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SW사업, 대기업 참여 어디까지 허용하나

‘공공 소프트웨어(SW)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7년 만에 바뀐다.

2013년부터 대기업은 국가안보사업, 신기술 사업의 예외 경우를 제외하고 공공 SW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는 12월 이뤄지는 제도 개선을 통해 중견·중소기업이 원할 경우, 대기업도 공공 SW사업의 하도급 사업자로 선정되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신사업 발굴, 해외진출 시 대기업은 중견·중소기업과 함께 공공 SW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온라인 공청회를 열고 공공 SW사업 제도개선 내용을 소개하고, 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박준국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산업과장은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통해 7년간 중견·중소기업이 성장하는 성과가 있었으나, SW산업의 고도화와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해 대기업 참여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도개선 배경은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 공공SW시장 대부분은 대기업이 차지했다. 2010년 기준 공공SW의 대기업 시장점유율은 76.4%에 달한다. 당시 중견·중소기업의 성장이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2013년부터 대기업의 공공SW사업 참여가 전면 제한됐다. 다만, 국가안보나 신산업분야에 한해 심의 하에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약 7년간의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시행 결과, 정부는 중견·중소기업이 성장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공공SW 시장 내 중소기업의 매출 비중은 2010년 18.9%에서 62.1%로 3.3배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는 SW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품질경쟁력 제고와 해외시장 외연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대·중견·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하게 됐다.

주목할만한 사건

최근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문제점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교육부의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 구축 사업’과 관련이 있다. 교육부가 과기정통부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해달라는 예외신청을 무려 네 차례나 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교육부는 예외신청 사유로 나이스 구축사업이 ‘국가안보’와 연관있다며 대기업 참여를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과기정통부 소속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네번째에서는 ‘신기술 도입’을 위해 대기업 참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지만 역시나 반려됐다. 심의위원회는 교육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신기술을 중소기업들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이 바뀌나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안은 시장 불확실성 해소, SW시장 외연 확대 애로, 상생협력 내실화 요구, 공공SW사업 품질 우려의 4대분야 12개 과제로 이뤄졌다.

정부는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도록 조기심사제를 도입한다. 사업기획단계인 사업시행 전년도에 심의 신청을 받아, 대·중견·중소기업이 참여 여부를 미리 알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나아가 대기업 예외인정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업정보도 공개한다.

지금까지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 심의신청의 횟수는 제한이 없었으나, 제도 개선을 통해 2회로 제한한다. 교육부의 나이스 사태처럼 심의가 길어질수록 시장불확실성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신산업 발굴을 위해 대기업 참여 예외인정 사유 중 ‘신기술 도입’ 부문은 신시장 창출효과, 사업추진을 통한 혁신창출 수준 부문의 평가를 추가, 강화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이 주 내용인 경우, 국내외 신시장 창출 효과가 있는 경우, 행정효율화가 가능할 경우 대기업의 참여를 인정한다.

국내 SW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추가 심의 기준으로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 대기업 참여 필요성, 동반 해외진출 조건부여 여부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대·중견·중소기업이 동반 해외진출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공공부문에 민간투자형 SW사업제도를 신설하고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다.

대기업이 공공사업 입찰 시, 중소기업과 함께하는 상생협력계획서를 제출할 경우 적정성 평가에 가점을 부여한다.

대기업이 공동수급자로 참여하는 ‘부분인정제’를 도입한다. 대기업 참여가 필요한 비중이 작은 사업의 경우 중견·중소 기업이 주 사업자가 되고, 대기업은 공동수급자로 참여할 수 있는 예외인정방식이다. 이때 대기업은 총 사업비의 20% 범위 내에서 참여할 수 있다. 단, 대기업의 참여 여부는 중견·중소기업에게 달렸다.

긴급상황 발생 시, 기존 사업자인 중견·중소기업이 발주기관의 하도급 계약 승인을 거쳐, 대기업을 긴급참여 시킬 수 있다. 단,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제한된다. 마찬가지로 중견·중소기업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업계 반응은

공청회에는 업계, 학계, 정부가 참여해 각계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쟁점이 된 것은 부분인정제와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 신청 횟수 2회제안이다.

먼저, 부분인정제에서 대기업 참여비율을 20% 이내로 제한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석진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교수는 “비율을 굳이 정할 필요가 있는지, 왜 20%인지 명확한 근거가 없어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유호석 SW정책연구소 실장은 “과거에는 중견·중소기업 공공SW사업에 약 50% 업무비율의 대기업 참여가 이뤄졌다”며 “개선안에 따르면, 약 100억원 사업에서 20억원 가량의 신시장 창출을 대기업이 기여하게 되는데, 과연 이 제도가 대기업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감이 오질 않는다”고 우려했다.

반대의견도 나왔다. 송기호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다만,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 제도가 잘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 발생시 책임소재에 대한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조영훈 한국SW산업협회 실장은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을 하도급 사업자로 선정한다면, 문제가 생길 경우 공동으로 책임을 질 것인지, 하도급법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 신청 횟수를 2회로 제안하는 방안에 대해 재심의 기준을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재심의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해서 행정적인 낭비를 막고, 사업자들이 사업준비에 자원을 소모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기호 전무는 “국가재난망, 군 경비 감시망, 해양경비망 등 이동통신망을 전국적으로 확보한 대기업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사업들이 꽤 있다”며 “행정비용 손실 최소화를 위해 과기정통부에서 심의하고 필요한 경우 대기업 참여제한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당국 계획은

과기정통부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중견·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내실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국 과기정통부 과장은 “이번 제도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간 협력을 통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하고 대·중견·중소기업이 합의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인정제도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에 대기업 참여 비중을 완화하는 거 아니냐고 우려할 수 있으나, 대기업은 분명 하도급을 통해 들어올 수 있으며, 참여 가능 범위 또한 10~20%로 제한할 것”이라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과기정통부는 10월까지 제도 개선 내용을 확정한 뒤, 12월 SW진흥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관련 규정 개선안의 주요 내용을 시행할 계획이다.

박준국은 과장은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하위개정 준비하는데 참고해 우려사항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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