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뇌내망상] DH는 요기요 매각이 왜 싫을까?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배민)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고 합니다. 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1차 결론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조만간 공정위 전원위원회에서 1차 결론에 대해 최종 논의를 하게 됩니다.

공정위의 이같은 판단에 DH 측은 반발하는 모습입니다. 아래는 DH의 공식입장입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공정위 매각 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추후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공정위 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제안은 기업결합의 시너지를 통해 한국 사용자들의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려는 딜리버리히어로의 기반을 오히려 취약하게 할 수 있으며 음식점 사장님, 라이더, 소비자를 포함한 지역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저희는 최선을 다해 긍정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DH는 공정위원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게 일반적 시각입니다. 공정위는 현재 독점 플랫폼을 규제해야한다며 ‘온라인 플랫폼 공정거래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독점을 강화시킬 수있는 플랫폼간 기업결합을 쉽게 승인해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요기요 매각 조건을 고집할 경우 DH의 배민 인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과연 DH는 공정위의 요구에 어떻게 나올까요? 정말 DH의 배민 인수는 무산되는 것일까요?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배민의 점유율은 60%입니다. 요기요는 30%입니다. 요기요 없이 배민만으로도 과반을 훌쩍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요기요가 꽤 많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2위 사업자이지만 플랫폼 비즈니스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입니다.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1위 사업자의 파워는 점점 더 강력해집니다. DH가 30%의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60%의 기회를 포기하는 일을 과연 할까요?

어쩌면 DH는 요기요를 매각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하나의 시장에서 유사한 두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낭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회사가 두 서비스를 모두 성공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베이가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동안 옥션의 역향력은 점점 약화되어 왔고, DH도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면서 배달통의 점유율은 미미해졌습니다.

요기요는 현재 약 2조원의 기업 가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어쩌면 요기요의 몸값은 지금이 가장 높을 때인지도 모릅니다. 배달앱 시장에서 쿠팡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현재의 기업 가치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DH는 배민을 인수한 이후 쿠팡과 한판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요기요를 매각하고 그 자본을 쿠팡과의 전쟁에 대비한 군량미를 비축하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겁니다.

원래 DH는 배민과 요기요와 합칠 계획이 아닙니다. 인수 후에도 철저히 분리해서 운영한다는 것이 인수 발표 당시의 설명이었습니다. DH는 배민을 인수한 이후 우아DH아시아라는 회사를 설립해서 이 회사가 기존 아시아 사업과 배민 사업을 총괄하도록 할 계획이었습니다. 우아DH아시아는 우형 김봉진 의장과 DH가 50%씩 지분을 가진 회사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반면 요기요는 배민 인수 후에도 우아DH아시아 소관이 아닌 DH 본사의 지휘를 받는 한국지사로 유지한다는 방침이었습니다. 배민은 우아DH아시아에서 관할하고, 요기요는 DH 본사에서 관할한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두 회사의 시너지 같은 것을 기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요기요를 매각한다고 해도 전략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DH는 왜 공정위 1차 결정에 반발하는 걸까요?

요기요를 매각한 후 배민을 인수해야 한다면 배민 인수는 더 늦어질 것입니다. 벌써 공정위 심사에 1년 가까이 시간을 썼습니다. 요기요 매각 후 배민을 인수해야 한다면 DH의 계획에는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입니다. 타이밍을 놓친다면 인수합병 전략은 실패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한가지 시나리오는 일정기간 안에 요기요를 매각한다는 약속을 하고 배민을 인수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배민 인수 일정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요기요의 제값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일정 기간 안에 매각하는 사정을 매수자가 안다면 DH의 교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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