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밝힌 배민-요기요 합병 불허의 이유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이하 우형)의 인수합병을 불허했다. 공정위는 우형을 인수하려면 DH코리아(요기요·배달통 운영사)를 매각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공정위는 “(합병이) 음식점, 소비자, 라이더(배달원) 등 배달앱 플랫폼이 매개하는 다면시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전방위적으로 미치는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되어 DH에게 DHK 지분(100%) 전부를 매각하는 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어 “이를 통해 배민-요기요간 경쟁관계는 유지하여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고 혁신경쟁을 촉진하는 동시에 DH와 우형간의 결합은 허용하여 DH의 기술력과 우형의 마케팅 능력의 결합 등 당사회사간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는 달성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밝힌 합병 불허의 이유 1. “전화주문과 배달앱은 다른 시장


이번 심사에서 과정에서 DH 측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시장의 독과점 기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체 음식배달 주문에서 여전히 배달앱보다 전화주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전화주문과 배달앱은 음식배달이라는 하나의 시장”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와 같은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우리나라의 배달앱 이용 소비자들의 76%는 음식점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달앱을 이용하므로 음식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직접 전화주문은 당사회사(배달의민족, 요기요)에게 충분한 경쟁압력이 되지 못한다”고 일갈했다.


공정위가 밝힌 합병 불허의 이유 2. “쿠팡이츠, 아직 배민에 위협 아냐


DH나 우형 측은 배민과 요기요가 합병을 해도 시장에서의 경쟁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이츠다. 쿠팡이츠는 최근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기존 3위 서비스였던 배달통을 밀어내고 확고한 3위 업체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공정위는 신규 업체가 진입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과거 5년간 5%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경쟁앱이 없었고, 쿠팡이츠가 최근 일부지역에서 성장하고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당사회사에게 충분한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수도권과 광역시 외에 상대적으로 주문밀도가 높지 않은 지역까지 쿠팡이츠가 당사회사에게 충분한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밝힌 합병 불허의 이유 3. “수수료 인상, 할인쿠폰 감소 우려


공정위는 DH와 우형이 합병되면 수수료가 인상되거나 소비자 할인 쿠폰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음식점들의 배민·요기요를 통한 매출비중이 상당한 상황에서 수수료가 인상되더라도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탈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수수료 인상시 음식점 이탈율이 1% 미만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쿠팡이츠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수수료율은 변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상승했다는 것도 공정위 판단의 배경이었다.

공정위는 또 또 할인 프로모션 경쟁을 하던 유력한 경쟁자가 제거되면 소비자에 대한 쿠폰 할인 프로모션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배민과 요기요가 상대방 대비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 주문 건당 쿠폰할인을 덜 제공했다고 공정위는 덧붙였다.


공정위가 밝힌 합병 불허의 이유 4. “데이터 독점


공정위는 데이터 독점도 합병 불허의 이유로 들었다. 공정위는 “(합병을 승인하면) 배달음식 주문과 관련한 압도적인 정보자산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의 주문행태를 분석하여 이탈가능성이 큰 이용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등 고효율의 마케팅을 할 경우 경쟁사업자가 시장에서 안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음식점 유인 및 매출 증대를 위해 제공하던 각종 마케팅 정보의 제공을 줄이거나 유료 판매를 위해 무료 제공 정보의 질적 수준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DH, 요기요 매각키로…누가 인수할까?


DH는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요기요와 배달통을 서비스하는 DH코리아를 매각키로 했다.

DH는 28일 “우아한형제들과의 합작법인 설립 관련해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인다”며 “내년 1분기 중 공정위로부터 최종 결정문를 받고 DH코리아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DH CEO는 “DH코리아를 한국에서 매각해야하는 조건에 대해 안타깝다”면서도 “김봉진을 우리 가족으로 맞이하게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DH코리아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며, 영향을받는 모든 직원이 가능한 한 원활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과연 누가 요기요를 살 것인지에 쏠린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후보는 쿠팡, 카카오, 네이버 등이다. 쿠팡의 경우 현재 시장 확장을 강력히 원하는 음식배달 서비스라는 점에서 요기요에 관심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DH가 한국시장에서 가장 경계하는 쿠팡에 요기요에 매각을 하면 경쟁자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될 수 있기 때문에 DH 측에서 쿠팡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나 네이버 역시 요기요를 인수하면 배민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각 대상 순위에서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 위메프, NHN 등도 후보가 될 수 있지만 자금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들이 아니면 국내 유통대기업이나 우버 등 해외업체, 사모펀드 등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업계는 요기요의 기업가치를 2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배민이 4조7500억원에 매각됐으니, 요기요도 2조원 정도의 가치는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매각 협상 과정에서 2조의 가치를 인정받을지는 미지수다. 공정위가 6개월 이내에 DH코리아를 매각하라는 숙제를 내줬기 때문에 DH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업계 “국내 스타트업의 미래에 심각한 악영향”


공정위의 매각 불허 방침이 발표되자 국내 최대 스타트업 협회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즉각 유감을 표했다. 코스포는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 우아한형제들과 글로벌 기업 DH의 결합은 국내 최대규모 스타트업 M&A인 동시에, 글로벌 진출의 중요한 이정표였습다”면서 “이번 공정위 결정은 우리 스타트업의 글로벌 가치 평가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진출에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코스포는 “오늘 공정위의 결정은 이후 DH의 수용여부와 무관하게 디지털 경제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의 과정과 결과 모두 혁신성장을 저해하고 국내 스타트업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음을 무겁게 인식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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