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마존이 2021년 하고 싶은 것

‘한국 아마존글로벌셀링’의 존재 이유는 한국의 판매자다. 글로벌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소비자가 선호할만한 ‘상품’을 가진 판매자를 신규 모집하고, 경쟁력 있는 판매자가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 계속해서 남아 있도록 유지하는 일을 이 조직이 한다.

매년 이 맘 때, 한국 아마존글로벌셀링은 내년도 사업 방향을 발표한다. 2021년 한국의 아마존은 ‘한국만의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한국 판매자의 ‘글로벌 마켓 동시 입점’과 ‘글로벌 B2B 마켓 입점’을 지원하며, ‘정부와의 관계’를 지속하고자 한다.

숫자부터 보자

코로나19 확산과 비대면 쇼핑 트렌드의 확산은 아마존에게는 분명한 호재로 다가왔다. 그 와중 악재를 찾자면 리소스가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고객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아마존이 전세계에 구축한 175개의 주문처리센터에서도 감당하지 못할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고, 글로벌 판매자들의 FBA 물류 처리에도 지체 현상이 관측됐다.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주요 수치 요약(자료 : 아마존)

실제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 2분기 아마존의 성과는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매출은 889억달러(약 106조원), 순이익은 5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대비 40%, 100% 성장했다. 특히 그간 온라인 침투율이 낮았던 ‘식품’ 카테고리가 전년 동기대비 300% 이상 급성장했다는 아마존측 설명이다.

아마존은 자사의 성장을 이끈 핵심축을 3P 판매자라고 이야기 한다. 현시점 아마존 판매량의 약 60%가 3P 판매자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 제프 베조스의 주주서한에 언급된 2018년 기준 3P 판매자의 판매량 비중이 58%였던 것과 비교해서 2% 더 늘었다.

아마존 전체 판매량 중 3자 판매자 비중 추이(자료: 아마존)

아마존에 따르면 현재 아마존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에는 약 170만개의 SME(중소기업) 판매자가 입점했다. 이 숫자는 단순 등록 판매자가 아닌 실제 상품을 판매하는 활성화 판매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아마존측 설명이다. 그 중 20만개 이상의 기업이 2019년 아마존에서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아마존의 숫자를 가늠하기 위해 한국의 네이버 이야기를 꺼내보자면 네이버에 개설된 스마트스토어(마켓플레이스 입점 판매자) 숫자는 35만개이고, 1억원 이상의 연매출(‘19.07.~’20.06.)을 달성한 판매자는 2만6000명이다.

한국만의 카테고리 강화

한국 아마존 글로벌셀링이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방향이다. 한국 아마존 글로벌셀링은 몇 년 전부터 잘 팔리고 있는 K뷰티, K패션, 한국의 IT관련 제품들의 해외 진출을 계속해서 지원한다. 코로나19 이후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K방역, K푸드 영역에서도 역량 있는 판매자의 아마존 입점 지원을 강화한다.

뷰티 영역에서는 브랜드 업체의 D2C(Direct to Consumer) 확산 영향이 체감되고 있다. 올해 국내 메이저 브랜드 업체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처음으로 아마존에 입점했고, 아마존은 여기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패션 영역에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요가복과 같은 스포츠웨어 상품을 파는 판매자의 약진이 있었다는 아마존측 설명이다.

아마존이 새롭게 주목하는 카테고리는 K푸드다. 특히 가공식품 영역에서 북미 지역 소비자들의 한국 상품 선호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마케팅 전공 교수는 “이미 알려진 K뷰티나 K방역 상품 외에도 올해는 K푸드 상품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거 고추장이나 된장, 라면 정도가 아마존에서 찾아볼 수 있는 K푸드 상품이었다면, 이제 전라남도 같은 지자체가 아마존 안에 자체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한국에서만 먹힐 것 같은 표고분말, 매생이 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이라 전했다.

글로벌 동시 입점 지원

아마존 글로벌셀링은 한국 판매자들이 기존 주력했던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2021년 북미(캐나다, 멕시코), 유럽(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인도, 호주,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의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서 효율적으로 비즈니스를 확산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이 20여개 국가에서 27개 언어로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기업인만큼, 전 세계에 동시 입점, 진출하는 창구로 아마존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강화한다.

아마존 동시 입점의 강점이 있다면 ‘하나’의 판매자 관리 페이지에서 여러 마켓플레이스의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마존의 물류 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를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역별로 묶인 통합 배송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특히 아마존이 추천하는 시장은 북미 중에서도 ‘캐나다’다. 캐나다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과 굉장히 유사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전개했던 사업자라면 같은 방법을 적용해서 캐나다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아마존 관계자의 이야기다.

글로벌 시장에서 아마존의 영향력(자료: 아마존)

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본’을 추천했다. 아마존이 점유율 1위를 지키면서 라쿠텐과의 격차를 벌이고 있는 높은 영향력을 지닌 시장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여기에 더해 아마존의 물류 서비스도 강점이 된다. 일본 전역에 설치한 13개의 FBA 물류센터에 입고하는 방식으로 물류를 구축한다면, 당일배송으로 84%, 익일배송으로 96.7%의 성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아마존측 설명이다.

아마존 미국(3월 진출)과 일본(5월 진출)에 동시 입점하여 판매를 전개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우선 브랜딩을 잘하고자 한다. 고객들에게 우리가 갖춘 제품 구색을 최대한 보여주고 그 중 베스트셀러를 발굴할 것”이라며 “진출한 마켓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제품은 조금 다른 데 마켓플레이스에 맞는 히어로 제품을 더 많이 키워갈 것”이라 말했다.

B2B 글로벌 판매 지원

아마존의 2021년 비즈니스 방향의 또 다른 한 축은 B2B 마켓플레이스 ‘아마존 비즈니스’를 대상으로 한 한국 판매자의 입점 지원 강화다. 한국 아마존 글로벌셀링은 기업 및 기관 고객의 스팟바이(대량구매 요청)를 경쟁력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지속적으로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슈피겐 뷰티는 아마존 스팟바이를 통해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 1000만개의 손소독제 상품을 납품한 바 있다.

아마존 비즈니스는 기존 아마존 해외 판매(프로페셔널 계정)를 진행하고 있는 판매자라면 별도 비용 없이 관리자 페이지에서 상품을 등록할 수 있다. 소비자 대상 아마존닷컴 상품 등록과는 달리, 기업고객이 특정 수량 이상을 구매하면 할인을 제공하는 기능과 견적 요청을 받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아마존이 주선하는 ‘스팟바이’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기능은 아니다. 상품 품질과 물류 역량을 갖춘 판매자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이 중 아마존이 특히 강조하는 역량은 ‘납기 준수’다. 수백개 단위의 판매라면 판매자가 보유하고 있는 재고로도 충분히 납기를 준수할 수 있겠지만, 수십만개 이상의 판매가 진행이 된다면 생산 기간이라는 변수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마존은 스팟바이를 입점 판매자에게 요청할 때는 ‘제조사’나 제조업체와 밀접하게 일하고 있는 제조 역량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브랜드 업체를 중심으로 선정한다는 설명이다.

롭 그린(Rob Green) 아마존 북미 B2B 고객담당 임원은 “코로나19 이후 아마존 비즈니스는 글로벌 공급망관리 역량을 갖춘 B2B 구매채널로 재인식됐다”며 “아마존 비즈니스 구매자 중에서는 수천~수만개의 마스크나 손소독제 등을 일회성 구매하는 이들이 많은데, 우리는 이들의 일회성 수요를 충족하고, 고객이 원하는 납기에 고객이 원하는 장소까지 배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공공기관 협력 강화

마지막으로 아마존 글로벌 셀링은 2021년 중소기업벤처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KOTRA 및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정부,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한다. 국내 소상공인과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코로나19 영향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도록 셀러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게 아마존이 이야기하는 협력의 방향이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도 아마존의 공공기관 파트너 중 하나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올해 상반기 수도권에 있는 122개 회사의 아마존 입점을 도왔다. 구체적으로 아마존 입점 교육을 진행하고 FBA 이용을 위한 물류비와 마케팅비를 지원했다. 한정수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아마존 입점을 단계적으로 지원하고, 전국 규모를 아우른다는 측면에서 기업들이 우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많이 이용하길 바란다”며 “지난해에는 미국 입점만 지원했는데 올해는 유럽시장 진출까지 함께 지원할 예정이다. 실무 컨설팅과 입점비용 지원도 확대했다”고 밝혔다.

사실 글로벌셀링 활성화와 정부의 성과지표의 궁합은 꽤 좋은 편이다. 해외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다면 ‘일자리 창출’과 ‘수출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네 마리 토끼를 잡을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당장 확실하게 숫자가 나오는 것만 봐도 ‘일자리’와 ‘수출’이다. 이 때문인지 아마존 말고도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와 공조하는 정부, 공공기관은 최근 몇 년 사이 꽤나 많이 늘어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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