해서 해야 해야 한다. 어떤 회사 CEO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거나 억압받으면 곤란하다.

최근에는 ‘팔러’라는 소셜미디어 앱이 논란이 됐다. 트위터를 지지했던 극우성향의 이용자들이 트위터를 떠나 새로 안착한 소셜미디어가 팔러다. 극우성향 이용자가 팔러에 몰리자 구글과 애플은 앱 마켓에서 팔러를 삭제해 버렸다. 심지어 아마존웹서비스(AWS)도 팔러의 호스팅을 취소했다.

이들에게 폭력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폭력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폭력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서버 자체를 개설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은,  마치 범죄자의 행동을 미리 예측해서 체포한다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현실화 같은 느낌이다.

어쩌면 이것이 미국의 특수한 상황이라고, 트럼프와 같은 돌연변이 대통령이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돌아보면 이런 일은 특수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치권은 가짜뉴스 근절한다며 포털에 가짜뉴스를 막을 책임을 부여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 가짜뉴스인지 아닌지는 누가 판단할까? 포털이다.

가짜뉴스의 유통을 막는 것은 중요한 과제지만, 사기업인 포털에 이와 같은 책무(또는 권한)를 맡기는 것이 바른 일일까? 정치권은 이를 두고 “포털도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포털을 빅브라더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한때 “다스의 주인은 MB”라는 주장은 가짜뉴스로 취급됐다. 모 정치인은 이 주장을 펼치다 명예훼손죄로 감옥에도 갔다 왔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다스 실주인으로 인정하고, 횡령죄와 뇌물죄를 유죄로 최종판결했다.

만약 포털이 가짜뉴스를 판별해서 삭제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면 “다스의 주인은 MB”라는 주장은 나오자마자 국내 인터넷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당시 대통령은 MB였다.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담은 게시글을 남겨두는 것보다는 지워버리는 것이 기업 경영에는 훨씬 유리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정지 시키자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적으로 정지시키는 것을 문제라고 여기고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으로 이를 입법기관이 제한할 수는 있지만 특정 기업이 이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