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본질에 충실하되, 그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는 한에서 신사업을 추진해 저변을 확장시키는 것은 거의 대부분 회사가 갖고 있는 전략이다. 국내에서 최근 10년간 이 전략을 가장 성공적으로 꾸려온 곳이 카카오다. 메신저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모빌리티, 금융, 쇼핑 등 일상의 전 분야를 파고들었다. 누군가와 무언가를 주고 받는 부문에 있어서, 카카오의 경쟁력은 탁월하다. 타인과 메시지나 선물을 주고 받고 송금을 하고, 또는 만남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까지, 관계를 활용하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카카오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전략은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에서도 엿보인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기업공개를 해 카카오 자회사 중 첫 상장사가 됐다. 그 과정에서 카카오게임즈는 회사의 전투력을 상당부분 일반에 공개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쟁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본질인 ‘게임’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부터 플랫폼, 장르, 지역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 게임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투자했다. 두 번째는 게임을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신사업이다. 카카오가 일상을 파고드는 신사업을 만들었듯, 카카오게임즈도 일상에 게임의 요소를 집어 넣는 유사한 전략을 짰다. 세 번째는 네트워크다. 카카오의 계열사와 협력 외에도 크래프톤이나 넵튠 등 투자 포트폴리오 수를 늘려 아군을 확보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갖출 건 다 갖춘 종합 게임사

올 초 카카오게임즈는 엑스엘게임즈를 인수하면서 ‘플랫폼-퍼블리싱-개발’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게임사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엑스엘게임즈는 리니지의 아버지라 불리는 개발자 송재경 대표가 이끄는 회사로, 달빛조각사를 만들었다. 엑스엘게임즈 인수가 그동안 카카오게임즈의 포트폴리오에서 부족했던 하드코어 MMORPG를 채우고 자체 IP를 확보한다는 측면의 선택이었다. 참고로, 달빛조각사는 카카오페이지를 웹소설 부문 강자가 되는 초석이 된 콘텐츠이기도 하다.

모바일 부문에서는 하반기 가디언테일즈가 효자 노릇을 했다. 지난 3분기 카카오게임즈의 총 매출은 1505억원이었는데, 이중 895억원이 모바일 부문에서 나왔고 이를 견인한 것이 가디언테일즈다. PC게임도 북미, 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검은사막에 이어 기대작인 ‘엘리온’을 지난 10일 시장에 선보였다.

카카오게임즈는 엘리온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북미지역에서 검은사막을 서비스했던 경험을 토대로 국내에서는 처음 유료화 모델을 시도했다. 지금까지는 게임 자체는 무료로 풀되 부분유료화를 통해 수익을 내는 모델이 대세였다. 그러나 카카오게임즈 측은 유료화를 택할 경우 첫 과금에 대한 진입장벽은 있을 수 있어도 결과적으로는 무분별한 작업장 캐릭터 난입이나 불법 거래를 막을 수 있어 장기적으로 쾌적한 게임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카카오게임즈는 엘리온으로 북미, 유럽 시장을 공략해 검은사막의 뒤를 이은 또 하나의 글로벌 히트작을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상을 파고들 신사업

카카오 계열사 중 상장 1호인 카카오게임즈도 ‘게임’이라는 본질을 중심에 두고, 이 게임을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들어가고 있다. 특히, 이 신사업에 카카오게임즈가 게임의 미래를 고민하는 시각이 녹아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원래 잘하던 것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대표적 사례가 라이프엠엠오다.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요소를 활용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의 전초격 회사다. 지도 데이터를 게임 안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맵 게이밍 플랫폼’을 개발한다. 위치기반 시스템을 기반으로 게임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려는 것은 현실과 게임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몰입도를 높인 게임을 만들 수도 있고, 현실의 특정 문제를 푸는데 해당 기술이 쓰일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라이프엠엠오는 현재 엑스엘게임즈가 가진 IP ‘아키에이지’를 활용해 위치기반 기술을 접목한 새 게임 ‘아키에이지워크’를 개발 중이다. MMORPG에 현실의 위치 정보를 반영한다면 새로운 게임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남궁훈 대표가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젝트R’도 위치기반서비스를 바탕으로 경쟁의 재미와 보상, 성취감 등의 게임요소를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카카오VX는 일단 ‘골프’라는 테마를 가지고 움직이지만, 비전은 라이프엠엠오와 유사하다. 왜냐하면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사용해 역시 현실과 게임을 섞는 전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반의 스마트홈트를 준비하는 외에,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해 카카오 골프예약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모회사 네트워크+지속적인 투자 포트폴리오 확보

일단, 기본적으로 모회사의 계열사 간 협력이 가능하다는게 카카오게임즈의 전투력 중 하나다. 앞서 언급한 카카오VX는 골프용품도 만드는데 여기에 카카오프렌즈가 보유한 IP를 활용한다. 카카오의 대표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데 IP 자회사와 게임 자회사가 협력하는 것이다. 또, 내년께 상장이 예고된 카카오페이지와도 ‘애드페이지’라는 회사를 함께 만들었다. 카카오페이지가 보유한 웹툰, 웹소설 IP를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어 원소스멀티유즈를 카카오 유니버스 안에서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투자도 활발했다. 연초에 엑스엘게임즈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대규모 투자를 했다면, 최근에는 정욱 전 한게임 대표가 창업한 넵튠에 1935억원을 투자했다.  이스포츠, MCN, 인공지능(AI) 모델 및 버추얼 인플루언서 등 신규 사업으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것을 높이 봤다. 넵튠은 상장사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상장 기대주이기도 한 크래프톤의 지분을 1% 가량 갖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크래프톤의 지분을 2% 정도 확보하고 있어 향후 크래프톤의 상장으로 인한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