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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IT] 애플이 반도체를 직접 만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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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종철의 까다로운 IT, 오늘은 왜 애플이 직접 반도체를 만드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 과거의 현대차나 쌍용차가 엔진을 수입해서 쓰던 것 아셨나요? 처음 한국이 자동차를 만들 땐 엔진을 만들 기술력이 없어서 미쓰비시나 벤츠 등의 엔진을 사 와서 사용했습니다. 예전엔 그래서 쌍용차의 보닛을 열어보면 쌍용이 아닌 벤츠의 마크가 있었죠. 양아치 형들은 그래서 차를 자랑할 때 굳이 보닛을 열어서 보여주곤 했습니다.

애플이 인텔 칩셋을 쓴 이유도 비슷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만들던 매킨토시는 추억의 모토로라 칩셋을 썼고요. 그 뒤에 애플, IBM, 모토로라가 함께 만든 파워 PC 프로세서를 사용했죠. 그런데 이들이 함께 만들던 표준은, 가격도 저렴하고 범용성이 뛰어난 윈도우-인텔 진영에 개발렸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2006년, 애플도 인텔 칩셋을 도입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맥에 윈도우도 깔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합니다. 아이폰은 초창기에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를 사용했는데요. 아이폰 4부터 삼성전자와 협력한 A4 칩셋을 탑재하고 점점 삼성과의 협력을 줄이다가 A6부터는 직접 설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점점 설계를 열심히 하다가 A9쯤 되니까 PC와 비슷한 성능을 내는 수준까지 도달했죠. 그러니까 애플은 어 이거 한번 PC 만들어도 되겠는데? 하면서 아이패드 프로를 출시한겁니다. 이게 A12쯤 오니까 PC를 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죠. 그래서 등장한 것이 애플 실리콘입니다. 반도체라는 뜻이죠.

애플 실리콘을 만드는 단적인 이유는 맥북 프로 16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19년 연말에 맥북 프로 16형이 나왔죠. 인텔 10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2019년 초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맥북이 탑재하고 싶었던 10세대 i9 프로세서는 2020년 5월이나 돼서 나왔죠. 그래서 애플은 최신프로세서를 탑재했다고 광고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수급 문제가 있었는데요. 2018년에 인텔 칩셋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었죠. 애플 말고 다른 회사 노트북도 살 수가 없었습니다. 애플이 직접 설계하면 이 문제가 절반으로 줄어들죠.

아무리 이런 장점이 있어도 성능이 부족하면 사용을 못할 텐데요. 애플이 이 성능 면에서 여러 테스트를 하다가, OS 최적화만 잘 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을 한 겁니다.

CPU와 OS는 설계를 맞춰야만 구동됩니다. 아주 좋은 예는 아닙니다만 예를 들어서 전기자동차 안에 엔진을 놓는다고 해서 차가 갈수는 없겠죠. CPU와 명령어 셋을 일치시키지 않으면 성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아예 구동이 안 됩니다. (자막: 가상화를 통하면 느리거나 실행 불가)그런데 애플은 OS만큼은 꾸준히 직접 만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새 OS를 만들 때 애플 실리콘에 맞는 명령어 셋을 실행하도록 만들면 되는 것이죠.

장점은 몇가지 더 있는데요. 충분한 물량을 판매할 수 있다면 인텔 칩을 사 오는 것보다 저렴합니다. 외신에서는 연간 25억달러, 약 2조 70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죠. 부럽네요.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저는 졌습니다.

그리고 애플 실리콘은 조립해서 만드는 CPU가 아니라 SoC, 시스템 온 칩 구조를 사용하는데요. 스마트폰과 비슷한 형탭니다. 이렇게 SoC로 만들어버리면 램, 배터리, CPU, GPU를 애플이 지정하지 않은 업체에서는 수리하기 어려워집니다. 한마디로 사설 수리가 불가능해지는 거죠. 그러니까 수리비로도 한몫 챙길 수 있고요. 이 CPU의 설계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만약 PC가 고장나면, 구형 제품을 쓰는 여러분의 탓이 되는 것이죠. 이것이 애플이 생각하는 미니멀리즘.

애플 실리콘 도입 후 또 다른 장점은, 아이폰 아이패드와 설계가 같기 때문에 아이폰 아이패드 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맥이 윈도우보다는 앱 수가 좀 부족한데요. 이 문제가 한방에 해결되게 되죠. 맥북과 아이폰을 함께 사용하면 기기 간 데이터 전환이나, 맥으로 전화를 받거나 아이메시지를 보내는 것들이 아주 쉽게 이뤄지는데요. 이제는 두 제품 설계가 동일하기 때문에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겠죠. 특히 맥은 게임이 별로 없잖아요. 이제 아이폰 아이패드 게임을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자막: 컨트롤은 PS나 Xbox 컨트롤러 사용) 그런데, 노잼이죠.

그러니까 성능만 보장되면, 애플 입장에서는 가격도 저렴하고, 생산도 입맛대로 할 수 있고, 아이폰 앱도 쓸 수 있으니 시도해볼만한 일이죠. 단점은 기존 맥 OS 앱들이 안 돌아간다는 건데요. 이건 애플이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좀 귀찮을 수도 있죠. 그래도 매출이 나오기 때문에 안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것이 애플이 가진 장점이죠.

만약에 이랬다가 맥북이 안 팔리면 폭망할까요? 아닙니다. 기본적인 설계는 아이폰과 동일하기 때문에 아이폰 칩셋 개발하면서 같이 하면 됩니다. 이것은 마치 완벽한 돌려막기. 그러다 맥북이 안 팔리면 맥북 프로세서 설계자들은 집에 가게 되겠죠. 그런데 맥북은 수요가 아주 꾸준한 제품이기 때문에 많이 안 팔려도 거기에 맞춰서 만들면 됩니다. 그 수요 예측을 전세계에서 가장 잘 하는 사람이 팀 쿡이죠.

아무튼 M1 프로세서 성능이 아주 굉장하다고 하니 까다로운 리뷰도 많은 기대 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당신의 기둥. 애플이 뿌리채 뽑아갑니다. 이것이 애플이 생각하는 미니멀리즘. 그리고 여러분이 궁금한 삼성, 애플, 다른 스마트폰, 태블릿 등 궁금한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영상에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어차피 안 하실 거 아니까 하지 마세요.

글.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영상. 박리세윤 PD dissbug@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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