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독점 논란의 역사 10년 살펴보기

지난 주 미하원은 449 페이지에 달하는 독점 조사 보고서를 통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을 규탄했다. 그 가운데서도 ‘구글’은 보고서 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며 반독점(Antitrust) 논란의 정점에 올랐다.

보고서는 구글이 검색 엔진과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업체들을 방해, 공정 경쟁을 해쳐왔다고 주장한다. 또 안드로이드 뿐만 아니라 애플의 iOS에서도 구글 크롬이 기본 검색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러한 행동으로 구글의 독과점 생태계를 확장시켜 왔다는 지적이다.

물론 구글은 이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자사의 무료 서비스가 소비자들에 도움이 됐다는 입장이다. 구글은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성명서를 통해 “우리의 검색 엔진, 구글맵, 지메일 같은 무료 서비스들이 많은 미국인들에게 도움이 됐다”며 “수십억 달러를 들여 연구 개발의 향상을 이룩했고 빠르게 바뀌는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 공정하게 경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와 구글 간 독점 공방은 법리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검찰이 구글을 제소하고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해 크롬 브라우저와 디지털 광고 사업의 매각을 명령할 것이라는 현지신문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구글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주장은 미국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구글이 진출한 대다수의 나라에서 구글의 행보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대체 구글의 어떤 점을 각 정부는 독점으로 판단해 문제를 삼는 걸까? PC온라인과 모바일, 두 시장을 나누어 살펴보자.

 

 


 PC온라인 시장: 검색엔진과 구글 애드센스 그리고 크롬 브라우저


처음 구글에 독점 논란이 제기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0년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경쟁사 제품을 검색 결과에서 의도적으로 누락시킨다는 기업들의 불만이 다수 제기되자 구글에 대한 정식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구글이 유럽 웹 검색시장에서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던 터라, 구글을 향한 유럽 내 불만은 빠르게 고조되던 추세였다.

유럽연합은 구글 광고 서비스인 ‘구글 애드센스’도 조사 항목에 포함시켰다. 구글이 ‘구글 애드센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에게 독점적 조항들을 강요해 경쟁사 광고를 홈페이지에 게재하지 못하도록 했는지 여부가 조사의 핵심이었다.

그렇게 5년 뒤인 2015년 4월, 결국 유럽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구글이 경쟁사를 검색 결과에서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행위가 검색 엔진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며,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또한 구글 서비스에 관한 추가 조사(안드로이드 관련) 계획도 발표했다.

당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 유럽연합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구글이 검색 엔진의 독점적 지배력을 이용해 자사의 상품을 유리하게 노출시켜 경쟁사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제소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거대 기업들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면서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다른 온라인 검색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제소 결정에 반발했지만, 2017년 7월 유럽연합이 구글에 27억달러(약3조9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조사 대상에 올랐던 ‘구글 애드센스’ 문제로 구글은 또다시 반독점 철퇴를 맞았다.

유럽연합은 구글이 검색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무기로 온라인 광고 시장을 어지럽혔다며 2019년 구글에게 17억달러(약1조9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 검색 엔진을 이용하는 사업자는 구글 애드센스로부터 막대한 텍스트 광고를 요구받았는데,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사 검색광고는 싣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적 조항도 지적됐다.

당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검색 엔진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구글 애드센스’ 계약상의 불법적 조항을 둬 경쟁업체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했다”며 “이러한 행위는 유럽연합의 반독점법상 불법”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구글이 막대한 시장 점유율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크롬 브라우저’가 지목되고 있다.

지난 주 미하원이 발표한 독점 조사 보고서는 “크롬은 온라인 검색과 온라인 광고라는 구글의 핵심 사업을 다루는 진입로”라고 표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크롬은 전세계 브라우저 시장의 66%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크롬의 독점적 지위가 곧 구글 생태계 전체의 독점적 지위로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크롬은 지메일과 유튜브, 구글 검색 등 강력한 구글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크롬에서 수집한 사용자 데이터가 구글의 다양한 사업 분야에 사용되어 전체 사업 수익 증대로까지 이어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지난 1월, 구글은 경쟁사들에게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쿠키 데이터 수집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단계적 조치를 통보하며 스스로 데이터 수집 논란을 키웠다. 이에 대해 미하원은 보고서에서 “구글이 다른 기업들의 쿠키 수집을 중단시킨 이후에도 구글은 여전히 크롬에서 수집된 사용자 데이터에 의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법무부와 연방검찰의 크롬 브라우저 매각설에 대해 보도했다. 크롬 브라우저는 구글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방안임과 동시에 구글의 반독점 논란을 이끄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모바일 시장: 안드로이드와 플레이 스토어


구글의 반독점 논란은 웹에서만 확산된 건 아니다.

지난 2018년 6월, 유럽연합은 구글이 자사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모바일 제조사들에게 구글 서비스를 기본으로 설정하라는 압력을 넣는 등 운영체제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51억달러(약5조85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반독점법 과징금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이에 따라 구글이 유럽연합에 지불해야 하는 과징금은 10조원에 이르게 됐다.

당시 판결에 따르면 구글은 삼성, 화웨이 등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는 단말기 제조사들로 하여금 구글 검색 엔진과 크롬 브라우저, 플레이 스토어가 단말기 내 기본 서비스가 되도록 압력을 넣었다. 유럽연합은 “안드로이드가 구글 검색 엔진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말하며 “구글은 경쟁자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거부했고, 따라서 유럽 소비자들에게 경쟁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라고 구글을 비판했다.

구글은 판결에 즉각 항소하며 “안드로이드는 모든 사용자들을 위해 더 많은 선택권을 만들어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구글의 앱 마켓인 ‘플레이 스토어’를 두고도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구글은 20201년부터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배포한 앱에서 결제할 때는 오직 구글의 인앱결제 시스템만 사용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때 앱 개발사들은 30% 수수료를 일괄 적용 받는데, 안드로이드의 시장 점유율이 70%가 넘는 상황을 고려하면 과도한 금액이라는 얘기다.

이에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사 에픽게임즈가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법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스포티파이, 베이스캠프, 에픽게임즈, 매치 그룹 등 13개의 앱 개발사들이 ‘앱 공정성’을 위한 연합체를 만들며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대한 반독점 논란을 더욱 키운 상태다.

 


사면초가 구글, 관건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하원은 장장 16개월에 걸친 독점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구글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기업의 부문별 해체와 반독점법 입법 강화를 촉구했다.

그 일환으로 크롬 브라우저와 광고 사업 파트가 매각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서 흘러나왔다. 10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법무부와 연방검찰이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며 1623억달러(한화185조) 규모의 디지털 광고 세계 시장에 대한 구글의 통제권을 해결할 방법으로 크롬 브라우저와 디지털 광고 사업 파트의 분리에 대해 논의중이다.

실제로 미하원이 발표한 독점 조사 보고서는 구글의 전체 매출에서 디지털 광고 수익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 크롬을 통한 검색 광고로 확보된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사실상 구글의 지배력 확장을 억압할 수 있는 요인이 크롬과 디지털 광고 파트로 지목되는 가운데, 폴리티코의 보도는 이러한 보고서 권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폴리티코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하며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럽에서는 구글이 최대 20개의 거대 테크 기업들을 규제하는 ‘히트 리스트(hit list)’에 포함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의 경제 신문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이들은 상대적으로 더 엄격한 법적 규제를 받게 된다. 또 이들은 경쟁업체와 데이터 공유를 해야 하며 더 투명한 정보 수집 방법을 요구 받는다. 유럽연합은 거대 기업들에 의해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회사를 해체하고 사업 일부를 매각하는 방법 또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글이 당장 크롬이나 디지털 광고 파트를 내주는 일은 없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2000년대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 논란에서 기나긴 소송 끝에 법원으로부터 사업 매각 결정이 기각된 사례가 있으며, 구글이 받은 과징금이 총 10조원에 달한다지만 매년 180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기업에겐 충분히 감당가능한 금액이다.

그럼에도 구글의 시장 지배력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은 분명하다. 미국 매체 CNBC는 “449페이지에 달하는 이번 미하원의 독점 조사 보고서는 거대 테크 기업들을 기소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 워싱턴의 달라진 태도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이호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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