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사들은 무엇에 집중할까.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등 올해 주요 금융그룹사의 신년사에는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네 곳의 그룹사 모두 공통적으로 빅테크 기업과 플랫폼을 키워드로 꼽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주요 금융사들은 올해를 금융업의 경계가 흐려지는 원년으로 봤다. 수많은 기업들이 마이데이터 산업에 뛰어들 예정인 동시에 빅테크 기업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증권, 카드, 대출, 보험 등이 진출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금융사들 모두 자사 뱅킹 앱을 종합금융 혹은 생활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위기의식 드러낸 금융사들

새로운 다짐과 포부로 가득차야 하는 신년사에는 위기의식이 가득했다. 빅테크 기업들에게 밀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심지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신년사 내용 가운데 절반이 빅테크에 대한 내용이었다.

윤 회장은 “빅테크의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로 업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시대가 도래해 새로운 위협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금융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대변화의 시대를 누가 발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변화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며 빅테크 위협에 공감했다. 김 회장은 “업권의 붕괴로 인한 다수의 경쟁자 등장, 국내시장의 포화와 규제의 심화, 저금리 기조의 지속은 이자이익 기반 성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핀테크를 넘어 빅테크 업체의 금융업에 대한 공세는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도 이제는 경쟁이 업권을 넘나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기존의 금융그룹들은 누가 적인지도 모를 빅블러 시대 속에서 무한경쟁하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의 전환기에 놓여있다”고 표현했다.

플랫폼 전략, 선택 아닌 ‘필수’가 된 이유

금융사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에 대비하기 위해 ‘플랫폼’ 전략을 선택했다. 특히 올해는 마이데이터, 종합지급결제업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다양한 기업들이 금융사와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빅테크 기업 가운데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은 곳은 네이버파이낸셜,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보맵, 핀다, NHN페이코 등이다.

게다가 금융권에서 가장 경계하고 있는 곳 중 하나인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을 내놓은데 이어 온라인 사업자 전용 대출상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증권업에 진출한 카카오페이는 디지털손해보험사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또 증권업에 진출한 토스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뱅크샐러드, 보맵 등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빅테크 기업들은 수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 영향력을 기반으로, 하나의 금융영역이 아닌 종합 금융영역에 진출을 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사들도 자사의 뱅킹 앱을 더 이상 금융상품 판매 앱이 아닌 개인화된 플랫폼으로 탈바꿈할 수 밖에 없다. 금융사들도 플랫폼 전략의 일환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카드, 우리카드, 신한카드가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았으며, 이달 중으로 본허가를 승인받을 예정이다. 나머지 금융사들도 심사를 받고 있다. 상반기 중으로 금융사를 포함한 빅테크 기업들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쏟아내며 본격적인 플랫폼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KB금융그룹은 올해 핵심 전략 중 하나로 ‘고객 중심의 플랫폼 구현’을 꼽았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금융플랫폼 혁신을 통해 고객접점을 더 확대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룹의 대표 금융 앱은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통해 각 플랫폼의 역할에 맞는 특화된 종합금융플랫폼을 구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의 뱅킹 앱 스타뱅킹과 KB증권의 모바일트레이팅시스템(MTS) 플랫폼 ‘M-에이블’, KB국민카드의 리브메이트 등이 대상이다. 앞으로 각 계열사의 대표 앱은 상품판매 중심에서 종합자산관리 성격으로 변신한다. 지금까지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합금융솔루션을 제공하고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의 신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도 ‘플랫폼 금융’을 강조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데, 플랫폼 금융이 이를 위한 최적의 도구라는 것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플랫폼은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시장과 같은 공간으로,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며 “사용자들이 몰리면 몰릴수록 사용자가 계속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먼저 선점하는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그룹은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해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나은행은 부동산 플랫폼, 주거생활 플랫폼, 기계산업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 공유주방 플랫폼, 모빌리티 기업 등 여러 업종과 제휴를 맺으며 생활금융 플랫폼 변신에 나섰다.

신한금융그룹도 혁신 플랫폼에 방점을 찍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금융과 비금융, 재미와 가치를 아우르는 신한만의 혁신적인 디지털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가자”고 당부했다. 다만, 조 회장은 핀테크, 빅테크 기업을 경쟁사이자 협력의 대상으로 봤다. 그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며 “핀테크, 빅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이제 디지털 플랫폼은 금융회사 제1의 고객 접점”이라며 “AI, 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한 전사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플랫폼을 혁신하고 디지털 넘버원 금융그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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