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저녁. 기상청의 대설 주의보 발령에 뒤이어 서울과 경기, 인천, 충청, 광주 등 국내 주요 지역을 새하얀 눈이 뒤덮었다. 이어 1월 7일과 8일에는 20년만에 기록을 갱신한 한파가 몰아쳤다. 8일 서울의 기온은 영하 18도. 대한민국이 얼어붙었다.

8일 완전히 얼어버린 서울 마포구의 얼음판을 달리는 라이더들

기록적인 한파와 함께 멈춘 곳이 있으니 ‘배달 플랫폼’이다. 6일부터 8일까지.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 주요 배달 플랫폼에는 ‘배달 지연’ 공지가 속출했다. 플랫폼 안에서는 자체적으로 배달영업 중단을 공지하는 음식점들이 속출했다. 7일 배달 플랫폼을 이용해서 치킨을 주문한 한 소비자는 “주문 후 2시간이 걸려서야 음식이 도착했다”며 “그 전에 강제로 주문이 취소된 건도 2건이나 된다”고 상황을 전했다.

(왼쪽부터) 배달의민족, 요기요, 위메프오, 쿠팡이츠의 배달 지연 및 중단 공지. 쿠팡이츠는 7일 일시적으로 앱운영을 완전 중단했다가, 늦은 오후부터 재개했다.

악천후는 배달업계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어그러뜨린다. 안전을 우려하여 배달현장에 나오는 라이더의 공급은 줄어들지만, 동시에 집밖을 나가기 싫은 소비자들의 주문수요는 늘어난다. 배달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지는 이유다. 그 와중 눈앞을 가리는 폭설과 위험한 빙판길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현장에 나오는 배달 라이더는 있다. 당장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서다.

라이더망을 운영하고 있는 물류 운영사에게도 악천후는 큰 고민이 된다. 현장을 도는 라이더의 안전을 챙김과 동시에, 궂은 날씨에도 빠른 배달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사(음식점)가 있다면 그 클레임을 몸으로 받아야 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배달대행업체, 배달 플랫폼, 배달 라이더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달대행업체의 사정

배달대행업은 크게 ‘플랫폼’과 ‘지사’로 나뉜다. 플랫폼이 배달대행기사와 지사가 사용하는 업무용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업체라면, 지사는 현장에서 라이더 채용과 운영관리, 영업을 하는 조직이다. 악천후에 대한 배달대행업체의 대응도 이 두 주체를 나눠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플랫폼의 경우다. 배달대행 플랫폼은 기상상황을 고려하여 라이더 안전을 위해 운행중단을 공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 바로고는 6일 오후 7시를 기해서 배달 중단을 공지했다. 물론 모든 바로고의 배달 서비스가 멈춘 것은 아니다. 바로고가 프랜차이즈 본사와 직접 계약하여 확보한 B2B 물량만을 중단시켰다. 이는 지역 배달대행지사(허브)가 영업한 물량을 플랫폼인 바로고가 중단시킬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역의 업무 중단 결정은 배달대행지사장의 자율에 맡겼다는 바로고측 설명이다.

또 다른 플랫폼 메쉬코리아 역시 곧바로 실행한 대응책은 ‘라이더 배달 업무 중단’이다. 메쉬코리아는 혹한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도로결빙, 폭설 등으로 운행 여건이 어려울 경우 라이더 배달 업무를 중단하도록 매뉴얼화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쉬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폭설과 관련하여서도 배달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파악된 전국 1/3 지역의 배달 업무를 중단했다.

메쉬코리아는 7일 오전부터는 대체 운송수단을 수배해서 공급이 부족한 배달현장에 투입했다. 메쉬코리아는 이륜차 물류망뿐만 아니라, ‘사륜 화물차’ 물류망도 보유한 업체다. 운전자, 배달인으로 2인 1조로 구성된 팀을 꾸려서 소형 트럭을 투입해 일부 배달지연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을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메쉬코리아와 같이 오토바이, 자전거를 대체하는 사륜 운송수단을 긴급 수배해서 현장에 투입하는 또 다른 사례는 있다.

두 번째는 배달대행지사의 경우다. 배달대행지사의 악천후 대응책은 사실상 ‘일반화’ 하기가 어렵다. 각각이 업체의 대표자인 지사장의 자율에 맞춰 현장 운영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배달대행지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사는 7일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파악하여 우선 들어온 주문까지만 수행하고, 이후에는 업무를 하지 않았다. 8일에는 업무를 재개했는데 현장 관리자가 배달대행지사의 할당 지역을 순회하면서 배달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우선 파악했다. 만약 해당 지역에서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이 불가능한 상황을 음식점에 알렸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라이더의 안전 운행을 위해서 통상적으로 3km 이내 주문을 수행하던 배달 라이더의 운행거리를 1~2km로 제한하는 조치도 취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배달대행지사 관계자는 “오늘 오전까지 가맹점(음식점) 기점으로 목적지까지 1km 이내의 주문만 받아 배달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며 “해가 뜨면서 도로 상태가 조금 좋아진 것을 확인하고 1.5km로 운행거리를 늘렸고, 지금(오후6시경)은 주문량이 조금 잠잠해서 능동적으로 2km까지 늘렸다. 해가 지고 도로상황이 다시 악화되면 탄력적으로 거리제한을 1.5km로 줄일 예정이다. 현장 관제소에서 이런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의 사정

배달 플랫폼의 경우도 크게 두 가지 주체로 나눠서 봐야한다. 하나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위메프오와 같은 플랫폼처럼 ‘음식점’의 자율에 맡겨서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다. 이 경우 음식점이 직접 인력을 고용해서 배달을 하거나, 배달대행업체를 사용하여 배달을 수행한다. 배달수행 가능 여부는 음식점이 판단해서 자체 공지한다. 플랫폼이 음식점들의 배달 가부를 강제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배민라이더스’, ‘쿠팡이츠’처럼 플랫폼이 직접 물류망을 운영해서 음식점에게 함께 제공하는 경우다. 이때는 플랫폼사가 물류망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상 상황을 고려한 조취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먼저 배민라이더스가 선택한 방법은 배달대행업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배달 중단’이다. 폭설이 시작된 지난 6일 오후 7시경 배달의민족 앱내 B마트 운영이 일시적으로 멈췄다. B마트는 배민라이더스 라이더가 배달을 수행하는데, 라이더들의 안전을 고려해서 B마트의 주문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막았다는 설명이다.

B마트 배달 중단 조치가 풀린 7일과 8일, 우아한형제들은 배민라이더스와 B마트 라이더들의 ‘배달 거리’를 제한했다. 지역별 현장 상황을 고려해서 배달 제한 거리는 유동적으로 변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현재 고지대와 일부 이면 도로에선 눈이 녹지 않아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라이더와 커넥터에게 안전을 위한 방한 장비를 갖추고 눈길 운행 안전에 더욱 유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는 7일 앱 전체의 배달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쿠팡이츠는 배민라이더스와 달리 라이더 네트워크를 100% ‘크라우드소싱’으로 충원하여 운영한다. 지점망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짬을 내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오토바이, 자전거, 자가용, 도보 라이더를 플랫폼을 통해 개별 모집하는 구조다. 전업 쿠팡이츠 라이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크라우드소싱 특성상 부업으로 일을 하는 일반인들이 쿠팡이츠 라이더 네트워크에 상당수 섞이는 구조다.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압박은 덜한 부업 라이더가 많기 때문에, 혹한기 상황에서 쿠팡이츠의 라이더 수급은 타업체 대비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이츠 배달은 7일 오후 3시 30분부터 재개됐다. 하지만 이때부터 모든 쿠팡이츠 라이더의 운행이 재개된 것은 아니다. 쿠팡은 빙판 안전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한 ‘도보’ 배달 등록 라이더만 배달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혹, 자전거, 오토바이, 자가용 등록 라이더 중에서 배달을 희망하는 이가 있다면 ‘도보’ 라이더로 전환 신청할 수 있도록 공지했다. 8일부터는 모든 라이더들이 배달이 가능하도록 운행 조건을 변경했다. 다만, 도보 배달을 권장하는 공지사항은 유지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기상 상황에 따라서 라이더들의 업무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프로모션 요금 또한 수요공급 상황을 반영하여 실시간으로 변했다.

쿠팡이츠도 배민라이더스와 마찬가지로 ‘배달거리’ 제한을 두는 조치를 취했다. 쿠팡이츠는 8일 기준 앱상에서 도착지 기준으로 500m 이내 거리 음식점에서만 고객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라이더들의 장거리 주행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판단에서 쿠팡이츠가 내린 조치다.

배달 라이더의 사정

라이더들은 배달대행업체와 배달 플랫폼의 조치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배달 라이더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에게 업체들의 조치에 대한 라이더들의 현장 반응을 물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의 평가에 따르면 폭설이 내리던 6일 배민라이더스,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의 초동대처는 미진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배달 업무를 위해 현장에 나온 일부 라이더들은 폭설로 배달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배달 주문을 라이더가 자의적으로 취소하면 추후 배달 주문 배정에 있어 플랫폼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라이더들은 쿠팡이츠와 배민라이더스 CS채널에 주문취소 문의를 넣었는데, 이날 CS채널의 상담이 제시간에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라이더 중에는 문의를 넣고 20분 동안 답이 없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배달을 수행하다가 사고가 난 사람도 있다는 라이더유니온측 설명이다.

박 위원장은 “자연재해라 한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평소 (배달 플랫폼들의) 라이더 소통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번에도 초기 쿠팡이츠와 배민라이더스는 아예 연락이 닿지 않는 게 문제였다”며 “그런 점에서 일반 배달대행 라이더들이 더 낫다. 그들은 바로 배달대행업체 관리자에게 전화를 해서 도저히 현장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니 주문을 취소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동네 특유의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의 배달대행업체와 배달 플랫폼의 대응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는 게 박 위원장의 평가다. 그는 “배민라이더스는 업무시간 중에 배달이 늦어도 상관없다는 내용의 공지를 라이더들에게 전했는데 적절한 초치라고 생각한다”며 “쿠팡이츠와 같은 경우도 빙판길 배달업무를 중단한 조치는 잘했다고 보고, 기존 라이더가 도보배달로 전환을 할 수 있게 한 것도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업체들의 조치도 조치지만, 이번 폭설 및 한파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제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6일 폭설 이후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늘(8일)까지도 배달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며 “어제까지 배달을 수행할 수 없는 건 맞다고 생각하지만, 오늘까지 할 수 없다는 건 도시행정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플랫폼 회사나 자영업자들이 지자체에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이륜차 물류업체 관계자는 “어제 배달 업무 수행을 위해 현장에 나갔는데 제설이 너무 많이 안 돼서 오늘까지도 업무가 불가능했다. 이면도로 쪽을 달리면 거의 눈 위를 타고 다니는 느낌”이라며 “현장을 돌면서 많은 이륜차 라이더들이 넘어지는 것을 봤고, 저도 두 번이나 넘어졌다. 업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오늘 업무는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고객사에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리해서 라이더들이 업무를 운영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약 라이더들이 다치면 하루이틀이 아닌 7~14일 가량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며 “라이더 안전 때문에 업무를 중단한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오퍼레이션 측면에서도 업무를 중단하는 것이 강행하는 것보다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