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만화앱 ‘픽코마’가 9월 기준, 전세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만화 부문 매출 1위를 달성했다는 낭보가 9일 날아들었다. ‘픽코마’라는 만화 앱으로 일본 시장에서 석달 넘게 매출 1등을 했던 것이 바탕이 됐다.

일본에서 픽코마의 성장세는 가히 드라마틱하다.

출처=카카오재팬

2016년 2분기부터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성장해오던 막대 그래프가 올 2분기 이후부터 급격하게 높아졌다. 픽코마의 올해 3분기 거래액은 작년 동기 대비 247% 증가한 약 1300억원이며연간 누적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한 2700여억원에 달한다. 말 그대로 퀀텀 점프다.  일본 현지에서 웹툰이라는 형식이 익숙해지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이 심화되면서 스마트폰으로 소비할 적절한 콘텐츠로서 웹툰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 카카오 측의 분석이다.

웹툰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로 리더가 된 첫 콘텐츠 분야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그중에서도 네이버가 가장 선두에서 개척한 분야기도 하다. 국내서는 아직도 네이버웹툰이 이용자 수 등에서 압도적이고, 북미 지역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라인’이라는 든든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먼저 시장에 진출한 네이버가 카카오의 픽코마에는 다소 뒤로 밀리는 모양새다. 왜 그럴까? 상황을 살펴봤다.


각자 언제 어떻게 일본에 진출했나


우선, 웹툰의 해외 진출은 네이버가 빨랐다. 네이버웹툰은 2014년 7월 글로벌로 진출했는데, 일본에는 이보다 일년 앞선 2013년 4월에 현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라인망가’라는 이름으로 먼저 들어갔다. 라인은 일본에서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메신저로, 국내에서의 카카오톡과 같은 입지를 가졌다. 라인망가의 진출에 파워풀한 메신저 라인이 든든한 배경이 된 셈이다.

카카오가 일본 자회사인 카카오재팬을 통해 웹툰 앱 ‘픽코마’를 선보인 것은 이보다 늦은 2016년 4월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는데, 이는 국내에서 카카오페이지의 출발이 네이버에 비해 늦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할만 하다.

카카오페이지는 국내에서 2013년 4월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동안 고전했다. 카카오페이지가 흥행을 시작한 것은 웹소설 분야에서 먼저였는데, 일정기간을 기다리면 무료로 다음화를 볼 수있게 하는 ‘기다리면 무료’라는 유료화 시스템이 먹혀들면서 웹툰에서도 영향력이 생겼다다. 즉, 픽코마는 국내에서 카카오페이지가 자체적으로 히트한 IP를 확보하고, 기다리면 무료의 상업성을 확인한 후 일본으로 넘어간 격이다.


현지화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



픽코마가 1등이라고 해서,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훌륭한 편이다. 네이버 측이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때 밝힌 바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월간순사용자수(MAU)가 6700만명을 기록했다. 월간 결제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고 거래액도 40% 성장한 2200억원이다. 강조했던 북미 지역에서의 성장은 꾸준했다. 전년 동기 대비 거래액이 85% 늘었다.

다만, 특기할만한 변화는 일본에서의 성장 전략 변화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8월부터 라인망가에 웹툰 기술과 인력을 투입해 기존의 단행본 중심의 만화 서비스를 국내 웹툰과 같은 연재형으로 개편 중”이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에서 지금까지의 라인망가의 방향성이 나온다. 네이버는 일본 만화 시장에서 현지화를 중요시해왔다. 일본은 세계적인 출판만화 강국이다. 지금도 종이책 단행본 시장이 매우 크다. 따라서 라인망가에서 공급되는 만화 상당수는 종이만화를 디지털화한 전자책의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카카오는 처음부터 네이버와 방향을 달리 잡았다. 일본이 출판만화 강국이지만, ‘기다리면 무료’를 적용하기 위해서 웹툰의 연재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카카오 측은 “픽코마가 ‘앱’ 서비스이기 때문에 모바일에 최적화한 웹툰이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이같은 결정은 국내에서 웹툰을 서비스하는 카카오페이지와 일본의 카카오재팬이 함께 내렸는데, 여기에는 일본 현지를 잘 아는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됐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픽코마를 일본시장에 출시할 당시, 권 단위의 단행본을 화 단위로 판매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이들이 착안한 것은 단행본 중심의 시장 상황이 아닌 잠재적 웹툰 소비자, 즉 스마트폰을 주로 쓰는 10대와 20대의 행동 패턴이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물론 기존의 권 단위 단행본을 보는 것이 시장의 주류였지만, 저희가 착안한 점은 스마트폰이라는 단말기의 특성”이라며 “스마트폰을 통해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짧은 시간 동안 콘텐츠를 소비하고 즐기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해 일본의 기존 디지털 만화 서비스와는 다르게 웹툰에 최적화한 화 단위의 판매를 메인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에서도 효과를 본 ‘기다리면무료’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디지털 만화를 즐기는 것을 습관화 하는 것에 주력했다. 또 초기부터 국내서 흥행이 검증된 웹툰을 들고 나갔다. 대표적인 웹툰이 ‘좋아하면 울리는’ ‘황제의 외동딸’ 같은 것이다. 최근에도 일본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 ‘달빛조각사’ ‘공작부인의 50가지 티 레시피’ 같은,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작품을 연재한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픽코마에서 공급하는 만화 중 국내IP는 작품수 기준 전체의 1.3% 밖에 되지 않지만 이 작품들이 매출의 35~40%를 차지한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관련해 “만화 산업의 역사가 오래되고 전세계에서 만화 시장 규모가 제일 큰 일본에서의 성과는 해외 다른 지역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열어주고 있다”며 “으로도 검증된 스토리IP를 통해서 국내와 일본 뿐 아니라 다른 국가로의 진출을 위한 포석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만화는 만화를 잘 아는 사람에게


네이버도 조직체계를 정비하며 일본에서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앞서 한성숙 대표가 말한 ‘연재형으로의 변화’가 이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지난 5월, 지역별로 나뉘어져 있던 웹툰의 사령탑을 미국에 근거한 웹툰 엔터테인먼트로 일원화하고 있다. 수장은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다. 김준구 대표는 네이버에서 웹툰이라는 사업을 일궈낸 인물로 평가된다. 즉, 네이버 안에서 김준구 대표만큼 웹툰을 잘 아는 이는 드물다. 앞서 라인망가의 운영 주체가 일본 자회사 라인에 있었다면 이후 라인망가를 지휘하는 사령관은 김준구 대표가 됐다.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을 근거로 성장하되 일본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관련해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컨퍼런스콜에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웹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성장률이 가파르다”며 “연재형의 불륨확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현재 일본 내 라인망가 마케팅에 꽤 큰 돈을 붓고 있는데 웹툰형 연재형으로 변화를 알리기 위해서 무료 코인 배포 등의 홍보에 나선 상황이다. 네이버 측은 단기적으로는 마케팅으로 인한 영업수익이 줄어든 상태지만, 장기적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용 지출이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한 대표는 “라인망가에서 결제 경험한 이용자 규모가 지난해 대비 46% 늘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전략은 두 가지다. 일단 국내서 성공한 IP를 현지에 들고나간다. 다른 하나는 우수한 콘텐츠 확보를 위해 작품성이 높은 현지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예정이다.  이는 네이버가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활용한 전략이다. ‘베스트도전’처럼 오픈 경쟁 환경을 통해 밑에서부터 인기를 입증한 콘텐츠에 기회를 부여하는 식이다. 미국에서는 이 방식이 먹혀들었다. 심지어는 최근들어 북미 지역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웹툰 ‘로어 올림푸스’를 역으로 국내로 들여와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네이버의 웹툰 재정비가 일본 시장에서 어떻게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되는 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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