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1] GS칼텍스가 꿈꾸는 미래 주유소, 드론 물류 가능할까?
GS칼텍스가 올해 처음 CES 2021 전시회에 참가했다. 100% 디지털로 진행되는 이번 CES 2021 전시관에 GS칼텍스가 꿈꾸는 ‘드론 배송과 미래형 주유소’ 영상을 출품한 것. 영상에는 지난해부터 GS칼텍스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함께한 드론 배송 시연과 미래 주유소의 컨셉 영상이 담겼다.
GS칼텍스가 꿈꾸는 미래 주유소
CES 2021 이전부터 여러 차례 강조했던 GS칼텍스의 비전은 주유소의 ‘모빌리티&물류 허브화다. CES 2021에 공개한 미래 주유소 컨셉 영상에서도 그 모습이 담겨있다. GS칼텍스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에 문을 연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 삼방’을 촬영한 뒤 그래픽 작업을 통해 주유소의 미래 모습을 영상에 구현했다.
영상은 도로를 달리는 우체국 집배원의 모습부터 시작한다. 우체국 집배원이 전해준 택배박스를 전해 받은 아이가 환하게 웃는다. 우체국 집배원이 택배 배달을 해줬는데, 왜인지 모르게 창밖에는 ‘드론’이 보인다. 그렇게 아이의 집을 나선 드론이 도심의 하늘을 가르며 GS칼텍스 주유소 천장에 있는 드론허브에 도착한다. 여러 대의 드론은 다시 상품을 싣고 하늘을 가른다.
영상에는 스마트폰으로 개폐할 수 있는 ‘무인보관함’의 모습이 보인다. 무인보관함에서 상품을 찾아가는 여자에게 전동킥보드를 타고 주유소에 방문한 한 남자가 인사한다. 주유소에 전동킥보드를 세워둔 남자는 바로 옆에 주차된 전기차를 ‘카셰어링’ 서비스로 바로 이용한다.
영상의 마무리는 역시나 드론이다. 화물만 나르던 드론이 사람을 싣고 나르는 ‘드론 택시’로 변했다. 도심 상공을 여러 대의 화물을 싣고 나르는 드론이 연결한다. 주유소 전기차 충전소에 주차된 차량에서 얼굴을 비치는 아이의 모습으로 영상은 마무리 된다. Energy, Expanding its potential.
GS칼텍스는 미래 주유소 컨셉 영상과 함께 두 개의 영상을 더 출품했다. 하나는 지난해 10월 여수 장도에서 드론 및 로봇 배송 시연 행사를 개최한 내용을 담은 영상이다. 기존 물류 인프라가 접근하기 어려운 도서지역의 생활 물품과 구호 물품을 비대면으로 배송할 수 있게 돼 물류 사각지대의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 것이라는 GS칼텍스의 평가다.
마지막 하나 남은 영상은 지난해 진행했던 GS칼텍스 ‘드론 물류 실증사업’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영상에서 GS칼텍스는 ‘주유소’를 드론 물류를 운영하기에 적합한 공간이라 소개한다. 주유소 특성상 물류 운송수단과 접근성이 좋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이 영상에서는 GS칼텍스가 지난해 4월 인천시 중구 소재 물류센터에서 유류 샘플 드론 배송을 시연한 결과를 소개했다. 그 동안 GS칼텍스 인천물류센터는 유조선이 해상 부두에 접안해 유류를 하역하기 전 제품 확인을 위해 소형 선박을 통해 유류 샘플을 운반해 왔다. 향후 이를 드론 배송으로 대체 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GS칼텍스측 평가다.
지난해 6월 제주도에서 GS리테일, 제주특별자치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진행한 드론 배송 시연 행사도 소개했다. GS25 편의점의 나만의냉장고 앱을 통해 상품을 주문하면 편의점 인근 주유소에서 드론에 적재해 목적지에 배달하는 방식이다. GS칼텍스에 따르면 이날 시연배송으로 1km 거리를 3분만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GS칼텍스는 드론 배송이 도서지역 대상으로 생수, 도시락, 식재료, 구호물품을 빠르게 배송하여 물류 사각지대 주민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까지 여러분은 CES 2021에 나온 GS칼텍스의 모든 것을 구경했다. 굳이 돈 내고 CES 2021 안 가도 위 세 개 영상은 GS칼텍스 유튜브에도 똑같은 것이 올라왔다. 보고 싶다면 공짜로 보자.
주유소의 청운, 가능할까
여기서 드러나는 의문은 GS칼텍스의 미래 주유소, ‘드론 물류 허브’ 계획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느냐는 거다. 오랫동안 한국 물류업체들 사이에서 ‘드론 물류’는 안 되는 사업이라는 평가가 주요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도심물류의 대체재, 예컨대 택배 화물차나 이륜 오토바이가 드론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이었다.
드론을 물류에 활용하더라도 배송보다는 물류센터 안에서의 재고 실사용도 등으로의 활용이 더 현실감 있는 접근으로 논의됐다. 정부기관에서 여러 차례 드론 물류 시범사업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복지 측면에서 산간벽지 배송이나 인간의 생명이 좌우되는 상황의 구호물자 배송 측면에서 논의된 배경이다.
하지만 GS칼텍스가 꿈꾸는 미래 주유소의 모습은 ‘도심 물류허브’다. 그러기 위해서는 드론 배송이 한국의 ‘도심’에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아래부터는 박정훈 로지스올컨설팅앤엔지니어링 대표와 나눈 대담이다. 그는 물류업계 로봇 활용과 자동화 컨설팅 분야의 전문가다. 그와 함께 GS칼텍스의 주유소 드론 물류 허브 계획이 가능한지, 앞으로 국내 드론 물류 상용화를 위해서 숙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알아본다.
한국에서 드론 도심 배송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드론 배송 상용화를 위해선 규제와 시민여론,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현실적으로 어렵다.
앞으로 드론배송이 상용화되기 위해선 우선 ‘법’이 바뀌어야 한다. 현행 항공법에 따르면 드론의 자동운항이 불가능하다. 기술적으로는 드론의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안정상’의 이유로 원격조종만 가능하게 허용해 놨다. 현행법상 드론을 운행하기 위해서는 목적지까지 드론 10대가 출발을 하면 10대의 드론을 누군가가 하나씩 운전하고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 때문에 생기는 비용이다. 드론 하나하나를 5G망으로 영상을 중개하든, 다른 어떤 방법을 쓰든 사람 조종사가 움직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런 환경은 물류 원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안전’에 대한 시민사회의 논의다. 혹여 드론이 내가 살고 있는 주거지 위를 비행하다가 기술적인 문제가 생겨서 추락하면 어떨까 시민들은 불안해한다. 미국 같은 경우에도 아마존이 드론 배송을 하려고 ‘법안’까지는 어느 정도 만들어 준비했다. 그런데 공청회에서 걸렸다. 시민들이 드론 배송을 반대한 게 그 이유였고, 한국에서도 ‘안전’에 얽힌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GS칼텍스는 드론으로 도심 물류보다는 ‘도서배송’을 한다고 포지셔닝해 왔다. 도서산간 지역의 드론 배송은 어떻게 보나.
도서산간 배송은 괜찮을 듯하다. 사회안전망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괜찮다는 의미다. 여전히 사업성이 있냐고 묻는다면 없다고 본다. 다만, 복지 차원에서 의미는 있을 것이다. 기업이 한다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측면의 의미는 챙길 수 있다. 도서산간 배송을 한다면 ‘일반택배’보다는 긴급의약품 배송과 같은 구호차원의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GS칼텍스가 주유소를 물류 허브로 쓴다는 것은 여러 상품의 합포장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건씩 픽업해서 배송하는 것에 비해서 여러 물량을 한 번에 드론으로 배송한다면 물류 효율성도 더 높아지지 않겠나.
모아 가면 물류 효율이 나오는 것은 맞다. 하지만 드론 기술 측면의 한계가 있다. 드론의 이륙 중량이 예전보다는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예전에는 약 2.5kg 정도였는데 지금 많이 좋아진 게 5kg 정도다. 여전히 많은 화물을 나르기에는 트럭보다 비효율적인 것이 맞다. 치악산 기슭에 다섯 가구가 사는데, 그런 곳을 향한 배송은 트럭보다 드론이 더 저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건 예외사항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0월 여수에서 드론과 육상로봇의 복합운송을 테스트했다. GS칼텍스 소호주유소에서 드론 제조업체 네온테크의 드론이 인근의 GS25 편의점 상품을 적재해 바닷길을 건너 0.9km 거리의 장도 잔디광장으로 날아갔고, 장도 잔디광장에 대기하고 있던 자율주행 전문업체 언맨드솔루션의 자율주행 로봇이 상품을 이어받아 0.7km 거리의 장도 창작스튜디오로 이동해 배송을 완료했다. 드론-육상로봇 복합운송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술적인 구성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뭐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외국은 한국처럼 생활물류 인프라가 촘촘하지 않다. 그들은 우리처럼 모여 살지 않으니까 무인 복합운송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서 미국 산속 목장에 홀로 떨어져서 사는 사람은 한 번에 냉동피자를 몇십판씩 구매해두곤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적합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처럼 물류 인프라가 충분한 나라는 이야기가 다르다. 오토바이 이륜 배달망이 깔려있고, 요즘에는 크라우드소싱 물류 기반으로 쿠팡플렉스 같은 것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라스트마일 물류를 수행할 대체 자원이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그런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향후 한국 도심에서 드론 배송을 활용하기 위한 숙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사업성’을 만드는 것은 요원할까.
물류에서 핵심 이슈는 ‘안전’이다. 안전이 먼저 확보가 된 이후 상용화를 검증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본다. 물론 당장 일반화물을 나르는 드론을 테스트하기에는 ‘민원’이 속출할 수 있다. 때문에 사회 공공성을 갖고 있는 상품에 한해서 먼저 테스트하면 좋겠다. 혈액과 같은 품목을 나르는 드론을 서울 시내에 몇 대 정도 시범적으로 운행해보고, 약 1년 정도 지나도 한 대도 안 떨어졌다는 것이 검증된다면 그 때부터 이야기하더라도 늦지 않다고 본다.
사업성 측면에서 봤을 때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하늘을 나는 드론보다는 육상으로 다니는 로봇이 먼저 문제를 해결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육상로봇과 관련된 기술들이 계속해서 논의가 되고 있는데 이런 업체들이 드론보다 먼저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만약 육상로봇이 활성화된다면 역으로 드론에 대한 니즈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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