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30% 수수료를 안 떼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어느 교수의 실험

만약 애플이나 구글이 모바일 게임에 앱 내 결제를 강요하지 않고, 따라서 30%의 수수료도 떼어가지 않았다면, 이 돈으로 게임 회사들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이 ‘만약’을 전제로 한 계산 결과를 21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태희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장이 발표했다.

이태희 교수가 이런 계산을 왜 했느냐면, 최근 “구글이 모바일 게임 외에 디지털 콘텐츠 전반으로 인앱 결제를 확대 적용한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당연히 콘텐츠 업체들은 난리가 났다. 갑자기 매출의 30%를 구글에 납부하게 될 가능성이 생겨서다. 그렇지만 매출의 30%가 줄어든다는 것 외에, 이 결정이 가지고 올 파급효과를 정확히 파악한 조사는 별로 없어 보였다.

이 교수는 구글이 이런 결정을 강제하게 될 경우, 실제로 콘텐츠 업체들에 어떤 불이익이 생길지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앞서 인앱결제가 먼저 적용된 모바일 게임의 사례를 살펴보기로 했다.

정확한 계산을 위해서는 (비교적) 정확한 숫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재무제표를 일반에 공개하는 상장사의 모바일게임 매출을 기준으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를 추산해봤다.

준거가 된 회사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 컴투스다. 모두 상장사라 숫자를 볼 수 있고, 산업 내 비중을 따질 만큼 매출이 큰 회사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4조9230억원으로 추산됐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이들을 통하지 않고서 이용자를 만나기 어렵다. 그러니까 전체 매출인 4조9230억원에서 수수료로 30%를 가져간다면, 이 돈이 1조4761억원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14761억원.

 

이 돈은 모든 게임사들이 지급한 인앱결제 수수료의 총합이다. 따라서, 매출을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수수료도 다르다. 많이 번 기업이 수수료도 많이 낸다.

이 교수가 사례로 든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컴투스의 경우를 보자. ‘리니지M’시리즈를 보유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의 왕좌를 차지한 기업이다. 넷마블은 플랫폼을 타고 글로벌 진출에 성공했으며, 컴투스는 아예 모바일게임이 회사를 먹여 살리고 있다.

 

출처= 이태희 교수 발표 자료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엔씨소프트는 지난 한 해 종업원 급여(3245억원)보다 조금 적은 수준(2997억원)으로 구글과 애플에 수수료를 냈다. 그런데 상황은 넷마블과 컴투스로 오면 달라진다. 종업원 급여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인앱결제 수수료가 높다.

넷마블이 지난해 지출한 종업원 급여가 788억원인데 비해 인앱결제 수수료는 6074억원이고, 컴투스가 쓴 급여는 574억원인데 앱 수수료는 1395억원이다.

급여 외에도 기업의 고정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또 있다. 연구개발비다. 어떤 게임이 잘 나갈 수 있을지 연구하고 개발해야 기업이 존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구개발비와 비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출처= 이태희 교수 발표자료

PC 온라인 게임의 비중이 살아 있는 엔씨소프트는 연구개발비와 인앱결제 수수료가 비등했으나, 모바일 게임이 매출의 압도적인 넷마블이나 컴투스는 연구개발비보다 많은 앱 수수료를 지출하고 있었다.

이 교수는 이 결과를 놓고 “모바일게임 매출 비중이 커질수록 종업원 급여보다 인앱 수수료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진다”며 “이는 연구개발비 항목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런데 시장은 점점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당연히 인앱 수수료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돈을 많이 버는 곳들의 이야기다. 규모가 작아서 매출이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의 상황은 어떨까? 매출이 적으니 수수료도 적어서 큰 상관이 없을까?

 

결과는 더 나빴다(게임 회사 입장에서의 이야기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상위 13개 업체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59.5%다. 그렇다. 부익부 빈익빈이다.

이 이야기는, 600여개 하위 모바일게임 업체가 나머지 40.5%의 매출을 나눠갖는다는 이야기다.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이 교수는 중앙값에 해당하는 가상기업을 만들어봤다.

이 가상기업의 매출은 5.26억원이고 종업원 수는 4.8명에 달한다. 이 교수는 회사가 아무리 내고 싶지 않아도 꼭 지출해야만 하는 요소인 ‘지급수수료’ ‘연구개발비’ ‘종업원 급여’를 계산해봤더니, 이 회사 매출의 73.8%를 차지하더란 결과를 얻었다.

특히 이중 지급수수료는 1억5800만원으로, 종업원 급여인 1억8500만원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작은 회사에서 사람 하나 뽑기는 비용 구조상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교수는 “가상기업에게 게임수수료는 적자 구조를 초래하는 회피불가능 가변비용 요소”라며 “최소한 모바일게임 산업의 경우 평균의 스타트업(하위 모바일게임 업체)의 비용 구조는 애초부터 경쟁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구글도 민간 기업이고, 플랫폼 운영을 위한 수수료를 받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다면, 30%라는 수수료 지급률이 콘텐츠 업체들이 느끼기에는 부당하게 높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구글이 만약 수수료를 덜 걷어갔다면, 이들 게임사들은 어쩌면 사람을 더 뽑고, 더 경쟁력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연구 비용을 썼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은 게임사에 대해 선의를 갖고 추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의 주장처럼 인앱 결제가 갖는 이점이 있다 해도, 혁신이 일어나야 할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스타트업들의 주요 비용 요소로 작용한다면 생태계에서 선순환은 중장기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날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더불어민주당의 홍정민 의원은 “구글이 개방형 플랫폼을 추구해 시장지배력을 확장해 왔고, 70%p 가까운 점유율을 얻었는데 이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이용해 갑자기 인앱결제를 강제한다면 우리 스타트업과 콘텐츠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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