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중심으로 살펴본 마이데이터 방향성

정보주체(개인)가 은행, 보험, 카드사들에 산재된 자신의 금융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정보주체 동의 하에 한 플랫폼 혹은 서비스에서 금융자산 조회부터 관리, 상품 추천, 가입 등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지난 8월 시행됐다. 현재 금융당국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자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데이터 사업은 아직 금융정보에만 해당되는 한계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진정한 마이데이터 실현을 위해서는 적용 산업을 넓히고,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2020마이데이터 컨퍼런스에서 여러 전문가,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주장에 공감했다.

먼저, 마이데이터 대상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비비 라티노야 마이데이터 글로벌 선임고문은 “금융만이 마이데이터가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 아니”라며 “건강, 교육,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것을 상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설립된 마이데이터 글로벌은 핀란드에 본사를 둔 국제 비영리 단체다. 데이터 자기결정권을 개선해 개인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코리아를 포함한 24곳의 허브를 보유하고 있다.

또 네거티브 규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민감한 금융정보는 사용자의 동의 하에 데이터 이동이 이뤄지는 것이 맞지만, 비교적 덜 민감한 기타 산업정보는 일일이 허가를 받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박주석 경희대 교수는 “신용정보는 조심스럽기 때문에 허가제가 맞지만, 타 산업에서도 사업자들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자산관리 앱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도 동의했다. 이정운 레이니스트 법무팀 리더는 “법상, 제도상, 차등적 규제로 인해 데이터 활용 계획이 저해되어선 안 된다”며 “마이데이터 일반법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데이터, 미국 유럽은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보다 마이데이터 산업이 먼저 활성화된 미국과 유럽 사례가 소개됐다. 미국은 자유로운 네트워크 형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유럽은 규제에 방점을 뒀다.

먼저, 미국은 20만건 이상의 가장 많은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고 있는 국가다. 미국은 마이데이터 정책이 자국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 규제 금융기관 수만 5000여개로, 모든 금융기관에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은 국가과학기술 자문위원회의 ‘스마트 공시’ 제도를 통해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개인 데이터, 정부가 수집한 제품 및 서비스 관련 데이터,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 가격 특징·정보 데이터, 민간기업이 보유한 개인 데이터 등이다.

유럽은 마이데이터를 규제 측면에서 접근했다. 지난 2018년에 시행한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은 특정 산업에 한정되지 않는 데이터보호 법안이다. EU의 GDPR은 개인의 데이터주권을 강조하며, 데이터 이동권 등의 마이데이터 내용이 포함됐다. 이보다 앞서 시행한 지급결제서비스지침(PSD)2를 통해서도 개인이 동의한 경우 은행은 타 산업에 오픈API 형태로 금융 데이터를 제공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날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사례를 적절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정운 뱅크샐러드 리더는 “미국은 시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사업자들이 구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며 “누군가 규율,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프라 확장성을 가지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으며, 서비스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용자들에게 효율이 돌아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럽의 경우 규제가 먼저 나와서 산업적 인프라 형성 원활하지 않다”며 “두 나라의 장단점을 적절히 섞어 EU처럼 권리적 성격도 있으나 미국처럼 산업적 성격도 있는 방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주석 교수는 “미국은 개방적인 관점, 유럽은 폐쇄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오퍼레이터와 데이터 서비스 업체의 역할을 분명하게 하는 방향으로 마이데이터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떤 서비스가 나올까?

비비 라티노야 마이데이터 글로벌 선임고문은 “사람들은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데이터 흐름이 통과하는 지점이 개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데이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보주체인 개인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개인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거나 거부할 수 있으며, 데이터를 접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 데이터는 더욱 중요하다. 이정욱 뱅크샐러드 리더는 “공공분야 데이터는 개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긴 생애주기에 걸친 정보”라며 “민간 사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다면, 생애주기별 맞춤화된 서비스를 추천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졸업증명서나 국가장학금 등 학생정보를 이용한 학자금 대출, 취업성공 패키지, 청년전용 창업자금 대출과 같은 맞춤 추천 서비스가 가능하다. 보험납입·4대보험 정보를 활용해 중소기업청년 전세대출, 중장년 일자리 컨설팅의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가족관계 증명서, 건강보험증을 활용한 신혼부부 주거지원,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 다자녀 지원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가족관계·보험정보를 활용해 장기요양 지원 서비스, 어르신 의료 지원 서비스, 어르신 돌봄 종합 서비스 등이 가능하다.

이정운 뱅크샐러드 리더는 “데이터는 결합할수록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며, 활용 가치가 커진다”며 “수많은 데이터들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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