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5G 불신, 표준 개발·협력으로 해소…정치와 기술은 분리돼야”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던 지난 4월, 5G 기지국에서 나오는 전파가 인간의 면역체계를 파괴한다거나 5G 주파수를 타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된다는 가짜뉴스가 유럽 곳곳에 퍼져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 사람들이 기지국과 송전탑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같은 음모론은 할리우드 스타를 포함해 여러 유명인사들이 전파하기도 했다.

라이언 딩 화웨이 이사회 임원 겸 캐리어 비즈니스그룹 사장은 지난 11일 화웨이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올해 두 번째 ‘트러스트 인 테크 서밋(Trust InTech Summit) 2020’ 연사로 나와 황당한 5G 통신 관련 가짜뉴스와 이로 인해 발생한 실제 사건 몇가지를 소개했다.

#마스크 안에 장착된 금속 스트립은 5G 안테나다. 따라서 마스크를 쓰면 내 위치가 추적될 수 있다. 암에 걸릴 수도 있다.
#5G 기지국에서 나오는 전파가 사람의 면역체계를 파괴한다. 이로 인해 수백 개의 기지국이 실제 공격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5G 통신을 사용하면 내 개인정보가 유출된다. 이 루머로 5G 반대 시위가 열린 지역도 있다.

그는 “이러한 루머와 사람들이 가진 공포가 놀랍지 않다”며 “새로운 기술이 나온 시기에는 언제나 불신과 공포가 있었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새로운 혁신 기술이 등장해 도입하는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큰 거부감을 나타냈다. 예를 들어,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컨베이어 벨트 생산 방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많은 공장이 어려움을 겪었다.

딩 사장 역시 “19세기 초 1차 산업혁명 시기 기계가 공장에서 처음 사용할 때 당시 노동자들의 공포와 반발이 컸다. 이로 인해 1811년 러드(Ludd)라는 남자가 영국 노팅엄셔에서 기계를  부수는 일이 발생했고, 이 사건은 기계화에 반대하는 러다이트(Luddite) 운동의 시발이 됐다”면서 “그러나 기계의 등장으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기 때문에 1816년에 기계를 파손하는 이 운동은 사그라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사례를 들며 “1850년대 많은 기술이 서양에서 중국으로 건너가자 중국인들은 이에 불신을 나타내며 루머를 터뜨리기도 했다”며 “카메라가 영혼을 훔친다는 소문이나, 철도와 전기파가 풍수와 자연질서 교란한다는 루머로 사람들이 전봇대와 철로를 파손했다”고 했다. “인간은 새로운 것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시간이 지나 그 두려움이 깨어지면 잘못된 믿음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올해 퍼진 5G에 대한 루머와 불신은 혁신적인 신기술이 처음 등장한 경우 과거에 늘 있었던 거부감으로 비롯된 결과로만 여길 수는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더욱이 5G 기술은 현재 미국, 한국 등 네트워크를 선도적으로 구축한 국가들부터 시작해 전세계로 통신망 구축이 확산되고 가입자가 본격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 있어, 자칫 이 새로운 기술이 확산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5G는 혁신 기술로 제조, 교통·운송, 에너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과 개인의 삶에 더 나은 혜택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한 국민총생산(GDP) 증가 규모는 1조4000억달러로 관련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딩 사장 역시 “5G가 성장하는 중요한 시점에 불신이 커지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라며 5G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정치적인 이유를 들었다.

그는 “지정학적 복잡성을 고려할 때 정치와 기술은 분리돼야 한다”며 “고립과 민족주의에 기인한 길을 걷고 있는 국가들이 있다. 정치가 기술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기술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통해 초국가적 협력이 아니라 전세계를 서로 다른 세력으로 쪼개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는 “헤게모니를 유지해 기술로 인한 이익을 독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꼽으면서 “이들은 협력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혁신 기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신 해소를 위해 필요한 것 – ICT 산업 표준, 다양한 산업의 5G 기회 포착, 협력적 비즈니스 환경

딩 사장은 5G 기술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 째는 ICT 산업이 해야할 일로, 새로운 보안 표준을 제정하는데 힘써야한다는 것이다. 딩 사장은 이같이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5G 표준은 이동통신 업계 최초의 표준이다. 이는 업계는 물론 정부와 소비자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다. 5G 통합보안 스탠더드 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3GPP, GSMA는 공동으로 네트워크 장비 보안 보증 스킴(NESAS)을 만들었다. 개인정보에 대한 더욱 강력한 보안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두 번째는 산업간 협력이다. 각 산업은 5G가 제공하는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딩 사장은 “5G 표준은 산업계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릴리즈16, 17은 방송 서비스 제공 표준을 개선했다. 릴리즈18은 5G 스마트그리드 아키텍처를 정의하고 원격제어, 보호 등 전체 서비스를 지원하는지 살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딩 사장은 “정치는 기술 문제와 분리돼야 한다. 개방된 자세로 협력해야 한다”며 “산업계의 협력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고립된 접근법을 채택한다면 혁신의 가치가 전파되지 못해 그 피해는 기업 한 곳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번영할 수 있는 생태계 만들기 위해 기술업계는 반드시 개방적이어야 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글로벌 공동 번영을 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딩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사회는 일상으로 돌아가 빠르게 경제를 회복하고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5G는 전통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추동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협력해야만 경제회복과 기술의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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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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