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자가 중고나라에서 사기당할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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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_pb_column type=”4_4″][et_pb_text admin_label=”Text”]오랜 역사의 중고나라, 모바일 앱 위주로 시작한 번개장터, 거점을 중요시하는 당근마켓은 모두 앱을 내놓고 그 안에서 대화, 댓글, 업로드, 안전결제를 지원한다. 또한, 시대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모든 마켓에서 매물이 넘쳐난다.

사기를 당할뻔한 이유는 단순하다. 저렴하게 사고 싶고, 안전결제 수수료를 아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전결제 혹은 안전거래의 경우 사용자가 제품을 받기 전까지 판매자에게 거래금액이 입금되지 않는다.

우선 원하는 제품을 검색하면 모든 앱은 키워드 알림을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 11 프로’와 같은 키워드를 등록해놓으면 새 상품이 올라갔을 때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이중 사기꾼을 만난 것은 중고나라였다.

해당 제품은 고가 제품으로, 조금만 저렴해도 바로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은 상품이다. 그런데 어떤 사용자가 시세보다 30~40만원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내놓았길래 중고나라 앱 내에서 대화를 걸었다. 궁금한 것은 개통이력이 있는지와 컬러였다. 혹시 실버 컬러냐고 물었더니 상대방은 바로 알림이 잘 안 떠서 카카오톡 계정으로 말을 걸으라고 했다.

카카오톡 계정으로 말을 걸었더니 상대는 상품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사실은 상품 정보를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예를 들어 ‘제품 컬러가 무엇이냐’라고 물었더니 ‘사진을 참조하라’면서 사진을 보내줬다. 유광 제품이라 컬러가 정확히 보이지 않아 컬러를 재차 물었더니 ‘실버’라고 답했다. 이것이 이상한 이유는 해당 제품이 블랙과 브론즈밖에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의심이 커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대화를 나누는 도중 그가 스마트폰을 잘 못 다루는 부모님 세대 이상으로 맞춤법이 엉성하고 키보드 사용이 어색하다는 것도 의심할 요소가 된다. 여기서 실수한 것은 개통이력, 개통 통신사, 최초 통화일 같은 것들을 물었으면 더 빠른 사기 판단이 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이후 앱 목록을 보니 이상한 점이 또 하나 더 있다. 그는 동일 제품을 3~4시간에 한번씩 올렸다가 다시 지우는 행동을 반복했다. 안 팔려서 그러겠거니 하기엔 제품이 너무 저렴했다. 여기서 구매자를 떠보기로 결심한다.

“직거래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그는 “제가 일 때문에 다른 지역에 와있어서 직거래는 못 하고 택배거래 가능합니다”라고 했다. 스마트폰 위치정보창에 떠 있는 정보는 ‘XX동’이었다. 전국에서 XX동의 이름을 가진 도시는 두 곳밖에 없다. 만약 그중 한 도시라면 사무실이 있는 서울시 마포구에서 운전을 해서 가도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나의 위치를 묻지 않고 바로 직거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택배 거래와 안전거래만 가능하다며.

그는 안전거래가 가능하다고 하면서 링크를 줬다. 링크를 클릭해서 들어가면 중고나라 카페가 뜬다. 또한, 네이버페이에는 안전거래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있고, 네이버페이 안전거래 무통장입금 수수료는 매우 저렴하다. 따라서 중고거래 시 네이버페이 안전거래를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중고나라 카페에 안전거래가 걸린 게시물이 있다면, 중고나라 카페를 그냥 들어가서 게시물을 찾아도 게시물이 있어야 정상이다. 따라서 게시판을 확인하고 그 게시판으로 찾아 들어가서 게시물을 확인하려 했으나, 게시판명이 없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판매 게시판을 찾으면 될 것이다. 게시판을 찾아 눌러보니 새 창으로 링크가 떴다. 진짜 중고나라 카페였다. 그리고, 그가 준 가짜 중고나라 사진과 진짜 중고나라 카페의 모양은 비슷하지만 조금 달랐고 결정적으로 메인 배너 모양이 다르다. 이것은 사기였다.

중고나라 서비스의 장점은 앱에서 게시물을 등록할 때 카페에 동일 게시물을 클릭 한 번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고나라 앱 사용자는 앱 게시물과 카페 게시물에 동시에 노출될 수 있다. 반대로 이 구조가 앱 사기에서는 약점으로 작동할 수 있다. 여기서 사용자의 인식은 아래와 같다.

중고나라가 네이버 카페라는 인식이 있다 -> 사실 중고나라 앱은 별개의 서비스에 가깝다
네이버 카페니 네이버 안전거래를 붙일 수 있다 -> 네이버페이 안전결제 역시 별개의 서비스다
중고나라 앱에도 안전거래 기능이 있고 간편하다 -> 충분히 저렴한 제품을 찾았다면 중고나라 앱결제 수수료를 물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저렴+안전거래 조합은 사실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외부메신저 유도 시에는 안전한 거래가 아니다

네이버페이 안전거래라고 보내주는 것은 사실 네이버페이와 동일한 모양의 피싱 사이트로, 네이버페이가 아니다. 상단 주소창을 보면 네이버페이 주소창은 https://로, 사기 사이트는 http:// 로 시작한다. s가 붙으면 하이퍼텍스트 트랜스퍼 프로토콜(http, 인터넷 주소 입력 방식인데 몰라도 된다)에서 보안을 더 강화했다는 뜻이다. 구글, 네이버, 다음, 아마존 등 주요 사이트는 모두 암호화를 위해 https를 사용한다. 즉, 네이버페이 정도의 서비스가 https가 아닌 http를 쓸리는 없다. https가 아닌 경우 크롬 브라우저는 ‘주의 요함’이라는 경고 항목을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이 사이트는 높은 확률로 사기다.

결제 버튼을 눌러보면 네이버 계정을 누르라고 한다. 여기서 네이버 계정을 누르면 계정 정보가 털리는 것이다. 사기 사이트의 경우 ID에 1, 패스워드에 2, 혹은 211#%$ㅆ%ㄹㅇㄸㅁㄴㅇㅉㄸㄲ 이런 방식의 아무 글자를 입력해도 로그인이 된다. 왜냐면 네이버페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짜 사이트지만 링크도 대부분 제대로 작동하며, 네이버페이 사이트와 모양도 아주 유사하다. 다만 주소검색 등의 디테일이 없고 번호를 아무거나 넣어도 작동한다. 이 사이트는 현재도 버젓이 남아있지만 독자 여러분이 실수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우려가 있으므로 사이트 링크는 남기지 않기로 한다.

우편번호를 통해 주소를 찾는 시스템이 없고 아무 텍스트나 입력해도 가능하다. 위 네이버페이 링크도 제대로 작동하며 외관상 차이는 없다

그는 입금 독촉을 했지만 나는 ‘링크가 뜨지 않는다’는 말로 시간을 벌었다. 내가 만약 이 사기꾼이었다면 ‘다른 분이 산다는데요’라는 말로 정신을 쏙 빼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고나라 측 문의 결과 비슷한 사건이 지속해서 벌어지지만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중고나라는 따라서 배너와 앱 메시지 창에 카카오톡 유도는 사기라고 대문짝만하게 걸어놓았다. 그러나 기자처럼 성격 급한 사람은 이것을 잘 읽지 않는다. 그러니 우선 침착해야 한다. 중고나라 측 역시 책임이 아주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기술적으로 메신저에서 카카오톡을 유도하면 경고메시지를 주는 등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그를 카카오톡에서 차단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해당 제품 키워드로 계속해서 동일한 제품을 올리고 있다. 계정까지 바꿔가면서 말이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기꾼을 보며 월급루팡으로 살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이 글을 쓴다.

중고 거래 시 주의할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