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앱 틴더가 왜 영상 콘텐츠를 만들었을까?

소개팅 앱 틴더가 자체 제작 인터랙티브 영상 콘텐츠인 ‘스와이프 나이트’의 공개를 예고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이용자가 등장 인물이 되어 내용의 주요 변화를 선택해 그 결과에 따라 다른 결말을 보게 한 것을 말한다.

일단, 틴더가 어떤 콘텐츠를 공개하려는지부터 알아보자. 이번에 공개하는 것은 ‘스와이프 나이트’. 세계 종말을 주제로 만든 7분 짜리, 아주 짧은 영상 세 편이다. 오는 12일부터 일주일에 한 편씩 총 세 번에 걸쳐 공개한다. 각 영상은 공개된 주의 주말에만 틴더 앱을 통해 볼 수 있으며, 그 후에는 사라진다.

이 영상은 모두에게 똑같은 내용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딱 7초 안에 이용자가 영상의 다음 내용을 빨리 선택해야 한다. 영상은 사용자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흘러가며, 소행성이 지구를 강타하기 전에 도덕적 딜레마와 생존을 위한 여러 선택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결과는 한 번 선택하면 그 뿐, 다시 돌이킬 순 없다. 다른 결말을 보기 위한 재선택 기회는 없단 얘기다.

틴더는 이 영상 제작과 홍보에 나름의 공을 들였다. 일단 촬영은 미국의 유명 힙합 가수 드레이크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던 신예 감독 카레나 에반스가 맡았고, 각본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의 각본가 니콜 델라니와 브랜든 주크가 썼다. 론칭을 열흘 앞두고는 온라인으로 아태지역 간담회를 열고 틴더의 폴 부카다키스 특별계획부문 부사장과 카일 밀러 제품 개발 책임, 제니 맥케이브 커뮤니케이션 책임 등이 참여해 “이 영상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 출처= 틴더. ‘스와이프 나이트’.

 

틴더는 왜 영상을 만들었나, 스와이프 나이트 출시 뒤에 숨은 전략

궁금한 것은 이부분이다. 소개팅 앱이 왜 영상 콘텐츠를 만들었을까.

첫번째 의도는 온라인 소개팅에서의 ‘아이스 브레이킹’이다. 방금 함께 영화를 보고 나온 친구나 연인은 평소보다 더 많은 공통의 화제거리를 갖는다. 쉽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고 흥미를 가질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상대에 호감을 느낄 확률이 더 높다. 혹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상대를 빨리 걸러낼 수도 있다.

틴더는 사용자가 스와이프 나이트의 시청을 끝낸 즉시, 개인이 어떤 결과를 선택했는지를 곧바로 프로필에 추가한다. 이 결과는 다른 틴더 사용자와 공유된다. 마치 실제 생활에서 그러하듯, 틴더의 이용자끼리 자연스러운 대화를 쉽게 시작할 수 있게 의도했다. 대화가 잘 통하면 호감을 느낄 확률이 크다. 스와이프 나이트는 미국에서 먼저 공개됐는데, 틴더 측에 따르면 당시 같은 결론을 찾은 이용자의 매치 증가율은 평소 대비 26% 높았다.

두번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에서 만남을 강화하는 제트(Z)세대에 대한 러브콜이다. Z세대는 온라인을 통해 만남을 강화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 최근의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소개팅 앱이라고 해도 내부 콘텐츠가 빈곤하다면  Z세대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기 어렵다. 또, 마찬가지로 이 시기 Z세대를 타깃한 소개팅 앱의 마케팅이 활발해질 것도 당연하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콘텐츠가 필요하다.

폴 부카다키스 틴더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콘텐츠의 황금 시대 속에 콘텐츠에 대한 기대는 보다 높아졌고, 틴더는 경쟁하고 돋보여야 했다”며 “따라서 관심을 불러 일으키면서도, 몰입감이 느껴져야 하고 긴박감까지 더해진 스토리가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스와이프 나이트의 소재가 된 지구종말은 틴더가 Z세대에서 유행하는 이야기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대화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스토리라는 것을 확인해 채택한 것이다.

또 다른 목적은 ‘스와이프’라는 행위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려는 데 있어 보인다.

틴더는 모바일 앱으로 친구나 연인을 연결시켜 주고 그 대가로 일종의 수수료(더 많은 매칭을 원하거나 혹은 누가 자기에게 관심을 표했는지 등을 확인하려면 이용료를 내야한다)를 받아간다. 이용자는 틴더 안에서 상대편의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면 오른쪽, 안 들면 왼쪽으로 화면을 밀어내는(스와이프) 선택을 지속해서 하게 된다.

영화의 결말을 향해 가는 선택 역시 이와 똑같은 스와이프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런 동작을 영상의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과 결부시켰다. 영상의 내용도 내용이겠지만, 이런 행위 자체가 즐거움을 준다는 느낌을 증폭시키려는 의도 아니었을까.

 

비대면 시대에도 사람을 안전하고 즐겁게 만나고 싶다는 욕구

비대면의 시대에도 사람은 만나고 싶고, 연애는 하고 싶다. 그렇지만 모바일 앱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여전히 도전을 의미한다. 틴더는 영상을 통해 이런 우려를 조금 희석시키고 싶었던 것으로도 보인다. 나와 같은 결말을 본 사람이라면 나와 유사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은연 중에 가질 수 있어서다.

어찌됐든, 실제로 영상의 만듦새나 작동방법이 궁금해서 틴더 앱을 뒤져봐지만 어디에서도 이 영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첫 편이 나오는날이 12일이라는 것을. 궁금한 이들은 일주일 후, 틴더 모바일 앱에 생겨날 ‘SN’ 탭을 선택해 실행해봐도 된다. 그러다 같은 결말을 본 이들과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질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이 상대편이 당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니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고, 매너를 지키며 대화에 임하길 바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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