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먼저 보는 성수 이케아랩 탐방기

기자 좋은 게 뭔가. 오픈을 하루 앞둔 이케아의 서울 성수동 도심 팝업 매장 ‘이케아랩’을 둘러봤다. 이케아랩은 이케아가 한국에 오픈한 첫 번째 ‘지속가능성’ 컨셉 팝업 매장이다. 이케아의 국내 도심 매장으로는 앞서 지난 4월과 8월 오픈한 두 매장(플래닝 스튜디오 천호, 플래닝 스튜디오 신도림)에 이은 세 번째다. 이케아랩은 11월 5일 오픈하여 향후 6개월 동안 운영한다.

앞서 오픈한 두 도심 매장과 달라진 점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그동안 못했던 매장 상품 구매가 가능해졌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기존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에서도 상품을 구매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자세한 차이는 후술한다.

두 번째는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가 새롭게 도입됐다. 기존 플래닝 스튜디오에서 제공하던 ‘플래닝 서비스’의 진화판인데, 이 또한 자세한 내용은 후술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푸드랩’의 추가다. 기존 이케아 광명, 고양, 기흥, 동부산점 등 창고형 매장에서만 맛 볼 수 있었던 이케아의 푸드 서비스가 도심형 매장으로는 첫 번째로 성수동 이케아랩에 들어섰다. 이 또한 자세한 내용은 후술한다.

이케아랩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2층 건물 하나를 통짜로 쓴다. 성수동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붉은 벽돌 건물이다. 총 914제곱미터(약 276평) 규모로,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이케아가 성수동에 세 번째 도심 매장을 입지한 이유는 ‘힙’한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스 욘슨 이케아코리아 커머셜 매니저의 설명에 따르면 성수동은 호기심 많은 젊은이와 창업가 정신을 가진 이들이 많은, 신구의 조합이 재밌게 다가오는 지역으로 판단했다. 성수동 특유의 분위기가 이케아와 잘 맞는다고 판단하여 이케아랩의 입지를 성수동에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대략적인 배경 설명은 끝났고, 본격적으로 매장에 들어가 보자.

이케아랩은 크게 5가지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오늘은 2층 <인테리어 디자인 오피스>를 시작으로, 2층 <쇼룸>, 1층 <팝업>, 1층 <샵>, 1층 <푸드랩> 순서대로 탐방한다.

인테리어 디자인 오피스

인테리어 디자인 오피스는 이케아가 이번에 최초로 시도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케아에 따르면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는 고객과 1:1로 진행하는 토탈 인테리어 상담 서비스다. 기존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천호, 신도림점)에서 제공했던 상담 서비스 ‘플래닝 서비스’가 강화된 버전이라 볼 수 있다.

이케아랩 인테리어 디자인 오피스는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를 희망하는 고객을 위한 1:1 컨설팅 공간으로 활용된다. 4일은 기자간담회 장소로 활용돼서 노트북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 보이는데, 통상의 경우 볼 수 없는 풍경이니 무시하자.

때문에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려면 이케아가 기존 제공하던 ‘플래닝 서비스’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된다. 플래닝 서비스는 고객의 홈퍼니싱 용품 꾸미기에 도움을 주는 컨설팅 서비스다. ‘주방’, ‘현관’, ‘옷장’ 등 고객이 꾸미기를 원하는 영역에 맞춰서 이케아가 판매하는 상품으로 구성된 묶음 상품을 추천해주는 개념이다.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는 플래닝 서비스가 제공하던 개인화된 홈퍼니싱 컨설팅 서비스에 ‘인테리어 컨설팅’까지 추가했다. 예컨대 특정 가구 배치와 어울리는 ‘마감재’나 ‘벽지’, ‘페인트 색상’ 등 인테리어와 관련된 상담까지 진행한다.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가 ‘토탈’을 내거는 이유도 있다. 고객이 이케아가 컨설팅해준 결과를 기반으로 ‘시공’까지 원한다면 적절한 시공업체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전문 인테리어 업체 ‘홈닥’을 고객과 연결해주는데, 고객이 희망하지 않는다면 자체 계약한 시공사와 계약해도 무방하다.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이케아랩 웹사이트에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기존 플래닝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공짜’는 아니다.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의 요금은 10만원(시공료 별도)부터 시작하는데, 공간 특성에 따라서 요금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요컨대 그냥 매장 구경만 하러 이케아랩에 방문한 사람이라면 딱히 인테리어 디자인 오피스에 들어올 일은 없겠다.

쇼룸

두 번째로 방문할 공간은 쇼룸이다. 쇼룸은 이케아 제품들로 꿈을 펼쳐놓은 공간이다. 쇼룸에 비치된 제품들은 일부 인테리어 소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이케아가 실제 판매하고 있는 홈퍼니싱 제품으로 구성된다. 쇼룸에 방문한 고객은 그 구성이 마음에 든다면, 앞서 슬쩍 보고 온 ‘인테리어 디자인 오피스’에 가서 상담을 받으면 되겠다.

이케아는 이케아랩 방문 고객들이 인테리어 아이디어 구상에 참고할 수 있도록 컨셉에 맞춘 쇼룸을 구성했다. 물론 우리집 거실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지만, 이케아 제품을 사면 이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보자.

아쉽게도 쇼룸에 비치된 상품은 현장 구매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객이 원한다면 구매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쇼룸 구석에 있는 터치스크린으로 상품을 검색하고 근처에 있는 직원에게 구매 요청을 하면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케아식 아날로그 감성이다.

쇼룸 구석에 있는 터치스크린. 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구매’까지 연동되지는 않는다. 검색만 된다. 첨언하자면, 쇼룸은 먼저 열린 이케아 도심 매장인 플래닝 스튜디오에도 있었다. 그 곳에서도 직원 상담을 통한 상품 구매는 가능하다.

이번에 오픈한 이케아랩의 컨셉이 ‘지속가능성’인 만큼, 쇼룸도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제품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가구구나’ 하고 넘어갈 제품들이 사실은 지속가능한 원자재로 만들어진 제품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지속가능한 원자재란 무엇인지는 다음 공간인 ‘팝업’에 가서 알아본다.

팝업

2층을 다 둘러봤으니, 1층으로 내려간다. 팝업은 이케아가 생산하는 지속가능한 제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공간이다. 팝업에서는 이케아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제품’이란 무엇인지, 해당 제품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다.

팝업에는 이케아가 제조하는 지속가능한 제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예컨대 오드게르 의자는 나무조각과 재생 플라스틱을 합성한 재생 소재로 만든 제품이다. 팝업에 있는 플라스틱 더미와 나무조각 더미가 실제 의자를 구성하고 있는 원재료다.

팝업에 전시된 제품에는 QR코드가 붙어있다. 이를 스캔하면 제품과 관련된 스토리를 네이버 오디오클립 음성 가이드로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군리드(GUNRID) 커튼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이다. 이케아는 플라스틱을 버리는 대신 새로운 형태로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고, 그래서 탄생한 제품이 군리드라고 이야기 한다. 이 커튼 표면은 미네랄 성분이 코팅돼 있는데 빛과 만났을 때 산화반응을 일으키고 오염물질을 분해한다.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커튼만으로 악취 제거와 공기 청정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거 좀 탐난다.

이 외에도 화학비료와 농약을 덜 쓰는 방식의 농법을 활용하여 재배한 목화로 만든 면(Better Cotton) 제품, 빨리 자라고 베어져도 금방 다시 살아나서 지구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대나무 소재 노르드키사(NORDKISA) 서랍장, 가구를 만들고 버려지던 나무 조각과 재생플라스틱을 합성한 친환경 소재로 만든 오드게르(ODGER) 의자 등이 이케아랩 팝업에 전시됐다.

이케아가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이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생활 속에서 조금씩 지속 가능한 제품들을 사용하면 지구의 건강 시간을 조금씩 돌릴 수 있다는 게 이케아가 전하는 메시지다. 물론 기왕 지속가능한 제품을 쓸 거라면, 이케아의 제품을 썼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도 그 안에 숨어 있다. 기자도 음성 가이드를 들어봤는데, 기억에 남는 메시지는 “엄마, 택배 좀 그만 시켜요”다.

이케아랩을 열심히 둘러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몰려오는 충동구매 본능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런 고객들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케아가 이번에 처음으로 도심 매장에 도입한 공간이 ‘샵’이다. 이케아랩에서는 도심 매장 최초로 ‘현장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 이전 플래닝 스튜디오는 고객의 홈퍼니싱 컨설팅을 위한 공간으로 기획돼, 실제 상품을 구매할 수는 없었다. 요컨대 매장에 쇼룸 꾸미기용으로 비치된 상품 말고 판매용 재고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케아랩 샵 풍경. 구매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재고가 있으면 현장에서 바로 사면된다. 재고가 없다면 제품에 붙어있는 코드를 스캔하면 모바일 구매 페이지로 연결되는데 온라인 구매하여 택배로 받으면 된다.

이케아랩은 다르다. ‘샵’에는 고객이 구매 가능한 총 60여개의 상품들을 모아 놨다. 물론 현장 구매가 불가능한 상품도 일부 이 공간에 함께 전시돼 있다. 이 경우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상품에 붙어 있는 코드를 스캔하면 모바일 구매 페이지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물론 이렇게 온라인 구매하면 ‘택배’로 배송되니, 가능하면 지구를 위해서 현장 구매를 선택하자.

이케아랩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오프라인 현장 구매 특성상 ‘고객 픽업’이 용이한 부피가 작은 제품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요컨대 덩치가 큰 쇼파 같은 녀석은 이케아 광명점에 가서 사면 되겠다.

이케아랩에서는 미니 사이즈의 담요나 서랍, 쿠션, 화분, 밥그릇 등을 판매한다. 심지어 휴대용 스피커 같은 전자제품과 충전지(!)도 판다. 역시나 이케아랩 팝업 스토어의 특성이 있다면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판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화분’ 제품이 특히 많이 보이는 듯하다.

첨언하자면 제품을 사더라도 담고 갈 ‘봉투’는 제공하지 않는다. 봉투가 필요하다면 친환경 소재로 만든 이케아 제작 봉투를 별도 구매해야 한다. 이 또한 지속가능성이 아니겠나.

푸드랩

충분히 매장을 돌아봤다면, 슬슬 배가 고플 수 있겠다. 지금까지 이케아의 도심형 매장에는 ‘식당’이 없었지만, 이케아랩은 다르다. 처음으로 도심 매장에 ‘식당’이 등장했다. 마지막 공간인 ‘푸드랩’으로 들어가 보자.

이케아랩에 도심 매장으로는 처음 들어선 푸드랩 또한 ‘지속가능성’에 컨셉을 맞춘 음식을 제공한다. 마감 치는 기자들이 사진에 찍혀 식당 분위기가 도서관스러운 건 적당히 넘어가자.

메뉴는 단촐하다. 파니니와 연어랩, 베이커리, 그리고 간단한 음료를 함께 판매한다. 그래도 컨셉은 확실하다. 푸드랩 또한 ‘지속가능성’이다. 파니니에 들어가는 채소는 수경 재배한 작물을 공급받아 만든다. 커피는 UTZ 및 유럽연합(EU)에서 인증 받은 유기농 원두를 사용해서 만든다. 베이커리에 들어가는 잼도 유기농 원재료다. 연어랩에는 ASC 인증을 받은 연어가 원재료로 들어갔다. 쉽게 말해서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남획을 금하고 필요한 양만큼 수확하는 재료라는 뜻이다.

푸드랩 한 편에는 이케아의 PB 식품을 판매하는 코너가 있다. 호주산 미트볼과 스웨덴산 베지볼도 여기서 구매할 수 있는데, 파니니에 들어가는 원재료다. 맛잇겠다.

물론 이케아랩 푸드랩에서 판매하는 메뉴들은 이케아의 창고형 매장 식당에서도 만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컨셉도 모든 이케아 푸드 서비스가 공유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지금까지 멀리 도심 외곽 이케아 매장까지 나가야 맛볼 수 있었던 음식을, 서울 도심 성수동에서 즐길 수 있다는 의미가 있겠다.

최초의 ‘지속가능성’ 팝업

요약하자면 이케아랩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이케아가 전개한 국내 최초의 도심 팝업 매장이다. 이케아는 2021회계연도의 글로벌 전략 방향으로 ‘지속가능성’을 설정하고 행복한 가정을 넘어서 행복한 지구를 만드는 데 공헌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케아랩은 그 전략의 일환으로 지역 주민들이 더욱 가까운 곳에서 이케아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역할을 할 전망이다.

니콜라스 욘슨 이케아코리아 커머설 매니저가 강조하는 이케아랩이 표현하고자 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친근한 반란(Friendly Rebel)이다. 경계를 허물어서 기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일상을 바꾸는 혁신을 만들고 싶다는 뜻이다. 아직 생소한 ’지속가능성‘이란, 지속가능한 제품이란 무엇인지 체험하고 싶다면, 성수동에 있는 이케아랩에서 파니니 한 쪽을 먹어보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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