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인수로 얻는 이득 세 가지

네이버가 북미 유럽 콘텐츠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영미권에서 가장 독자 수가 많은 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한다. 네이버웹툰과의 시너지를 노렸는데, 지적재산권(IP) 비즈니스에서 가치 사슬을 만들어가기 위한 원천 콘텐츠 확보 차원의 투자다.

네이버는 지난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20일 밝혔다. 네이버는 6억여달러(약 6600억원)에 왓패드의 지분 100%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시킨다. 왓패드는 네이버에 인수된 이후에도 기존 운영진에 의해 독립적으로 운영될 계획이지만, 콘텐츠 간 시너지를 위해 네이버웹툰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간다는 전략을 짰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네이버웹툰은 왓패드를 통해 한층 더 다양한 글로벌 스토리텔링 IP를 확보하게 되었다”면서 “왓패드와의 시너지를 통해 기존에 네이버웹툰 갖고 있는 IP의 다각화 역량이 강화되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왓패드가 진행한 웹소설 공모전. 상단에 네이버웹툰이 후원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box type=”bio”] 왓패드는 어떤 곳?

네이버가 사들인 왓패드는 2006년 창업한 캐나다 토론토 기반의 스토리텔링 플랫폼이다. 애초 전자책 앱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아마추어 창작자가 몰리면서 자유롭게 웹소설을 올리는 플랫폼으로 규모가 확장됐다. 네이버 측에 따르면 왓패드는 북미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웹소설 플랫폼이다. 매달 9000만명 이상이 230억분을 왓패드에서 쓴다. 네이버웹툰의 월사용자수는 현재 7200만명인데, 이를 왓패드 이용자 수와 단순 합산하면 1억6000만명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네이버 측은 이번 인수로 월 1억6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스토리텔링 플랫폼 사업자가 됐다.  [/box]

네이버가 왓패드로 그리는 큰 그림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볼 수 있다. 우선, 왓패드가 가진 북미 시장에서의 브랜드파워를 네이버의 수익 모델과 결합해 ‘윈윈’을 내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왓패드가 확보한 이용자 수는 9000만명이다. 1억에 가까운 사용자를 확보한 플랫폼이 가지는 힘은 크다. 다만, 아직 왓패드는 무료 콘텐츠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웹툰이 지금까지 검증한 수익 모델을 붙이면 어떻게 될까?

엄청난 트래픽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여기에 비즈니스 모델을 붙여 수익을 내는 것은 네이버가 가장 잘 하는 일 중 하나다. 네이버웹툰 역시 국내에서 콘텐츠 분야 트래픽의 절대 강자인데, 지난 2013년부터 유료보기, 광고, IP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PPS 프로그램을 만들어 회사의 매출 신장에 기여했다. 이후 2014년부터 영어, 중국어 등 글로벌 웹툰 서비스를 출시해 글로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참이다.

네이버 측은 “왓패드가 북미,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사용자를 보유한 만큼 웹툰의 비즈니스 노하우를 접목할 경우, 웹소설 역시 더 공고한 창작 생태계를 갖추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근간 콘텐츠로의 성장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이야기다. 왓패드가 가진 브랜드 파워에 네이버웹툰의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을 붙인다는 전략인데 이렇게 될 경우 네이버는 브랜드 인지도를, 왓패드는 수익성을 올리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려볼 수 있다.

두번째는, 왓패드가 가진 지적재산권(IP)의 활용이다. 흥미로운 점은 왓패드에서 연재된 웹소설이 다른 형태의 콘텐츠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왓패드에서 연재한 ‘애프터’ 등 1500여편의 작품이 출판과 영상물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분야에서 네이버 측은 여러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이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전지적독자시점이나 재혼황후 같은 콘텐츠다. 인기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들어 히트를 쳤고, 그 웹툰의 인기에 힘입어 웹소설도 다시 많이 읽히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네이버웹툰 측에 따르면 현재 왓패드에 올라와 있는 웹소설 콘텐츠의 수는 10억개 가량이다. 이중 콘텐츠의 품질과 인기를 검증 받은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왓패드에서 인기 있는 작품은 북미와 유럽 지역의 이용자 선호도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

또, 네이버웹툰은 북미에서 아마추어 웹툰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올릴 수 있게 하는 ‘캔버스’를 운영 중이다. 이는, 국내에서의 ‘베스트 도전’과 같은 개념이다. 이 곳에서 인기를 얻으면 네이버가 원고료를 지불하는 정식연재 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게 짜여져 있다. 네이버는 왓패드에서 인기를 얻은 웹소설과 캔버스를 통해 확보한 현지의 그림 작가를 연결해 웹툰을 생산하는 시스템도 그리고 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웹소설-웹툰-영상’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가치 사슬을 만드는 것이 네이버가 그리는 궁극적 그림이다. 왓패드는 현재 ‘왓패드 스튜디오’라고 하는 영상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웹툰도 영상 제작을 하는 스튜디오N을 자회사로 갖고 있다.

앞서 웹소설을 기반으로 웹툰을 만드는 것과 같이, 이번에는 영상 제작 역량에서 시너지를 갖고 웹소설이나 웹툰을 기반으로 현지에서 영상을 만드는 것 역시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자체적으로 영상을 만들지 않더라도 세계적으로 동영상 스트리밍(OTT) 시장의 경쟁이 세지고 있기 때문에, 각 기업들에서 원천 IP를 확보하려 할텐데 이때에도 왓패드와 네이버웹툰을 통해 원천 IP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의 협상력이 강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가장 많은 이야기들이 웹소설과 웹툰에 모일 것으로 본다”며 “결과적으로는 영상화를 원하는 곳들이 네이버를 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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