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1] DHL, 하이센스, 애프터샥의 코로나발 공급망 위기 대응법

“지난 1년 코로나19로 인해 공급망(Supply Chain)은 큰 압박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조달과 물류를 포함한 가치사슬 전반의 변화를 마주했습니다. 공급망물류(Supply Chain Logistics)는 이제 떠오르는 기회이자 진화하는 고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기업이 넘어서야 할 장벽이 됐습니다. 앞으로 전례 없는 수준의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CES 2021 컨퍼런스 세션 <Supply Chain Solutions in a Rapidly Changing World>에서 주최측인 미소비자기술협회(CTA)의 사이온 뎁(Sayon Deb) 시장조사 담당 매니저가 전한 말이다. ‘기술’을 조망하는 행사 CES 2021에서 다뤄질 정도로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급망 관리’ 이슈는 대두된다. 산업간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공급망의 위기는 단순히 ‘물류기업’만의 이슈로 치부하기 어렵기도 하다. 실제 CTA의 조사에 따르면 수많은 북미 기술기업들이 자재 조달 물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온 뎁 매니저는 “CTA 리서치(CTA Research)는 최근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표준으로 공급망을 조정하고 있다는 내용의 백서를 발표했다”며 “연구에 따르면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협업을 강화하고, 데이터 공유를 늘리고, 수요예측을 강화하고, 디지털화를 지속하는 등 공급망의 유연성을 늘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 따라 기술과 물류의 교차점에 있는 업계 리더들을 컨퍼런스에 초청했다”고 컨퍼런스 참여 연사를 소개했다. 컨퍼런스 세션에는 댄 맥넛(Dan McNutt) DHL 북미 기술 담당 사장, 데이비드 골드(David Gold) 하이센스USA CEO, 킴 페세타(Kim Fassetta) 애프터샥 CMO가 참석했다. DHL은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물류기업이다. 하이센스(Hisense)는 TV로 유명한 중국의 가전제품 제조사다. 애프터샥(Aftershokz)은 골전도 헤드폰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세 회사는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움직인다. 그만큼 이들이 다루는 공급망은 복잡하다는 의미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다가온 공급망 위기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이번 컨퍼런스 세션은 CES 2021에서 유일하게 ‘물류(Supply Chain Logistics)’를 주제로 구성됐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이온 뎁 CTA 시장조사 담당 매니저, 데이비드 골드 하이센스USA CEO, 댄 맥넛 DHL 북미 기술담당 사장, 킴 페세타 애프터샥 CMO.

불확실성을 감당하는 라스트마일

전례 없던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인해 라스트마일 물류, 택배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물류 현장에서는 늘어난 수요에 맞춰서 한계 처리량(Capacity)과 노동 가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세계 최대의 글로벌 물류기업 DHL에게 있어서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라스트마일 물류는 큰 숙제로 다가왔다. DHL의 경우 항공물류와 허브 물류의 경우 적정 수준의 처리가 가능했지만, 라스트마일 물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택배와 관련하여 DHL익스프레스 사업의 처리량을 늘리는 데 상당 부분 투자가 진행된 배경이다.

처리량 문제와 맞물려 물류현장의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DHL은 코로나19 이후 북미에서만 4만명의 직원과 500개의 부지(Sites)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함께 물류현장의 보건, 안전을 위한 새로운 규약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HL은 임시 노동자(Temporary Folks)와 대행사 인력(Agency Labor) 의존 비중이 높았던 기존 물류 운영 방식에서 풀타임 근로자의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는 직원들이 꾸준히 물류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된다는 설명이다.

궁극적으로 DHL은 노동 가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물류현장의 ‘노동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노동 의존도를 줄이는 데는 ‘기술’이 활용된다. DHL에는 그들이 진출한 글로벌 각 국가별 지역 특성을 고려하여 새로운 기술 실험을 하는 전담팀이 있다. 주로 피킹 지원(Assisted Picking), GTP(Goods To Persons) 로봇 분야에서 기술 도입이 한창이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또한 이미 DHL이 3~4년 전에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맥넛 사장은 “코로나19는 확실히 이례적인 일이었고, 우리는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아젠다로 두 가지를 꼽았다”며 “하나는 한계 처리량(Capacity), 또 다른 하나는 노동 가용성(Labor Availability)”이라 말했다. 그는 또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공급망의 가동 중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국 노동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기술의 활용을 통해서 노동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면 어디에든 도입할 것”이라 전했다.

제조사들에게도 ‘라스트마일 물류’는 이슈가 됐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제조사의 물건을 받아서 판매하는 유통 공급사들에게 몸으로 다가오는 이슈지만, 공급망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조달과 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슈가 라스트마일 물류까지 연결될 여지가 충분하다. D2C(Direct to Customer) 트렌드 확산에 의해 화주사가 소비자와 연결되는 라스트마일 물류를 직접 관리하는 주체가 되기도 했다.

제조사들은 라스트마일 물류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공급망 점검에 나섰다. 제조사가 모든 물류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기 때문에 유통 및 물류 파트너의 운영 상황을 점검했고, 필요하다면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데이비드 골드 하이센스USA CEO는 “하이센스의 강점은 제조와 판매, 마케팅에 있지, 라스트마일 물류에 있지 않았다”며 “그래서 우리는 소비자까지의 라스트마일 물류를 위해서 더욱 긴밀히 우리의 소매 파트너, 물류 파트너와 협력했고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킴 페세타 애프터샥 CMO는 “(코로나19 이후) 당장 우리가 한 일 중 하나는 항공과 해상운송을 포함한 여러 물류 라인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며 “물론 이런 건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했던 일이다. 하지만 물류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나 커진 상황이었기에 물류 라인은 더 작은 덩어리로 나눠 분산시켰다”고 설명했다.

생산에 닥친 위기 분산

물류뿐만 아니다. 물류로 넘어가기 전 ‘생산’ 또한 과부하가 발생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많은 제조업체들이 공급망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감염병 확산으로 언제든 폐쇄될 수 있는 공장 환경, 국경 상황이 그들에게 새로운 위험으로 다가왔다. 이 때문에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가 ‘공급망 분산’이다.

하이센스는 코로나19 상황에서 TV 등 가전제품의 빠른 성장을 목도했다. 하지만 빠른 성장은 생산공장에는 큰 도전이 돼 다가왔다는 설명이다. 하이센스가 선택한 대응 방법은 ‘제조 거점의 분산’이다. 하이센스는 TV 생산을 위해서 북미에 가전제품 공장을 매입했고, 동남아시아에서도 제조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 CEO는 “제조 거점을 더욱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규모와 효율성을 갖추고 전 세계를 커버하는 하나의 허브뿐만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여러 허브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애프터샥 역시 코로나19 이후로 그들이 생산하는 골전도 헤드폰 수요가 급성장하는 것을 봤다. 이는 애프터샥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애프터샥이 자체 운영하는 공장이 있었지만, 해당 공장의 생산량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애프터샥이 급하게 선택한 방법은 ‘아웃소싱’이었다.

페세타 CMO는 “감염병이 확산되고 우리 헤드폰 수요가 굉장히 빠르게 증가했다.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제때 공장을 확장할 수 없었다”며 “부득이하게 다른 파트너를 수배해서 생산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결정이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결과를 가지고 왔다고 본다”고 밝혔다.

결국 ‘가시성’

가시성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물류업계에서는 가장 큰 아젠다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동시에 가시성은 업체들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큰 숙제이기도 하다.

DHL에게도 ‘가시성’은 숙제다. 맥넛 사장은 “가시성은 코로나19 이전에도 거의 모든 우리 고객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니셔티브였다”며 “하지만 모두가 가시성을 원함에 불구하고, 진정한 의미의 엔드투엔드 가시성을 해결할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역설했다.

실제 하이센스도 코로나19 이후 가시성과 관련된 많은 문제를 겪었다. 코로나19 초기 아시아 지역의 항만이 멈췄고, 그 다음으로 멕시코와 미국을 연결하는 교통이 차단됐다. 이 외에도 공급망이 분절되는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를 ‘실시간’ 혹은 ‘적시’에 하이센스에게 전달해준 도구는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는 골드 CEO의 설명이다.

골드 CEO는 “하이센스 시스템을 최적화하여 엔드투엔드 가시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스템 구성요소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T 이상으로 파트너사와의 인간적인 관계와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며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말하고,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는 모든 인간적인 상호 작용이 위기상황에서 우리에게 큰 변화를 만들었다”고 역설했다.

맥넛 사장이 생각하는 공급망 가시성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공급망 안에 있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제조사라면 원자재를 조달하기 위한 공급업체가 여러 개가 있으며, 이들은 모두 서로 다른 운송회사를 이용하고 있다. 동시에 단기 계약 물류 파트너를 활용한다. 하지만 이런 모든 공급사와 물류회사를 통합할 수 있는 ‘표준’은 찾기 어렵다.

맥넛 사장은 가시성 확보를 위한 DHL의 노력으로 ‘마이서플라이체인(My Supply Chain)’을 언급했다. 마이서플라이체인은 물류 가시성 확보를 위한 통합 포탈이다. 마이서플라이체인에는 복수의 공급업체, 운송업체, DHL익스프레스를 포함한 복수 택배업체가 정보를 제공한다. 때문에 화주사가 한 번에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고 처리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DHL 마이서플라이체인 대시보드. 물류 플랫폼은 코로나19 시대에 떠오르는 또 다른 아젠다다.(자료: DHL)

DHL에 따르면 아직 마이서플라이체인이 활성화가 되기에는 많은 숙제가 있는 것이 맞다. 맥넛 사장은 “공급업체와 거래하는 모든 이들을 플랫폼에 참가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플랫폼 안에서 많은 거래가 일어나야 한다”며 “동시에 글로벌 물류업체가 참가하는 통합 거래 표준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마이서플라이체인은 의심할 바 없이 비상사태, 탄력적인 계획, 더 좋은 의사 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DHL은 마이서플라이체인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고, 동시에 우리의 물류 처리량(Capacity)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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