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드론으로 의료품을 나르는 테크 기업, 짚라인

올 4월, 의료품 수급이 어려운 일부 섬 지역을 위해 드론으로 마스크를 운반한 일이 화제가 됐다. 당시 방송 화면에는 드론에 매달린 의료품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사람들의 모습이 잡혔다. 그런데 비슷한 비즈니스를 4년 전부터 시도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 있다. ‘짚라인(Zipline)’은 접근성이 약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주로 활동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 의료품을 수송하고 있다. 세콰이어 캐피탈과 안데레센 호로위츠 같은 유명 벤처캐피탈 주목하는 짚라인은 과연 어떤 기업일까?

출처= 짚라인 홈페이지


드론이 줄 수 있는 가치의 실현


짚라인은 주로 의료품을 드론으로 수송한다. 도로 인프라가 잘 깔리지 않은 아프리카 지역에 수혈용 혈액이나 구호 물품, 의료 장비, 의약품 등 비교적 다양한 의료품을 나르는 것이 주업무다.

짚라인 측은 자신들의 사명을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필수 의약품을 즉시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2016년, 아프리카의 르완다에서 수혈용 혈액을 처음 수송한 것을 시작으로, 가나와 탄자니아, 필리핀, 인도 등으로 활동 지역을 확대해왔다. 대부분 도로 인프라가 좋지 않아 의료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다.  이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드론 비행에 관한 규제가 약하다는 특징을 가졌다.

일명 ‘짚스(Zips)’로 불리는 짚라인표 드론은 목표지점까지 자율 비행으로 날아간다. 목적지 상공에 도착하면 착륙하지 않고 의료품을 낙하산에 매달아 떨어뜨린다. 의료품을 요청한 측은 드론에 대한 부수적인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어 시간과 인력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의료품을 요청한 수급처에서는 낙하한 의료품을 주워 가기만 하면 된다. 비행 이후 모든 과정은 짚라인으로 추적할 수 있다.

출처=짚라인 홈페이지. 소형 비행기 모양의 드론에서 수송품이 낙하산에 실려 떨어지고 있다.

짚스는 일반에 익숙한 프로펠러형 드론이 아니다. 장거리를 빠르게 날아가기 위해 소형 비행기 외형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짚라인 측에 따르면 짚스는 한 번의 비행으로 최대 150km를 오갈 수 있으며, 지금까지 600만km 이상의 누적 거리를 기록했다. 짚스가 견딜수 있는 수송 의료품의 무게는 최대 1.75kg이고, 8만건이 넘는 의료품을 수송한 전력이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미국전기전자학회(IEEE)가 운영하는 매체 스펙트럼(Spectrum)에 따르면 짚라인이 의료품 주문을 받고 드론이 발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개 10분 이내다. 가령 수혈용 혈액 요청이 짚라인의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면, 담당 기술자가 저장 시설에 보관된 혈액을 카드보드 재질의 박스에 포장한다. 이후 휴대폰으로 드론의 각 부분 QR코드를 찍어 작동을 점검하고, 짚라인 데이터베이스에 수량 및 세부 사항을 입력한 뒤 드론이 발사된다는 것이다.



르완다에서 미국으로, 코로나19가 넓힌 짚라인의 활동 무대


짚라인의 첫 상업 비행은 지난 2016년 아프리카대륙의 르완다에서 이뤄졌다. 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지역들에 수혈용 혈액을 공급하는데 특히 르완다에서 짚라인의 서비스 활용도가 높다. 수도인 키갈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혈액공급 중 65%가 짚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짚라인 측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금까지 1만4000여건 이상의 혈액 공급을 수행했다.

르완다에서의 행보에 대해 드론 전문 매체 ‘드론라이프’의 맥나브 편집장은 “도로 인프라가 의료품 수급에 좋지 않은 르완다의 경우, 오토바이로 사흘 걸리는 것이 드론으로는 15분 걸린다”면서 “짚라인은 드론 수송계의 영웅들”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2017년, 짚라인은 탄자니아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당시 짚라인은 탄자니아 정부와 제휴해 매일 2000회 이상을 왕복하며 의료품을 수송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짚라인의 켈러 리나우도(Keller Rinaudo)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인공지능은 부유한 국가에서 시작해 가난한 나라로 흘러간다’라는 패러다임에 전환이 생겼다”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어떻게 그것이 행해지는 지를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2년 후인 2019년 4월, 짚라인은 가나로의 사업 확장 계획도 발표했다. 짚라인 측은 가나 정부와 협력해 네 개의 공급센터를 세워 서아프리카 전역의 보건시설 2000여 곳에 백신과 혈액, 의약품을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짚라인 홈페이지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의 사회적 거리두기 현상은 짚라인의 활동 무대를 확장시킨 계기로 작용했다. 팬데믹 이후 짚라인은 르완다에 마스크와 의료장비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올해 4월부터 가나의 대도시 내 연구소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테스트 샘플을 배달해주고 있다. 짚라인의 이러한 시도는 도시 밀집지역에 드론이 정기적인 장거리 배송을 하는 첫 사례다. 뉴욕타임즈(NYT)는 짚라인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금까지 총 3만600건 이상의 의약품을 수송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으로의 확장도 눈에 띈다. 그동안 미국은 드론 비행에 대한 규제가 심한 편에 속했다. 이에 드론 사업을 먼저 시작한 아마존과 구글도 식료품 배달 이외의 다른 부분에서는 특별히 부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다만 올해 5월, 미연방항공청(FAA)는 짚라인에게 헬스케어 장비 업체 ‘노반트헬스(Novant Health)’와의 파트너 관계에 한해 드론 비행을 허용했다. 비록 30km에서 50km 사이의 단거리 비행이지만 짚라인은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에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 용품과 보호 장비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미연방항공청의 승인은 항공기용으로 지정된 D등급 공역에서 상업용 드론이 비행하는 최초의 사례로 꼽힌다.

이에 대해 짚라인 관계자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의료품 수송작업은 나머지 국가들에게 높은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에 대한 청사진을 제공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창업배경부터 전망까지


지난 2014년, 짚라인은 로봇 장난감을 만들던 기업 ‘로모티브(romotive)’가 회사명 및 비즈니스 모델을 탈바꿈한 기업이다. 현지 외신 등에 따르면, 짚라인의 최고경영자(CEO) 켈리 리나우도와 헤츨러는 과거 탄자니아의 의료기관을 방문하면서 지금의 짚라인을 생각해냈다.

당시 이들은 탄자니아에서 한 의료 종사자를 만났고, 그가 제작 중인 ‘긴급 상황에서 의료품 요청이 가능한 문자 메시지 시스템’을 보게 됐다. 그러나 열악한 의료품 수송 환경 탓에 의료품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었고, 이에 리나우도와 헤츨러는 드론을 통한 공급망 자동화 방식을 고안해냈다. 이후 로봇 분야의 기술자 키난 와이료벡(Keenan Wyrobek)을 만나 지금의 짚라인이 탄생했다.

켈리 리나우도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의료 직원이 의료품 요청이 입력된 데이터베이스를 보여주었는데, 수천 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라며 “대부분 유아였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공급망은 그들을 책임질 방법이 없었다”고 짚라인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창업 이후 짚라인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에지 컴퓨팅과 자율비행 드론이라는 고도의 기술을 비즈니스에 접목시키며 벤처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지금까지 벤처캐피탈로부터 2억2500만달러(약25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확보해왔다. 세부 투자기업들로는 세콰이어 캐피탈, 안데레센 호로위츠 등 실리콘밸리 유명 VC들이 이름을 올렸다.

짚라인은 아직 구체적인 상장 계획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는 짚라인의 기업 가치를 12억달러(1조3000억원) 이상으로 평가한 바 있다. 미국의 CNBC는 짚라인을 2년 연속 혁신기업 50위 내로 선정했으며 특히 올해는 혁신기업 7위로 짚라인을 주목해야할 벤처 기업으로 꼽았다. 현재 글로벌 투자 업계는 전 세계 드론 시장이 2025년 202억달러(약2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짚라인은 지난 9월 월마트와의 파트너십 체결 소식을 알렸다. 발표에 따르면 짚라인은 내년부터 건강 식품과 웰빙 제품을 월마트 본사가 위치한 아칸소 주에서 배달하게 된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이호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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